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중등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설립 추진위원장 이영선 선생님

▲ 중등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설립 추진위원장 봄날 쌤. ⓒ박상진

수원칠보산자유학교(이하 초등 자유학교)는 2005년에 개교한 수원 최초 유일의 미인가 초등 대안학교이다. 초등 자유학교에선 그동안 축적된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등 수원칠보산자유학교(이하 중등 자유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중등 자유학교 역시 수원 최초이고 유일하다.

그 중심에 중등 자유학교 설립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봄날(44, 본명 이영선) 쌤(선생님)이 있다. 19일 초등 자유학교에서 봄날 쌤을 만나 준비하고 있는 중등 자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많은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안다. 중등 자유학교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초등 자유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대안학교 진학률이 높다. 아이도 부모도 대안교육을 이어가고 싶은 의지가 생기고 높아진다. 하지만 현실은 중학교 과정의 대안학교가 가까이에 없어 대안교육을 하고 싶으나 청소년기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2005년 초등 자유학교를 설립할 때도 졸업하기 전에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2007년 평화중학교(가칭)를 준비하다 주·객관적인 조건이 안 맞아 접은 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기숙형 대안학교로 많이 진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 자유학교 나름의 경험을 이어나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교사회에서 이걸 시작하지 않으면, 통학형 대안학교에 갈 아이들이 다른 도시로 이사 가거나 1시간 넘게 걸려 통학을 하거나 해야 한다. 초등 자유학교를 잇는 과정으로, 삶의 터전인 수원지역을 지키면서, 청소년기를 가정에서 보낼 수 있으려면 중등 자유학교가 필요하다.

서수원지역엔 마을공동체 문화가 있다. 방과후학교, 도토리교실, 둠벙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책임질 마을공동체는 빠져 있는 곳이다. 마을로 봐서도 필요하겠다 생각한다.

- 중등 자유학교의 교훈(校訓)이랄까?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초등 자유학교 철학은 자유와 생명의 공동체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데, 자기가 스스로 설 수 있는 내면의 자유, 인간 본성 속에 있는 본질적 자유를 발현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자유다. 아이들하고 지내다보면 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화되면서 없어지는 거다.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생명은 모든 생명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자기를 파악하는 것, 그다음에 더불어 사는 것이다. 생명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에서  확장되는 것이고 관계망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 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중등 자유학교 과정에서 좀더 심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생명이 평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평화로운 사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 자신감이 있다. 왜 신나고 행복한 학교라고 하지 않고 자유와 생명을 이야기하는가. 이것을 이어가고 확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 중등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설립 추진위원장 봄날 쌤. ⓒ박상진
- 중등 자유학교 설립 과정은 어떻게 되나? 어떤 과정을 거쳐 왔고 앞으로 설립까지 어떤 과정이 남아 있나?

작년에 14명이 졸업했다. 결국 잘 진학했지만 떨어진 아이도 있고 다른 데 응시하기도 했다. 진학을 걱정하면서 지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우리는 교사회가 중심이 된 학교를 원한다. 교육관과 철학을 이어가는 학교를 원한다. 2012년 정식으로 학교 차원에서 제기를 했다. 2013년 2월 초등 자유학교 총회에서 설립추진위를 구성했다. 설립추진위를 중심으로 강연회도 하고, 공부도 하고, 교육과정도 마련했다. 오는 8월 24일 여름 총회에서 중등 자유학교 설립 승인 과정을 거친다.

초등 자유학교에서 교사가 1명이 올라간다. 초등 자유학교 교사가 중심이 돼 시작하는 학교다. 철학을 계승하는 학교다.

그렇다고 초등 자유학교에서 7학년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도 온다.

9월 28일 1차 학교설명회, 10월 26일 2차 학교설명회가 있다. 

- 무엇보다 설립하는데 재정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후원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고.

원칙적으로 최소 교육비로 하기로 했다. 재정을 마련하는 데 후원도 받아야 할 것 같다. CMS로 개인 후원도 받고, 가능하면 기업이나 다른 후원도 받으려고 한다.

재정이 있는 건  아닌데, 추진위원들과 초기 재정을 함께 준비한다. 법적 지위 형태는 협동조합으로 할 거다. 초등 자유학교가 지원할 여력이 없다. 지원하고 싶은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출자하도록 할 것이다. 후원을 조직하는 것 외에도 콘서트 같은 대규모 재정사업도 할 것이다.

- 교육체계와 내용이 특별한 것으로 알고 있다.

5년제이고 1학년은 3학기제다. 1학기는 3달 정도 과정이다. 1학기는 2달이 조금 안되고, 2학기는 여름방학이 포함돼 있다. 수업일수는 185일로 일반학교보다 조금 적다.

1년에 2번 기본으로 여행프로그램이 있다. 3학년 3학기 라오스에 가서 배우는 해외이동수업도 있다. 졸업을 앞둔 5학년 ‘스승을 찾아서’라는 50일짜리 진로수업도 있다.

크게 이야기 수업과 별 수업이 있다.

이야기 수업에는 문학과 어학, 역사를 포함한 모든 인문과목이 어우러지는 수업이다. 별 1 수업은 수학이고, 별 2 수업은 천문학, 융합과학 수업이다.

