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부터 15일까지 6박 7일간 민주노총에서 진행하는 ‘제16기 노동자 통일선봉대(이하 통일선봉대)’에 참가했다.

통일선봉대는 6.15공동선언이 합의된 2000년부터 활동을 시작됐다. 매년 8월 15일(광복절) 전에 활동을 했다.

통일선봉대의 주된 실천은 전국의 주요 노동현장과 거리에서 그리고 주한미군기지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만나 자주평화 통일을 이야기하며 행동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한 자본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 엄호하며 연대하고 투쟁한다.

더욱이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8.15이기 때문에 통일선봉대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 한국 정부도 모르게 살아있는 탄저균을 일반 택배회사를 통해 밀반입하여 실험을 한 주한미군에 대한 분노와 저항은 하늘을 뚫어버릴 것 같았다.

통일선봉대가 1기에서 15기까지 이어지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냐마는 자주통일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기도 했다.

어쨌든 16기 통일선봉대에 참가했고 6박 7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통일선봉대 대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했다. 내가 이번 통일선봉대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나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노동운동의 발전적 방향 전환을 세우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 두 번째는 민주노조의 위기 속에서 다시 노동운동의 원칙을 세워나가며 현장 노동운동을 시작하기 위한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슬픈 역사 속에서 은폐되었던 양민학살 현장을 기행하며 이름도 남김없이 사라져간 이들을 기억하고 한반도의 자주, 민주, 통일과 평등 세상을 다시 한번 심장에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통일선봉대는 대장을 비롯하여 대원까지 솔선수범했다. 지도부의 지침은 철저하게 이행되면서도 규율은 자율적이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었다. 나이가 많고 적고, 여성이고 아니고 할 것 없었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자정을 넘어 취침할 때까지 강행군이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낮의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날씨에 집회를 하거나 행진을 하더라도 짜증내는 대원이 있을 법도 한데 짜증내는 대원도 없었다. 오히려 얼굴에는 투쟁의 열기와 웃음꽃이 만발했다.

또한 폭우를 맞으면서 수 km를 달기고 행진하면서도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불가피하게 경찰과 대치하더라도 개인행동을 하지 않고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행동해 만일에 발생할 문제를 애초에 차단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에서 하루 숙박을 했을 때, 어느 대원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앞마당 쓰레기를 치우고 구석구석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 모범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단체로 수련회를 다니거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보았어도 통일선봉대 대원들처럼 행동하는 단체는 처음이었다. 그러니 경찰도 두려워하는 통일선봉대 아닌가?

통일선봉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전 산내(골령골) 민간인 학살 현장과 세월호 침몰로 인해 많은 학생이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한 일이다. 역사 속에서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대전 산내(골령골) 민간인 학살현장에서 현재의 세월호 침몰사건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숨져갔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대답조차 없다. 아니 아예 없던 일처럼 치부해 버리고 있다. 1년 전 세월호 침몰 후 일련의 과정도 민간인 학살과 다를 바 없다. 아~!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기 만하다.

통일선봉대 활동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에게 커다란 버팀목이 될 것이다. 우리는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슬픔이 서로 공존하는 한반도의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간다. 이 현실 속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세우고 미래세대에게 분단된 조국이 아니라 하나된 한반도를 넘겨주어야 하는 의무와 자본의 세상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통일선봉대가 흘린 땀방울과 발자취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 자주통일을 향한 작은 울림으로 시작해 거대한 파도와 같이 울려퍼질 것이다. 6박 7일 간 8월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사랑과 열정을 불태운 200여명의 노동자 통일선봉대 대원들이여 건강하시라!

   

 

   

 

   
 

 <사진 제공: 박덕제>

기아노동자 박덕제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현) 노동자 진보정치실현 기아화성(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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