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형택 공무원노조 경기본부장

▲ 서형택 공무원노조 경기본부장. ⓒ장명구 기자

경기도 시·군 공무원들이 도의 ‘낙하산식 인사’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형식은 인사교류지만 본질은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다. 1인시위도 하고, 토론회도 하고, 집회도 했다. 이 투쟁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본부와 경기동북부권협의회가 경기지역제공무원단체협의회를 꾸려 이끌어 나가고 있다.

25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공무원노조 경기본부 사무실에서 서형택(51) 공무원노조 경기본부장을 만나 그동안 벌였던 투쟁의 과정과 앞으로의 투쟁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의회에서 ‘지방자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경기도 인사교류 개선방안 토론회’가 있은 다음날이었다.

현재 서 경기본부장은 수원시 푸른녹지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정책실장,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소장, 공무원노조 수원시지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 먼저 낙하산 인사 근절 투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지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현실에선 지방자치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치인사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의 자율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다. 중앙통제식인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14년 동안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외쳐 왔다. 공무원들이 올바로 지방자치제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인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관선시대보다 못한 경우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일단 자치인사권부터 해결하자는 것이다.

정당한 인사교류라면 경기도와 시·군 간 인사교류를 통해 상호간 선진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시·군 공무원은 도에서 광역행정을 배워 지역행정에 도움이 되고, 도 공무원은 시·군의 어려운 실정을 파악해 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시·군 공무원은 역량을 강화해 다시 복귀했을 때 지방인재로 육성될 수도 있다. 노조에서 반대할 이유도 없고 당연히 진행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 근절 투쟁 이유는 기본적으로 법 위반이다. 현 지방자치법 20조 2항에 의한 지방공무원 임용령 27조 2항 5에 저촉된다.

우선 동일직급 교류를 어기고 있다. 예를 들면, 경기도에서 5급을 승진 의결해 시·군으로 내려 보낸다. 시·군에서 4급으로 승진한다. 다음에 인사교류할 땐 경기도 5급이 시·군 4급으로 내려오고 전에 도에서 내려와 승진한 4급은 다시 도에 올라간다. 동일직급 인사교류가 아니니 법 위반이 확실하다.

절차도 문제다. 먼저 시·군의 장이 도에 요구를 해야 하는데, 일단 도에서 전출명령을 하고 시·군에 동의해 달라고 요구한다. 시·군의 장은 마지못해 동의해 줄 수밖에 없다. 시·군 인사위에서도 경기도 명령에 따라 승진 의결을 한다. 말그대로 시·군 인사위는 허수아비다. 그 사람들에겐 시장, 군수의 인사권이 미치지 않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왔다갔다하는 식으로 알박기식, 회전문식 인사다.

수원시 같은 경우도 도청 공무원 16명이 내려와 있다. 그런데 그 사람 인건비만 연간 100억원이 넘는다. 모두 시·군에서 부담한다. 시·군도 돈이 없어 죽겠는데 말이다.

현재 경기도 전체적으로 파악된 낙하산 인사는 157명이다. 전국적으로 경기도만 낙하산 인사 관행이 남아 있다. 이렇게 탈법적이고 부당한 인사는 정리가 돼야 한다.

▲ 서형택 공무원노조 경기본부장. ⓒ장명구 기자
- 도와 시·군 공무원들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다.

도민들은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낙하산 인사들이 내려와 시·군 행정에 보탬이 되느냐 따져봐야 한다. 보탬이 된다는 것은 도민들에게도 보탬이 된다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전입·전출일 경우엔 해당 시·군에서 인건비를 부담하고, 파견일 경우엔 원 소속 기관에서 부담한다. 앞서 언급해듯이 낙하산 인사들에 대한 인건비는 모두 시·군에서 부담한다.

게다가 엄청난 특혜도 주어진다. 근무 평정에서 낙하산 인사들은 수, 우, 미, 양, 가 중 일을 잘하든 못하든 우 이상을 줘야 한다. 다른 직원들은 열심히 일을 해도 우를 받을까 말까 하는데 말이다.

성과상여금도 5등급으로 나뉘는데 2번째 등급 밑으로는 못 주게 돼 있다. 자동으로 한 호봉 특급 승급을 한다. 시·군으로 내려오면서 출퇴근 거리가 멀 경우 주택보조비가 매월 60만원씩 지급된다. 가까울 경우엔 출퇴근을 위해 기본 20만원 지급된다. 해외연수도 우선해 갈 수 있다.

그런 공무원이 시·군에 보탬이 안 된다. 일선 행정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관료적 습성에 젖어 현장에 가면 주민들과 융합이 안 되고 현장행정도 안 된다.

자기도 빨리 진급해 다시 도로 가고 싶은데 시·군에서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책임감도 떨어지고 적당히 뭉개다가 도로 올라가는 것이다. 지역행정엔 관심도 없다. 업무추진비가 나오면 주민들하고 식사도 하는 등 지역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청 공무원에게 로비나 하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에도 시·군에도 모두 도움이 안 된다.

행정법 체계를 봐도 안 맞는다.

임용령을 보면, 경기도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인 인사교류위원회에서 인사교류안을 작성해 시·군의 장에게 권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권고를 받은 시·군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고 강제돼 있다. 전제조항은 임의규정이고 후행조항은 강제규정인 것이다. 전제조항이 임의규정이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그렇다. 전제조항이 임의규정인데 후행조항이 강제규정일 수 없다. 시·군에서 인사교류를 안 받아주니까 그런 규정을 만든 것이다.

