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진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는다. 그러나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인 원폭) 피해자에게 사죄할 뜻이 없다.”고 밝혔으며, 히로시마 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 징용과 이주 등으로 일본에 머물다 피폭을 당했고, 피폭 후에도 한미일 당국의 외면과 무시 속에서 2중, 3중의 고통을 당하며 살아온 역사의 최대 피해자들이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에 대한 공식 인정과 진상조사, 배상을 하는 것은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과 사죄는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원폭 피해자 1세인 심진태(73)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세계인들은 일본이 원자폭탄의 희생자로 알고 있지만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이라는 큰 결정을 한 만큼 한국인 희생자들에도 반드시 사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이 있는 한 평화는 없다. 미국 대통령은 자기 나라부터 핵을 폐기하고 핵보유국이라는 자체를 이름을 삭제해야 한다.”고 제기하며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에 대해선 반드시 ‘핵무기 사용에 책임을 묻는 보상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주장이 가르치는 지점에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80대의 고령이며 돈보다 중요한 것은 후손들에 그분들이 겪은 부당함에 대해 알리는 것 또한 우리가 관심하고 집중을 해야 하는 지점이다.

한편 이러한 시민사회의 주장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에게 전달했으나 리퍼트 대사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면담요구를 이유도 밝히지 않고 거절했다. 심지어 미국 대사관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 입장을 담은 서한 접수도 경비실을 통해서 하라는 무성의함을 보였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목적이 원폭 투하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과 희생자들에 대한 심심한 사죄와 위로가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일본의 멍에를 벗겨주고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적 행보를 정당화하려는 데 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핵무기 불법화 및 핵군축과 전면 폐기를 통해 ‘핵 없는 세계’라는 인류의 지향을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또 ‘핵 없는 세계’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연동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이를 도약대로 삼아 동북아비핵지대 건설로 나아가야 하며 그 실현 가능성이 훨씬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7일 아침 들려온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대표들, 환우 2세 대표, 피폭자 지원단체로 구성된 일본 방문단과 함께 히로시마 현지에서도 26일 히로시마 평화공원 한국인 위령비 앞 헌화와 추모, 27일 히로시마 평화공원내 한국인 위령비 앞 기자회견,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국 원폭피해자 서한 전달을 추진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 이들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며 과연 미국과 일본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26일 오후 2시에 김포공항을 출발하여 3시 30분 간사이공항에 도착한 이들에게 입국 심사과정에서 일본 법무성 소속 수석 심사관은 “G7회의 기간이라 경계가 강화되었다. 입국 절차 전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며 일본 방문단을 간사이공항 출입국 사무소 대기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출입국 사무소 대기실에서 일본 심사관들은 일본 방문단에게 “일본 방문의 목적을 말하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중요하지 않은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물어보면서 시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5시쯤 일본 방문단의 사전 인터뷰가 끝났다. 지문확인, 동공확인, 여권확인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일본 방문단을 1시간이 넘도록 간사이공항 출입국 사무소 대기실에서 억류시켰다고 한다.

일본 방문단은 6시경 입국 허가가 나와 간사이공항을 빠져 나왔으나 이 과정에서 일본 방문단의 짐도 샅샅이 뒤지는 인권침해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 방문단을 출입국 사무실에서 2시간이 넘도록 억류한 일본 정부의 행태로 6시 30분에 예정되어 있던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추모와 헌화 계획 등 현지 활동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행태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즈음하여 한국인 원폭 피해를 전 세계에 알리고 미국과 일본에게 그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일본 방문단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려는 것임이 분명하다.

의도적인 입국 지연으로 한국인 원폭 피해자 활동을 방해한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아가 일제 하 벌어진 수많은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해결과 남아 있는 민족적 과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과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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