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곧 종영을 앞둔,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실한 고백의 기회를 놓친 정환은 타이밍을 이야기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에는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자신은 그 타이밍을 놓쳤다고.

단지 연인의 사랑에만 타이밍이 있을까? 정치에도, 남북관계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묘한 것인지를 요즘 부쩍 느낀다. ‘그때, 그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랐을 텐데...’ 이렇게 안타깝다 못해 분통 터지는 일들의 연속이다.

피해자가 위로받지 못한 사과를 사과라고 하는 한일위안부 합의도 그렇다. 일본군의 성노예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은 대한민국 여성만이 아니었다. 일제는 대동아공영을 목표로 아시아의 여성들을 성노예로 이용했고 그 중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조선의 여성은, 당연히 북한에도 있다. 1990년대부터 남북 위안부 피해자는 함께 대응하고자 했다. 남북 6.15공동선언이 채택된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 남북이 함께 기소를 했고, 2007년 서울의 제8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는 남북공동결의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며, 남북 위안부 피해자들의 교류는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남북이 공동대응하며 국제적으로도 힘 합쳐 싸울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이렇게 굴욕적인 사과를 받아들이라고 떳떳하게 강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월 6일 벌어진, 북의 수소폭탄실험은 어떠한가? 휴전협정 당사자인 미국에게 평화협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북에 대해,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봉쇄, 적대정책을 강화해 왔다. 절대적인 안전보장 없이는 자신들의 무기를 내려놓을 수 없다는 북에게 봉쇄, 적대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결과가 수소폭탄실험이다.

그렇다면 2012년의 2.29합의에 기초해서 북미 평화협정의 틀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그에 따른 남북관계는 또 어땠을까? 적어도 자신의 무능을, 확성기의 큰 목소리로 가리려는 행동이, 대단한 일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은, 자신의 주요 일정까지 취소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달려간 택의 소식을 들으며, 타이밍은 핑계일 뿐 중요한 건, 망설임 없는 간절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사랑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 순정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십 년 동안의 간절한 싸움, 이 땅의 진정한 평화 정착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은, 지금까지 결과로는 패배한 것처럼 보인다. 필요한 건 간절한 염원을 실현시킬 힘이다. 무시무시한 권력과 자본의 힘을 가진 이들을 이기려면 말이다.

그 힘은 거리에도 있고 투표소에도 있고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활동에도 있을 것이다. 2016년, 그 힘이 적재적소에서 분출되어, 이기는 해가 되도록, 우리의 역할을 찾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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