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산 스님. ⓒ6.15 경기본부
불교사상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는 ‘업’에 대한 가르침이야말로 모든 불교도들이 닦아야 할 실천적 교설로 자리 잡고 있다.

‘업’이란 ‘의지적 작용으로 짓는 모든 행위’를 말하고, 그 결과인 ‘보’는 ‘필연적 반응으로 받게 되는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따라서 불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그 어느 것도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인과응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다른 곳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바로 ‘나’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업’을 설명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의지적 행위’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내가 짓는 모든 행위는 나의 운명 때문도, 사주팔자 때문도, 어느 절대자의 뜻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으로 말미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결과에 있어서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이 ‘모든 것은 내 탓이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의 ‘업’을 이야기 할 때, 지나간 과거를 ‘업’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러기에 미래는 바로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점이다. 그래서 세상의 이치는 “선인선과 악인악과”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때로는 그렇게만 보이지 않아 혼란스럽다. 부모를 잘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도 궁핍함을 면하지 못하고 고통 받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런 현실을 절대자나 운명 또는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불교의 입장은 단호히 이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우리 개인의 자유의지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 주위의 모든 현상이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돌아간다면 나란 존재는 얼마나 하찮은 존재가 되겠는가? 이러한 현실의 모순도 ‘삼세양중인과’라는 가르침으로 설명하고 있으니 한 마디로 업을 짓고 받는 시기는 당장이 아니라 먼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 49퍼센트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탄생한 정부의 수장은 더욱 겸손해야 함에도 소통과는 담을 쌓고 오직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들어난 사실만으로 국가의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그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독재의 모습을 떠 올리는 것은 나만의 허상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민주시민으로 헌법에 위배됨 없이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런 암울한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자괴감에 대한 답은 바로 불교의 업에 대한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노력이 딱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 적극적으로 이웃과 소통하고 더 열심히 세상사를 공유했더라면 아마도 결과는 달리 나왔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나태함과 부족함 때문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되어진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미래는 그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정권을 유지하게 되어 아쉬울 것이 없게 된 그래서 더욱 오만해진 정부와 여당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불교의 업에 대한 설명으로 풀어 본다면 만일 그들이 심각한 과오를 저질렀거나 저지르게 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임기를 마치든 마치기 전이든 국민들의 외면과 원성을 받게 되고 더욱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기대해 본다. 이해할 수 없는 60퍼센트 국민들의 지지에 안주하여 자만하지 말고 기득권과 가진 자들이 아닌 힘들어 하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부족해서 딱 그만큼의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 파악해서 더 이상 답답하고 늘 제자리인 야권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참기 힘들었던 무더위도 물러나고 아침저녁 제법 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세상도 그렇게 바뀌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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