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대한민국 공식 의전서열 5위인 국무총리가 화가 난 시민들에게 물병과 계란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가장 공고하다는 대구·경북지역 성주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결국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한 총리는 일가족이 타고 있던 시민의 승용차를 들이받고 도주해야 했습니다. 이른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입니다.

온통 ‘사드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드’가 정말 필요한지, 중국과 러시아는 왜 이토록 펄쩍 뛰면서 완강하게 반대하는지, 실제로 ‘사드’가 평화를 지켜줄지 아니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만 더 고조될지, ‘사드’라는 무기는 아직도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데 진짜로 그런지, 지역 주민들에게도 극심한 피해를 입힌다는데 어느 정도인지 등등 사드를 둘러싼 논란들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모든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적 문제들, 외교적 문제들은 차치하고라도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의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이 막중한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정작 ‘제대로 된 토론과 논의’조차 전혀 해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 5일까지만 하더라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 여부와 지역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그 사흘 후인 8일, 정부가 갑자기 사드 배치를 확정 발표했고 그로부터 닷새 후인 13일, 경북 성주로 확정해 버렸습니다.

번갯불에 콩을 구어 먹어도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하물며 수많은 논란이 불 보듯 뻔한 국가의 중대사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결정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죠!

발표한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딱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논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한 정부 고위 관료들의 참으로 굴욕적인 행태들입니다.

실세 중의 실세이자 이번 결정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 나와서 “판단은 미국이 하고 우리는 받아들였다”고 당당하게 답변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고위 관료들 모두가 입을 모아 강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익’ 아니었습니까? 아니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국익을 미국이 판단해준다는 말입니까? 대체 어느 나라 관료들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굴욕적인 행태, 사대매국적인 사고방식은 야당도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역시 미국이 결정했으니 “우리가 찬성이냐 반대냐 따져야 할 차원을 넘어서버렸다”는 망언을 늘어놓았으니까요! 우리 시민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울화통이 치밀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면, 게다가 국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라면 더더욱 우리 국민들에게 더 차분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입니다. 이러니 지난 14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대한민국은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는가’란 기사까지 등장한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엊그제 성주군민 등 반발하는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저항해야 할 대상은 북한이지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다”라고 강력히 비난했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저항해야 할 대상은 사드 배치를 강요하는 미국이지 그 강압에 대처하려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화성민주포럼 대표
화성희망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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