한 과목, 한 과목, 지리나 과학을 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삶을 고민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가 중요하다. 모든 것은 이야기고 그 이야기는 무언가 의미가 있다. 나중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굉장히 파격적인 교육과정이다.

중·고등학교 모든 내용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내용이 다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 한국사의 경우 해방 후의 역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같은 커리큘럼을 배치해 놓을 생각이다. 역사의 어떤 대목에서 뭘 읽으면 알 수 있다, 이런 방식이다.

4~5학년엔 심화하고 선택하는 수업을 더 넣으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천문에, 예술에, 문학에 더 많이 갈 수도 있다. 고3 나이는 선택과 심화가 가능한 나이라고 본다. 그 시기는 스스로 찾고 고민하고 심화한 것을 실습해 볼 수 있다. 대학을 가기 위해 독학을 해도 되고 학원을 다녀도 된다. 따로 어떤 선생님과 공부를 해도 좋다. NGO 활동을 해도 좋다. 어학연수를 할 수도 있고 요리학원을 다닐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길이 열려 있는데 학교에서 다 아우룰 수 없다.

우리는 대안학교 중에선 나중에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더라도 순수학문이나 순수 지적 호기심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 삶은 정신의 힘인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대단히 중요하고 삶을 결정짓기도 한다. 중요한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힘 말이다. 실생활에 쓰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없다.

몸으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과 표현 영역도 중요하고 살림수업보다 더 크게 잡혀 있다. 외국어도 중요한데 영어를 선택한 것은 기본 언어로서 영어의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이외에도 나의 강의실, 기본적인 연대기, 성장통, 스포츠 등이 있다.

분명한 것은, 교육과정에 대해선 교사회가 중심을 잡고 간다는 것이다.

▲ 중등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설립 추진위원장 봄날 쌤. ⓒ박상진
- 대안학교라면 지역사회와 연계를 갖거나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초등 자유학교는 학교 구성원만 학교에 관심이 있다. 이 학교가 뭘 하는지 구성원만 안다. 중등 자유학교는 협동조합이라 열린 학교다. 초등 자유학교보다 좀더 지역과 함께 할 영역이 있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스승을 찾아서’ 수업이 자리잡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가까이에 능력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장명구 기자가 스승일 수도 있다. 윤경선 전 시의원을 통해 의정활동을 밀착해서 볼 수도 있고 정당이 뭔가 알 수도 있다. 지역사회, 지역사람들과 연계를 갖는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 교육을 지원해 줄 분들을 모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열려있는 학교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재정문제는 토론이 더 돼야 한다.

-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데 학비는 얼마나 드나?

돈 때문에 학교를 못 다니는 경우가 없도록 최소 학비로 지역 문턱을 낮추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초등 자유학교도 중요하게 생각은 했지만 늘 빠듯하니까 한발도 못 나가고 있다. 중등 자유학교는 처음부터 중요하게 보고 가려고 한다.

학비는 정하지 않았다. 보통 기숙형 대안학교가 60~85만원이다. 기숙형이 아닌 통합형 대안학교는 45만원 정도다. 발전기금, 예탁금이 조금씩 다르게 있다. 그 기준보다 더 낮은 학비가 될 것이다.

- 중등 자유학교가 생긴다고 하면 전학을 올 학생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첫 해에는 중1만 뽑나? 아니면 전 학년을 모두 받나?

1학년만 뽑는다. 한 해, 한 해 올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오고 싶다면 일반학교 중2에 올라갈 학생들이 중등 자유학교로 와도 된다. 1년은 그리 크지 않다.

-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중등 자유학교에 자녀들을 보내야 할 메리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 답은 이철국(강아지똥, 불이학교 교장) 선생님이 강연에서 한 말로 대신하겠다.

불이학교는 일반학교와 대안학교 아이들 비중이 각각 10명씩 비슷하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비슷하지만 자조능력과 생활자립력에서 차이가 난다. 어떤 시도에 대해 겁내지 않는 것은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일반학교를 나온 학생들은 설거지나 비질 한번 안 해보고 밥 한번 안 해보고 빨래 한번 개보지 않는다. 짐을 챙겨본 적도 없다.

성장과정에서 어떤 결심을 하고 시도해야 할 때 지레 겁먹지 않는 것, 힘이 생기는 것이다. 비교할 수 없다.

요새는 사회인이 돼도 부모에 의지해서 산다. 그것에 반대한다. 인간의 몸의 성장과 정신의 성장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성장하고도 부모가 챙겨 줘야 하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다. 좀더 인간적 성숙을 생각한다면 대안학교, 대안교육이 의미가 있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초등 자유학교 아이들 중에 일찍 고민해야 한다고 학교를 이미 정해 둔 아이들도 있다. 초등 자유학교 아이들이 다 중등 자유학교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등 자유학교 정원은 20명이다. 어차피 외부에서 학생들이 와야 한다. 현재 초등 자유학교 졸업생들이 다 중등 자유학교로 와도 12명이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 몇 명의 혜택이 아니라 그 지역에 학교가 선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수원이나 수원 인근에서 중등 시기 대안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이 함께했으면 한다.

문의: 010-9684-7575
중등 칠보산자유학교 카페: youth7b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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