▲ 박승하.

어제(3일) 서울시가 세간에 청년수당으로 알려진 청년활동지원비를 처음 지급했다. 2,831명에게 50만원씩 지급됐는데, 아니나다를까 정부에서 당장 취소하라고 난리다.

사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수개월간 이 위험하고 급진적인(?) 정책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해 박원순 시장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협박까지 일삼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치적 용단을 내린 박원순 시장의 선택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청년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정책을 현실화시키는 그의 뚝심은 이후의 정치행보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실제로 청년수당은 지급 대상 확대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복지정책의 역진 방지를 위해선 현물보다 사회적 자원의 분배를 지향하는 쪽이 낫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시 청년수당은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직접 개입하는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그나저나 이 해괴한 정부는 어떻게 봐야 할까? 재정자립도가 낮은 한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배포있게 펼쳐낸 복지정책에 대해 중앙정부가 태클을 걸고 있다니!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의 협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대목에서 웃으면 될까? 보건복지부 높으신 양반들이 ‘협의와 조정’의 뜻을 모를 리는 없을 텐데, 오랜 시간 안 된다고 요지부동으로 일관하다 실행되자 아예 취소시키겠다니 유체이탈이 확실히 대세인 모양이다.

정부는 뇌가 있다면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

박근혜 씨가 청년정책 팔아 대통령에 당선되고서, 수년 새에 흙수저, 헬조선 등 암울하고 자조적인 유행어가 사방으로 전염되었다. 번지르르하게 내건 공약들을 명절 노름빚마냥 떼어먹고 무슨 낯짝으로 지자체 청년지원정책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지.

박근혜 씨 교시대로 중동에 안 가고 열정 안고 무보수로 일 못해서 죄송하다만, 천문학적 예산 꼬라박아 무기 구입하고 권력 언저리에서 수없이 각종 비리로 검은 돈 해먹는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6,030원 시급받아 야금야금 꿈 갉아먹고 사는 청년들이 자국 정부에게서 등을 돌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총선 때도 확인되지 않았나!

포퓰리즘은 행정부의 역량을 넘어선 선심성 정책의 남발을 의미한다. 청년수당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현실에 기반해 필요한 대상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지자체의 타당한 정책을 정부가 발벗고 나서 엎으려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 보시라.

혹시 한 번 물꼬 트이면 우리 청년들이 ‘주제도 모르고’ 계속 요구할까 겁먹은 건가? 아니면 그동안 기만으로 일관했던 정부의 청년팔이 민낯이 훤히 드러날까 무섭나? 참, 무슨 일국 정부가 이 모양이냐!
 

박승하

20살 때부터 살아온 수원과 수원사람들을 사랑한다. 평소엔 상냥하고 잘 웃고 유머를 좋아한다. 하지만 민중들을 깔보고 날뛰는 기득권에겐 들짐승과 같은 야성과 분노로 맞서는 저항하는 청년이다. 민중연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현재는 청년노동자 권리찾기 단체 <일하는2030>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우뚝서기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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