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를 방문한 경기청년연대. 박현희 수원청년회 운영위원(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뉴스Q

난생 처음 가본 광주의 거리는 한산했다. 일요일이었고, 아직 모두 이불을 싸맨 채 뒹굴고 있을 오전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조금은 과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동네에서 36년 전,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매일같이 집회를 열고 행진을 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남도청의 옛터라고 하는 곳에는 이제 깃발과 철문, 낡은 석탑과 오래된 나무들만이 그때의 결을 간직하고 있었다. 온통 흰 페인트로 칠해져 버린 투쟁의 열렬한 기억. 그곳에서 지워져 버린 기억의 역사는 지금 어디쯤을 향하고 있는 걸까.

1980년 5월, 그날의 광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배울 점이 많은 민주화운동으로 손꼽히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날 그 정신의 발끝만큼이라도 따라갈 생각이 있다면, 2년 전 죄 없는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 잠기는 것을 지켜만 보는 일도, 힘없는 사람들이 기업의 횡포에 억울한 죽음을 맞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의 일을 반추하고 재인식하며, 또한 그것을 기억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없다면 미래의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역사는 우연이 아니다. 세월호도 우연히 가라앉지 않았고, 5.18민주항쟁도 우연히 광주에서 벌어진 것이 아닌 것이다. 제대로 기억되어지지 못한 역사 앞에서 우리는 고통스럽지만 다시 게워내야 한다.

이제는 불필요한 정보와 기억의 바다에서, 모든 떠나가 버린 것들과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 ‘왜?’라는 끊임없는 질문이 필요한 때다.

▲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고 있는 경기청년연대 회원들. ⓒ뉴스Q

▲ 행진을 하고 있는 경기청년연대 회원들. ⓒ뉴스Q

▲ 행진을 하고 있는 경기청년연대 회원들. ⓒ뉴스Q

 

[편집자주]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수원의 대표적 청년단체인 수원청년회는 지난 14일~15일 1박2일 동안 경기청년연대와 함께 광주를 방문했습니다. 박현희(25) 수원청년회 운영위원이 광주를 다녀온 소감문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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