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만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공동위원장

‘2013 매향리 평화예술제’가 ‘매향리 평화의 들숨, 희망의 날숨 숨쉬다’라는 주제로 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화옹방조제 입구(둘로스 관광여행사 삼거리)에서 열린다.

이날 평화예술제는 화성시가 주최하고, 화성시문화재단,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가 주관한다. 기아자동차가 후원한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54년 동안 미공군 국제폭격장으로 폭격연습이 끊이질 않았다. 잘못 떨어진 포탄에 맞아 임산부가 사망하고 불발탄 폭발로 손과 발이 날아가기도 했다.

주민들과 국민들이 하나로 힘을 합쳐 폭격장 폐쇄운동을 벌여 2005년 5월 31일 폭격장이 폐쇄됐다.

전만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공동위원장은 폭격장 폐쇄운동의 산증인이다.

26일 오후 매향리 대책위 사무실에서 평화예술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전 위원장을 만났다.

▲ 전만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공동위원장. ⓒ장명구 기자

- ‘2013 매향리 평화예술제’ 개최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 폐쇄운동에 함께했던 전국민중연대 등 진보·민주단체 구성원들과 함께해야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폭격장 폐쇄운동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방해가 됐던 행정기관이라든가, 투쟁과정에서 적대시됐던 조직들과 함께 평화예술제를 한다는 데도 의미를 둘 수 있겠다.

2015년엔 폭격장 폐쇄 10주년을 맞이하는데 그때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다.

많이 지체됐다.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는데 하반기엔 토지 매입에 들어간다. 내년엔 상징적으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매매계약이 체결되면서 폭격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제탑 지역부터 공원 조성사업에 들어갈 것이다.

-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이 시작된다고는 하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테면, 환경정화도 전혀 안 되고 있지 않나?

우선, 폐쇄된 폭격장 부지를 주민들이나 지자체가 비싼 돈을 주고 매입을 할 게 아니라 용산미군기지처럼 매향리 주민들에게 당연히 되돌려 줘야 한다.

주민들의 경제적 회복이나 정신적 상처 치유책으로 당연히 국가가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리어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헐값에 강제로 뺏어 간 토지를 비싼 값으로, 수만 배의 높은 값으로 지금 매매를 강요하고 있다. 거기에 준해서 매매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나 유감스럽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국가인지 의심스럽다.

다음으로, 폭격장이 폐쇄되면 소파협정에 의해 당연히 미군은 파괴되고 오염된 폭격장을 환경정화를 해서 한국정부에 반환을 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또한 완전한 환경정화를 요구해서 환경정화된 폭격장을 반환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불발탄 수거라든가 환경정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 위험하고 오염된 농섬 갯벌을 그대로 반환 받아 많은 주민과 시민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주민들이 환경정화를 시켜달라고 불발탄 잔해를 가지고 국방부와 미8군 앞에서 격렬한 집회와 시위를 하면서 항의, 호소했다. 그럼에도 환경정화도 하지 않았고 불발탄 수거도 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수거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고 불발탄 수거는 상당히 기술적인 문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수장비 등 모든 것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수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한국정부가 적극 환경정화에 나서야 한다.

이번 평화예술제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 사진전 등을 한다. 불발탄 수거 장면 같은 사진을 전시회 하는데 집어넣어야 할 것 같다.

- 평화예술제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남다른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평화예술제 개최는 폐쇄된 폭격장 안에서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폭격장이 폐쇄된 지 벌써 7, 8년이나 됐고 당당한 우리 주민들의 땅이고 향후 공원이 조성될 예정지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국방부라든가 정부당국에서 불허했다. 자꾸 적대시하는 상황들이 같은 국민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민·관이 협력을 하기는 하는데, 서로 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와 불신도 있다.

주민들이 그야말로 평화예술제에 걸맞게,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평화예술제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곳곳에서 관 조직의 획일적인 행태에 제약을 받기도 했다. 폭격장 안 관제탑 앞에서 해야 하는데 못하게 한다든가...

