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완규 경기과학고등학교 교장
“과학자는 좋아하는 것을 평생하는 사람이에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일단 과학자는 당연이 천재이거나 아니면 명문대 출신의 사람일 줄 알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과학고, 세계 최고의 영재학교로 도약하는 경기과학고등학교 박완규 교장의 말이다.
‘2016 수원 피노키오 기자 꿈의 학교’ 기자단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과학고에서 박 교장을 만났다.
박 교장은 이어 “만약 새로운 블랙홀을 찾고자 한다면 평생을 바쳐 관찰하는 사람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알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을 좋아해야 하고, 그래서 평생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예로 들었다. “아인슈타인도 학창시절 낙제생이었고 대학교도 낙방해 재수 끝에 들어갔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성적이 나빴다”고 말했다. “늘 시간과 공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 것뿐”이라고 했다.
심지어 박 교장은 “1등을 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친구들도 시샘을 하고, 계속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스트레스고, 늘 1등만 하다가 2등을 하면 창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등이 그것도 몰라?’ ‘명문대생이 그것도 못해?’ 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생이 고통”이라고까지 했다. 마치 그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박 교장은 “경기과학고 학생들은 평소에도 잘 논다”고 귀띔했다. “경기과학고에는 평생 1등만 하던 학생들이 모인다”며 “그러나 여기에서도 1등이 있고 꼴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더더욱 “학교는 즐거워야 한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한다”며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 대학에 몇 명 진학하느냐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박 교장은 경기과학고의 교목인 ‘담쟁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담쟁이’인 이유 역시 ‘영재학교’로 불리는 경기과학고의 특성 때문이다. 박 교장은 “담쟁이는 낮지만 천천히 조금씩 올라가서 결과적으로는 제일 높이 올라간다”며 “서로 엉켜서 같이 올라간다. 더불어 함께 최고 높이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장은 “잘난 사람들 중에, 사회지도층 중에 자기만 잘 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사회가 망가진다”고 우려했다. “함께 잘 살자는 리더가 최고다. 그런 사람에게 친구가 생기고 그런 사람이 큰 인물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과학고에 입학하고 싶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박 교장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과학을 좋아해야 한다.”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박 교장은 “과학이 좋은 사람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고 도전하다 보면, 어느 날 사람들에게 재능 있다고 인정받게 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교장의 뇌리에 졸업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없다. 모든 졸업생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아주 인간성이 좋은 학생이 준 감동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결국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