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걸었다

                                     김덕진 │ 시인   

 

관광버스 바퀴에 칭칭 감긴

이탈리아 동부 해안도로

유리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이국의 풍경을

눈동자가 미처 삼키지 못하고

반 이상 흘려보냈다

자연에 순응한 분홍색 지붕들의 겸손한 조화

부러움에 체한 가슴의 울타리를 접고 반대편 창으로

시선을 꽂았다

그 순간 내 눈은 고대바다를 들이켰다

바다의 숨소리는 술보다 독했고

바다의 실핏줄은 혀를 감아 마비시켰다

구멍 난 잿빛 구름을 뚫고 줄줄이

흘러내린 햇살이

아드리아 지중해에 눈부시게 얹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위한 황금방석을 깔았다

고대바다의 순결한 배경

안개처럼 표류하는 창조의 침묵은

모래바람 부는 갈증에 물을 적셨다

햇살을 동그랗게 담은 바다를

한 겹 들춰보고 싶은 마음을 아드리아해안에서 싣고

버스는 또 다시 로렛또로 이어진 도로를

바퀴에 감기 시작했다

마비 풀린 혀 위로 까만 문자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고 난 생각 위를 걸었다

 
 

 김덕진 시인

- 월간 <한울문학> , 월간 <국보문학> 등단

- 공저 : 내 마음의 숲, 시인의 정원, 물의 연가

- 현) 프로애드텍 대표

- 사) 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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