화성시는 국방부와 미군을 평화예술제에 개입시키려고도 했다. 미군 군악대와 51사단 군악대 공연을 하려고 했다. 심지어 행사에 군 의료진을 파견하려고 했다. 안보 전시회를 하려고도 했다.

54년 동안 희생을 강요당했던 사람들에게 군사문화에 대한 당위성을 홍보하고 강요하는 자리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주민들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안보 전시회나 군 의료진 파견이라는 요식행위적 발상 이전에, 농섬 주변 갯벌에 무수히 처박혀 있는 불발탄이나 중금속 오염원을 제거하는 일을 솔선해서 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것이다.

주민들로서는 불편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을 해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다 빠졌다.

-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추진협은 화성시, 시의회, 화성희망연대, 화성의제21, 화성YMCA, 화성환경운동연합, 학계 전문가, 매향리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성시 부시장과 내가 공동위원장이다. 화성시의회에서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조례가 통과돼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될 것이다.

다만, 평화생태공원 조성에 걸맞는 사업을 추진하려면 추진협 구성원들이 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나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이 다양하다보니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다양한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설득시켜 가면서 채워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 평화생태공원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라든가, 특히 마을 주민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역사적 의미라고 하면, 외국군대가 전쟁 때도 아닌 평화 시에 장장 54년 동안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쟁을 방불케하는 전쟁연습을 해 주민들이 심각하게 고통을 받았다.

이제 주민들과 함께 전국민중연대,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특히 청년학생들이 힘을 합쳐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을 상대로 폭격장을 완전 폐쇄시켰다는 것이다. 전쟁지역이었던 매향리를 해방시켰다.

평화생태공원을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 지난한 폐쇄 투쟁 사실들을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교육적 공간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매향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를, 외세에 의한 군사적 폭력, 또한 전쟁과 평화에 대한 교육적 공간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 되겠다.

매향리 대투쟁 때에도 국내적인 이목이 집중된 곳이었지만 평화생태공원 조성을 하는데 있어서도 알게 모르게 국내의 많은 평화·인권 애호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들에게 평화생태공원이 보여줘야 할 책무라고 할 까. 추진협의 역할이고 책무라고 본다.

관심 있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환경을 복원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그런 공간, 특히 전쟁과 군사적 폭력의 희생자들이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돼야 한다.

- 평화생태공원 설립을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희망과 소망이 가득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예산문제, 특히 국방부가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비로 쓰기 위해 비싼 값으로 부지를 화성시에 파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화성시에 팔겠다고 매매계약 체결하는 것은 주민들의 세금 아니냐? 너무 어처구니 없는 게,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헐값에 뺏은 땅을 다시 돈을 받고 팔아 미군들의 최신식 군사시설을 만들어 준다는 것 자체가 정말 서글픈 일이다.

평화예술제도 새로운 투쟁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외세에 의한 군사력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리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평화다. 권력을 통해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고 짓밟는 것이 평화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나눔으로써, 남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다.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의 의미를 알게 하고 배우게 하고 갖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직도 주민들이 납득하고 만족할 만한 단계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래서 평화예술제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사실 폭격장 폐쇄운동 때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 폐쇄운동을 할 때는 내 한몸 던져서, 육신적으로 희생적인 투쟁을 하는 것만 가지고도 됐다.

하지만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에는 생각이 다른 공무원이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꾸려가야 한다. 관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예산 문제 같은 것이 있다. 주민들은 제약을 받고 배제되기도 한다.

주민들의 생각이나 뜻이, 매향리 투쟁의 정신이 올바로 담겨져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예산문제는 정부가 책임지고 신속하게 지원하고 이끌어 가야 된다. 그런 측면에서 도리어 지연시키고 예산을 쥐어짜고 있다. 너무나, 진짜 화가 난다.

평화예술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려고 한다.

내년 봄이라도 정말 뜻있는 평화·인권 애호가나 시민사회단체,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폐쇄된 폭격장에 꽃씨를 뿌리고, 또한 평화박물관 짓는데 벽돌 한 장씩이라도 놓는 사업이 착수됐으면 한다.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이 추진협과 관계없이 순수한 시민사회운동으로, 상징적으로 모범적으로 펼쳐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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