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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가 왜 외설로 보이죠?누드모델-발가벗어도 야하지 않은 사람들
이동권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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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18  17: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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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힘겹게 옷을 벗는다.
연갈색 살갗을 구석구석 바라보는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외면에 지배되지 않는 진실을 믿고 삶 그대로의 모습을 따른다.
이 얼마나 강렬한 동경이며 전투인가.

거침없이 편안하게 표현하는 마음은 어쩌면 따뜻하고 이해심이 넘치는 마음과 같다. 상대방에 대한 조심이 지나치면 훨씬 더 비관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하게 누드모델에 대해 얘기할 때 이들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게 되리라 확신한다. 놀랄 것도 없고 흥분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온정 어린 마음으로 충고하고 걱정해주는 것이 더욱 옳은 일이다.

   
▲ 누드모델은 작가들 앞에서 옷을 벗는 직업이다. ⓒ이동권

금방이라도 차가운 공기가 새어나올 것 같은 소묘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특유의 습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목재받침대와 패널(Panel)에 눌어붙어 있는 형형색색의 물감, 바닥에 나뒹구는 톰보(Tombow) 4B연필 심과 지우개 똥, 물기름이 앉아 반질반질해진 이젤과 고정 핀, 사방에 빙 둘러 설치된 사물함과 그 위에 놓인 석고상.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뒤섞여 나는 냄새였다.

오후의 구름이 걷히고 희끄무레한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자 면이 있는 공간마다 두껍게 쌓여 있는 먼지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쪽에는 보기만 해도 비위가 상할 정도로 시커먼 땟자국이 번져 있었다. 한편에는 그리다 만 켄트지가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었고 지저분한 각목과 붓, 그림물감이 정물화처럼 놓여 있었다. 또 목탄 가루가 심하게 내려앉아 굳어버린 곳에는 쓰다 만 픽사티브(정착액) 서너 개와 물통이 쓰러져 있었다.

보통 미술대 실습실은 더럽다. 오랜 시간 동안 작품에 사용하는 미술 재료들이 책상, 바닥, 벽에 스며든 까닭이다. 그나마 소묘실은 깨끗한 편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때가 끼어 지저분하다.

수업시간이 가까워지자 하나둘씩 나타난 학생들이 2절 크기의 합판에 종이를 고정하고 빙 둘러앉았다. 잠시 후 누드모델은 교수와 수업내용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눈 뒤 구석에서 옷을 벗고 중앙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이날 수업은 누드 크로키다. 크로키는 전체적인 윤곽과 형태를 잡아내는 실습. 모델은 한 포즈에 짧게는 3분, 길게는 5분 정도 할애하며, 회화 작품 같은 경우는 같은 포즈를 몇 주 동안 취하기도 한다.

모델은 능수능란했다. 수영선수가 날렵한 모습으로 다이빙하듯 유연하고 정교한 자세로 몸을 비틀었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생식기를 다 드러낸 성인의 거리낌 없는 몸짓에도 놀라거나 수줍어하는 일은 없다. 공연한 상상을 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누드모델은 직업이고 학생들은 공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20년 동안 누드모델을 하는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은 오므린 입술로 힘주어 말했다. 누드모델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 그는 “예전에는 그나마 인간적인 면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자기 모델인데도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못하게 대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의실에 옷 갈아입을 장소가 없어요. 학생들 보는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죠. 모델에게 최소한의 인간대접은 해줘야 하는데 그런 배려심이 없어요. 학생들도 모델에게 예의가 없어요. 맨바닥에서는 역동적인 동작을 취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그런데도 바닥에 아무것도 깔아주지 않아요. 한번은 제가 직접 우드를 깔아놓고 테이프를 붙인 적도 있었어요. 바닥이 너무 더러워서 일일이 닦기도 했고요. 어떤 학교는 강의실이 너무 작아 코앞에서 그림을 그려요. 정말 힘들어요. 최소한 2m 정도는 떨어져서 그리도록 해줘야죠.”

성기가 무슨 죄?

