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나는 현장노동자이다. 나와 같은 노동자들은 TV 뉴스 등 언론을 자세히 볼 수가 없다. 지난 며칠 동안 TV를 한가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 그래서 TV 채널을 돌리다 뉴스 채널을 보게 되었다.

TV에서는 새누리당 정진석 대표의 국회 교섭단 대표연설이 진행 중이었다. 여러 가지 현안문제에 대한 공감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기억나는 것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분배의 필요성과 그 해결책으로 중향평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새누리당도 공감하다시피 지금 한국사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사회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 오죽하면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겠나?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이런 모든 문제의 해결 방안을 ‘중향평준화’로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중향평준화라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혜택(임금, 고용, 복지)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중향평준화이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정규직화는 꿈에도 꾸지 말고 가만히 쥐 죽은 듯 일만 하라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동안 투쟁으로 쟁취한 임금, 고용과 복지 관련하여 양보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 정진석 대표의 국회연설은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노동시장 선진화 법(노동악법)’을 지속적으로 20대 국회에서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노동자대회를 통해서 노동법 개악 저지를 천명했고 당당히 투쟁했다. 그리하여 19대 국회에서 관련 노동법은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또한 4.13 총선의 결과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잘못된 정책 방향, 그리고 오만과 독선에 대한 민중의 심판이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마라! 노동자들은 지금 물러설 곳도 없다. 사회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재벌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권력이 재벌에게 편중돼 있다. 그로 인해 불법과 편법을 이용한 권력 승계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이런 구조를 통해 경제력이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아니라, 재벌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뿌리 뽑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구조개편이 되었다. 하지만 노동자를 위한 법 개정과 정치적 방향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새누리당 정진석 대표의 연설이 주는 교훈은, 언제나 그랬듯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일 것이다. 단결하자. 그리고 투쟁하자!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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