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그들은 처음에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에는 노동조합원을 잡아갔다.
그런데 난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에는 유태인을 잡아갔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그 다음에는 나를 잡아갔다.
그때에는 나를 위해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시의 출전은, 논란은 많지만, 독일 루터교 목사로 반 나치 운동가인 마틴 니뮐러(1892~1984)가 1946년 대중 강연 중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감명 받은 사람들에 의해서 여러 버전의 시로 변화하였다.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소외받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탄압에 침묵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억압과 탄압은 고스란히 나에게 온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12월 19일 종북몰이로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됐다. 2016년 2월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해고자 조합원이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7월 4일 폭력시위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에게 징역5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다. 지금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서, 통합진보당 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라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의 고통과 탄압에 침묵하고 방관자로 있지 않은가?

박근혜 정부 들어 한반도 전쟁 위기는 한층 더 고조되었고, 민주주의는 후퇴됐고, 빈부 격차는 심화됐고, 세대간 갈등은 더 악화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청년실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며 노조 탄압에 저항하고 투쟁하고 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소외받고 억압받는 민중들뿐이다.

민주노총은 절박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당찬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아니, 이미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로 시작되었으며, 다가오는 7월 20일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또한 11월 20만 민중총궐기대회를 넘어 2017년 대선투쟁 승리로 긴 투쟁의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이제 탄압과 억압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나와 상관없다고 회피하고 침묵하며 방관자로 있을 것인가? 당당히 민중과 함께 그들과 맞서 투쟁할 것인가? 반 나치 운동가 마틴 니뮐러가 2016년 한국사회에 살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소외받고 억압받는 민중과 함께 투쟁의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을 것이다. 그리고 동지들과 막걸리 한잔 들이켜며 왁자지껄 밤샘 토론도 했을 것이다. 물음에 대한 답은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한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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