누드모델은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남자 모델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 모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여자 모델보다 남자 모델을 더 함부로 대하고 쉽게 본다. 남자가 할 게 없어서 누드모델을 하느냐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자 모델이 더 어려워요. 특히 성기가 문제예요. 여자들은 성기가 감춰져 있어서 눕거나 서도 잘 보이지 않는데 남자는 밖으로 나와 있잖아요. 강남에 있는 한 학원에서는 남자 모델이 발기했다고 악을 쓰고 난리가 났었어요. 한 남자 모델이 포즈를 취하기 위해 괄약근을 조였다가 성기가 위로 조금 올라간 거예요. 저도 잘 몰랐는데 엉덩이에 힘을 주면 음경이 위로 조금 올라간다면서요. 그 모델은 잘해보려고 포즈를 취하다 그렇게 됐다며 억울해하더라고요.”

나는 남자라서 이해가 됐다. 신체구조상 성기가 축 늘어져 있어도 엉덩이를 앞으로 밀면 성기도 함께 튀어나오게 된다. 성욕에 관계없이 자세에 따라 성기의 각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성기가 발기되면 모델로서 순수하지 않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흥분한 것이었지만, 이해하기에 따라서는 논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남자 모델들은 ‘발기’를 원하는 작가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런 일도 있었어요. 요즘은 여자들이 드세잖아요. 한 여자 사진작가가 남자모델에게 ‘야, 세워봐. 좆 선 거 찍게.’라고 말한 거예요. 농담도 아니고 진짜로요. 그래서 싸움이 난 적이 있어요. 결국 그 모델은 수치심 때문에 이 생활을 접었어요.”

성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남자 모델. 성기가 밖으로 드러난 게 무슨 죄인가. 하지만 여자 모델은 인간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할 때가 있다. 누드모델을 성적인 노리개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카메라 테스트한다고 몇 명 보내라는 전화가 와요. 프로필 사진을 보면 다 나오는데도 꼭 직접 보겠다고 해요. 누드모델을 벗겨놓고 카메라 테스트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자존심이 상해요. 너무 웃깁니다. 그래서 큰 회사의 일을 하지 않은 적도 있어요. 어떤 작가들은 ‘야, 모델 하나 보내라’고 쉽게 얘기해요. 테스트해보고 쓴다고요. 황당해요. 더 심한 이야기도 많아요. 차마 말을 못해서 그렇죠. 정말 산전수전 다 겪었어요.”

   
▲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 ⓒ이동권
부모님만 모르는 내 직업

사람들의 삶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늘 구경꾼처럼 주위를 맴돌면서 변해가는 세상에 관심을 갖지만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는 일과 마주치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혹은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돼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뚝뚝해져 버린다. 그래서 삶은 급박한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시대에 휩쓸리거나 뜻하지 않은 낭떠러지에 몰려 인생은 급선회하게 된다.

하영은 회장의 경우도 그랬다. 가장 전형적인 이유로 누드모델이 됐지만, 가장 절박한 심정으로 인생의 대전환을 맞이했다.

“어린 나이에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와 혼자 살았어요.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저녁에 일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죠.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한 달 봉급을 몽땅 강도당했어요. 당장 혼자 살아갈 일이 막막하더라고요. 그때 떠오른 사람이 포토뉴스의 안정수 선생님이었어요. 종로 삼일빌딩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이곳은 사진하는 분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었거든요. 평소 안 선생님이 저에게 누드모델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던 일이 생각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들었지요. 그런데 막상 행사장에 나가니까 자신이 없더라고요. 하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작가들이 낸 회비며 버스비, 진행비 등을 모두 손해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덜컥 겁이 났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누드모델을 했어요. 그날은 제가 누드모델이 되라고 하늘에서 계시한 날이에요. 운명적인 날이죠. 사주를 믿지는 않지만 점을 보면 누드모델이 천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이후부터 누드모델을 했어요.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소녀였는데, 누드모델을 하니까 성격도 많이 바뀌었네요.”

하 회장은 1988년 한탄강에서 열린 누드사진촬영대회에서 알몸으로 선 뒤 20여 년 동안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녀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못했다. 만약 부모님이 알게 되면 팔짝팔짝 뛰다 쓰러질 것이므로.

“나이 드신 부모님이 살아 계셔서 본명도 쓰지 않아요. 사진에 나온 모델이 딸과 비슷하게 생겨도 이름이 다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잖아요. 전라도 분위기 잘 아시잖아요. 집에 갈 때는 화장도 진하게 못해요. 옷도 조심스럽게 입고요. 하루는 약간 짙은 색 립스틱을 바르고 갔더니 조카 녀석이 쥐 잡아먹었냐고 하더라고요. 어린 것이 벌써 배워서 고모한테 그래요. 그 정도로 집안 분위기가 엄해요.”