경상남도도 김두관 지사 시절에 일단 도로 가고 싶은 사람, 고향(시·군)으로 가고 싶은 사람, 이렇게 도청 소속, 시·군 소속 공무원을 분리를 해놓고, 한판을 정리하고 나서 정상적인 인사교류를 추진했다.

시·군 공무원들이 승진 인사 적체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뒤틀린 원인인 중 하나가 부당한 인사교류로 지방자치권을 빼앗기 때문이다.

경기도 담당 국장이나 과장도 이의가 없다. 다만 ‘도지사가 근절하라고 지시하던가, 상급기관에서 개선하라고 명령하던지 하기 전엔 자기 손으로 할 수 없다. 도청 공무원들한테 욕 먹는다’는 것이다. 도청 이기주의에 편들어 주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다. 시장, 군수가 시민들에 의해, 선거에 의해 당선됐는데 일부 공무원들에게 인사권이 미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다.

- 어제(24일) ‘경기도 인사교류 개선방안 토론회’를 한 것으로 안다. 토론회 분위기는 어땠나?
또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지방자치법이 시행됐는데도 관행이 유지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법에도 저촉되는데 나쁜 관행은 깨야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김현삼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자기들이 역할을 잘하겠다고 했다.

경기도시·군의장단협의회장인 수원시의회 노영관 의장도 “이렇게 불법적인 일을 왜 하냐. 그럼 감사는 왜 내려오고 행정사무감사는 왜 하냐”고 성토했다. “이런 게 왜 안 바뀌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도 했다.

경기도도 초대를 했다. 못 나오는 거다. 논란이 될 수 있으면 나와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인사교류를 위장한 낙하산 인사, 알박기식 인사, 회전문식 인사를 하니까 자기들이 주장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토론회는 상대방이 나오지 않아 쟁점이 형성이 안 되니까, 인사교류에 문제점이 있는 것을 전제로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토론을 했다.

   
▲ 서형택 공무원노조 경기본부장. ⓒ장명구 기자
- 도에선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해 어떤 투쟁을 벌여왔고 앞으로의 투쟁 계획은?

공무원노조만이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든 직협이든 공무원 제단체와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지역제공무원단체협의회 운영위에서 공유한 것은 일단 투쟁 평가서를 좀 내자고 했다. 평가해서 공유하고 관련해 세미나도 하려고 한다.

17일 도에서 시흥시에 일방적인 전출 인사를 했다. 시흥시장 같은 경우 낙하산 인사 반대 서명을 제일 먼저 한 시장이다. 도의 압력에 도저히 혼자 버틸 수 없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안양 같은 경우는 강하게 싸우니까 낙하산 인사를 안 내려보내고 있다. 평택시는 시장이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의장이라 안 내려보내고 있다. 인사교류를 장난치듯이 하는 건 문제가 있다.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하려고 한다. 정당한 1대 1 인사교류를 하지 않은 건 분명한 것이고, 시장·군수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 있으면 직권남용이다. 시흥시만 봐도 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니까.

여름휴가가 끝나고 나선, 하반기에는 전방위적으로 새누리당,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에게 면담 요청을 하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큰 울타리를 하나 만들 것이다. 시·군의장협과는 공동으로 해결하자고 해 놓은 상태고, 시장·군수협에도 다시 요청할 생각이다.

민주당 소속 시장·군수들이 내년 지방선거 민주당 정책공약을 발표할 때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약화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시흥시도 내년 2월에는 인사교류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경기도의회에선 행정사무감사 때 행정정보위에서 긴급현안으로 채택해 도를 압박할 계획이다.

국회의원에겐 긴급명령권이 있다. 작년 국정감사 때 부당한 인사교류를 개선하라고 지적했는데 도가 안 했다. 올해 긴급명령권을 동원해서 개선책을 내라고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내부적으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미나도 하고 홍보도 해서 전국 차원의 집회를 조직할 것이다. 그 힘으로 경기도를 압박하려고 한다.

흐지부지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 김문수 도지사 그림자 투쟁은 잘되고 있나?

김문수 도지사가 용의 꿈을 가지고 있다보니 경기도 현안을 잘 모르고 내부 현안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냥 관료들한테 맡겨 놓고 있다.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

지난 도민안방 때 자료집도 준비하고 해서 인사교류 문제점에 대해 20분 정도 설명을 했다. 검토해서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도록 결과를 보내주겠다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김문수 도지사는 자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안 하려고 하는 것이다. 용의 꿈을 가지고 있으니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사귀고 싶은 것이다. 그럴러면 인사교류가 있어야 한다. 중앙부처에서 내려온 공무원들을 자기 부하로 데리고 있으면서 고급관료들을 사귀고 싶은 것이다. 자기가 괜찮은 인물이라는 것도 알려줘야 하고.

토론회를 기점으로 김문수 도지사 그림자 투쟁은 정리하려고 한다. 김문수 도지사가 측근을 통해 도지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지사는 도 행정이 잘못된 게 있으면 즉각 개선해야 한다. 도지사는 도청의 도지사가 아니라 경기도 전체 공무원들의 도지사다. 잘 판단해서 누구하나 불평등함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사실 낙하산식 인사교류에 해당하는 공무원은 경기도 전체공무원의 단 몇 %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부분부터 법을 어기는 것을 해소하지 않으면 지방자치권은 무력화될 것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도민들께선 공무원노조가 지방자치권 확보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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