그녀가 누드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형제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처음에는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죠. 그런데 한 번 계기가 있었어요. 제가 누드모델이라고 쉽게 생각해서 겁탈하려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경찰보다 형제들이 먼저 달려와 도와줘서 다행스럽게도 위기는 모면했어요.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는데 형사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까 동생이 나서서 ‘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이오.’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때부터 가족들한테 인정을 받은 것 같아요. 그날 행동 똑바로 하라고 오빠한테 되게 맞았어요. 집안 욕 먹일 거면 하지 말라고요.”

직업인으로 봐 주세요

누드모델은 작가들 앞에서 옷을 벗는 직업이다. 하지만 ‘옷을 벗는다’는 것 때문에 누드모델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쉽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참다못한 하영은 회장은 누드모델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팔자소관이라고 참기에는 부당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기 때문이다.

1996년, 그녀는 자신이 누드모델이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고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들었다. 이 협회가 생기기 전까지 누드모델들은 알음알음으로 일을 했으며, 여러 가지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누드모델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떳떳해지고 싶었어요. 협회를 통해 누드모델도 당당한 직업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었죠. 회원 중에는 60대 할머니도 있어요. 여대생, 대기업 퇴직자, 강사, 화가 등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아직도 음성적으로 일하는 누드모델들이 많다. 이상한 곳에서, 기본 모델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한다. 돈벌이에 급급해서 성인 달력이나 도색잡지 등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결국 협회에 가입한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활동하기가 더 힘들어요. 한 주부 모델은 대학교수가 자꾸 술 먹자고 불러내서 한두 번 예의상 갔었나 봐요. 그런데 술 먹고 자꾸 치근덕거려서 가지 않았죠. 그 다음부터 그 교수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수업시간에 모델의 어느 부분이 못났다는 등 성추행을 한 거예요. 자기 말을 듣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모델들에게 항상 행동을 조심하라고 말해요. 밥도 먹지 말고, 커피도 먹지 말고, 일 끝나면 그냥 나오라고요. 이 생활을 하다 보니까 예술인들이 더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차라리 일반인들은 직업인으로 인정하는데요. 누드모델을 쉽게 보고 함부로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직업인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봐주세요. 일할 조건은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잘하라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요. 외국 물 먹은 대학 교수들이 모델료 운운하며 거들먹거리면 정말 화가 나요.”

당장이라도 푸념이 새어나올 것만 같은 힘겨운 세월을 이기고 오늘의 이정표를 세운 그녀에게 존경심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누드모델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건강이 좋지 않다거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모델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일 자체가 힘들어요. 운동하던 사람들도 제대로 못해요. 움직일 때 사용하는 근육과 가만히 서 있을 때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거든요. 몇 시간 동안 한 가지 포즈를 취한 채 서 있다고 생각해봐요. 엄청난 체력이 요구돼요. 살아 있는 인체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유연성도 있어야 하고요. 그냥 서 있으면 죽은 사람 같아요. 그래서 처음 현장에 나가면 긴장한 데다 포즈가 익숙하지 않아 몸살을 앓고 말아요. 또 처음이니까 열심히 하려다 보면 더 힘들죠. 한 남자 모델은 군대에서도 찢어지지 않았던 다리가 찢어졌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만큼 긴장이 된 거죠.”

힘든 노동인 만큼 누드모델들도 직업병이 있다. 하 회장도 허리와 무릎 등에 염증이 생겨 약도 먹고, 침도 많이 맞았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하루 두 번은 힘들어요. 일주일에 한 번은 쉬어야 하고요. 돈 벌려다 나중에 약값이 더 들어가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면 안 돼요. 실제로 그런 모델들이 있거든요.”

누드모델 음란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누드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무조건 음란한 것으로 몰아 붙인다. 하영은 회장은 한 음료를 홍보하는 누드 퍼포먼스에 나갔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처음 작가가 얘기할 때는 단순한 퍼포먼스였어요. 근데 가서 보니까 특정업체의 홍보모델이었죠. 그래서 준비한 퍼포먼스를 모두 취소하고 워킹만 하고 내려왔는데 공연음란죄로 벌금을 받았어요. 언론에서도 몸을 상품화했다, 음란하다 말들이 많았고요. 우리가 속은 거예죠. 억울했지요. 사실 누드모델을 직접 봐야 알아요. 누드모델이 음란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직접 보면 생각이 바뀔 거예요. 절대로 음란하지 않아요.”

하 회장은 얼떨결에 누드모델을 시작하게 됐지만 이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 인체의 표현은 아름다운 행위라는 것이다.

“누드모델은 신성한 노동이고 예술이에요. 단순히 돈이 목적이었다면 다른 일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거예요. 인체의 표현은 참으로 미묘하고 아름다워요. 그냥 느낌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베테랑 누드모델도 무대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가슴이 떨린다. 철저한 직업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서면 다리의 피로도 풀리고, 오히려 가벼워진다.

“지금도 낯선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으면 가슴이 떨려요. 하지만 일단 무대에 올라서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죠. 꼭 벗어야 할 때는 망설이지 않고 벗고요.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외설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날씨 때문에 힘들어요

누드모델들은 날씨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아요. 소나기가 내리거나 눈이 와도 촬영을 취소하지 않거든요. 돈을 들여 섭외했는데 어떤 작가가 취소하겠어요.

모델은 서울 사람들이 많나요

서울 토박이들은 서울에서 활동하기가 힘들어요. 지방 출신들이 많죠. 하지만 모든 일이 본인이 하고 싶어야 하는 거예요. 막상 해봐서 아니라면 발을 빼는 게 좋아요.

모델이 되면 어떤 일을 주로 하나요

회화나 조각 등 미술과 사진 누드모델을 주로 해요. 요즘은 CF광고, 카탈로그 모델도 하고 영화 대역에도 나가요. 벗은 몸이 필요하다면 거의 나가죠. 하지만 한국누드모델협회 회원들은 사진 모델은 잘 안 해요. 믿을만한 작가들이 원하면 찍는데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자꾸 문제가 생겨 그림 실습에 치중해요.

누드모델의 수익은

사실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그림모델보다는 사진모델이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영은 회장의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시간당 수당은 정해져 있지만 사정에 따라 값은 달라지며, 아무래도 자주 가게 되는 곳은 모델료를 조금 덜 받아요. 그래서 수익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힐 수 없어요.”

누드모델 쉽지 않아요

인터뷰 |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
이동권: 누드모델이 되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하영은: 일단 협회로 전화가 오면 누드모델에 대해서 충분하게 설명을 해줘요. 전혀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도 하겠다면 면접을 보고 테스트를 거친 뒤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아요. 그런 다음 정식으로 일하게 됩니다.

이동권: 누드모델이 되는 길이 쉽지 않은 것 같네요.

하영은: 전화 목소리를 듣고 몇 마디 나눠보면 이 사람이 누드모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파악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수천 명, 수만 명 전화 상담을 받았거든요. 별의별 사람들이 많아요. 감추려고 해도 얘기를 나눠보면 그 사람의 본성이 나와요.

이동권: 이상한 전화도 많이 올 것 같아요.

하영은: 가끔 스토커들도 있어요. 전화해서 ‘야, 씨발년아’라고 욕지거리를 해요. 어떤 사람은 ‘할 일이 없어서 누드모델을 하느냐’고 말한 뒤 끊어버리고요.

이동권: 누드모델을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하죠?

하영은: 몸매가 좋고 예쁘다고 누드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의 몸으로 최선을 다해서 포즈를 취할 줄 알아야죠. 나이가 들고 뚱뚱해도 괜찮아요. 요즘은 다 날씬해서 뚱뚱한 사람을 더 선호해요. 또 인간성이 좋아야 해요. 약속시간 늦으면 안 돼요. 사람들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할 수 있어야만 최고의 누드모델이 될 수 있어요. 다방면에 재능이 있으면 더 좋아요. 저는 발레, 재즈, 라틴, 살사, 한국 무용, 연기 등 기본은 다 해요.

이동권: 누드모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하영은: 사람은 많아도 진짜 누드모델은 얼마 안 돼요. 진짜 누드모델들을 찾기가 쉽지 않죠. 정말 많은 사람들한테 연락 와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요. 요즘은 누드모델을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직업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요. 대학생 중에는 1년 휴학하고 왔다가 다시 학교 가면 그만이에요. 투 잡, 쓰리 잡, 이건 직업이 아니에요. 두세 가지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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