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우리 돈으로 북을 먹여 살리며 북 민심이 우리 쪽으로 오게 해야”

▲ 광복과 분단 70년, 6.15공동선언 15주년 기념 ‘평화통일 토크콘서트’. ⓒ장명구 기자

광복과 분단 70년, 6.15공동선언 15주년 기념 ‘평화통일 토크콘서트’가 11일 저녁 수원시청 대회의실에서 ‘만나야 통일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토크콘서트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출연했다. 대담자는 양훈도 한벗지역사회연구소 소장, 유문종 민주와평화를위한국민동행 조직위원장이었다. 사회는 김동균 통일나눔 상임대표가 봤다.

우선 정 전 장관은 최근 있었던 이희호 전 여사의 방북 이야기를 꺼내며 현 남북관계를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북은 8.15가 임박해 남에서 무언가 메시지를 주길 바라면서 이희호 전 여사 방북 날짜를 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남에서 이 전 여사가 가시는 뒤통수에다 대고 ‘개인 자격이고 메시지가 없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남에선 이 전 여사가 비행기에서 내리기 한 시간 전에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다”며 “북 당국자가 재미없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냥 다녀가시라고 해라’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양새가 아주 나쁘게 됐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북 붕괴론’의 연장선이라는 것.

정 전 장관은 “‘통일대박론’이 처음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며 “맞는 말이다. 통일이 되면 대박이 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북의 노동력, 지하자원 등을 들어 “한국의 잠재력도 큰데 북의 인력과 땅도 보통 잠재력이 있는 게 아니”라며 “미국이나 프랑스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또한 “통일은 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목표”로 규정했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 과정에서 경제적 협력이 이뤄지고, 사회문화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그 다음 단계로 정치, 군사적 공동체로 하나가 된다는 논리다. “그러면 통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에는 경제적 협력도, 사회문화적 교류도 눈곱만큼도 없더라”며 “그러니 정치, 군사적 긴장만 높아진다. 필시 대박이라고 하는 건 그 안에 ‘북 붕괴론’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북이 붕괴된다고 해도 우리 수중에는 안 들어온다”며 “북이 붕괴되면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일어나면 파급효과를 막기 위해 중국이 먼저 들어온다. 그러면 미국이 가만히 안 있는다. 결국 미, 중, 러 등은 유엔에 호소하게 되고 평화유지군이 들어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것이 아니라니까!”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경제공동체부터 만들어서 북에 혼란이 와도 북의 민심이 ‘남에 가서 살겠다’ 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면 주변 국가에서 개입 못한다. 독일도 그렇게 통일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을 이야기하며 “보수 성향의 대통령은 하나같이 북 붕괴를 생각하고 있다. 생각이 하나에 꽂히면 다른 것이 안 보인다”며 “‘통일대박론’은 ‘북 붕괴론’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은 절대로 안 받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의 체제에 대해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의 체제는 붕괴 요인도 있지만 면역력도 있다”고 했다.

붕괴 요인으로는 식량 부족 등을 들었다. “체제에 충성을 바쳐야 할 객관적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탱 요인으론 “독재국가라서 버틴다”고 말했다. 권력으로부터 보호받는 10%가 나머지 90%를 눌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정 전 장관은 “북은 그런 상황이다. 북의 체제 붕괴 요인만 보고 지탱 요인을 안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전 여사 방북을 거론하며 “평양만 보았지만 상당히 경제가 좋아졌다. 망해가는 나라 조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미, 중, 러, 일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남이 통일을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독일의 통일 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의 말에 의하면, 독일은 통일을 위해 서독이 동독에게 30여년 동안 매년 29억 달러씩 현금이나 물자로 이른바 ‘퍼주기’를 했다. 보수정권도 진보정권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독을 돕는 과정에서 동독 민심이 움직이며 하나로 뭉쳐야 되겠다는 ‘통일의 구심력’을 만들었다. 경제공동체, 사회문화공동체에 이어 정치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베를린 장벽 붕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후 독일은 ‘통일의 원심력’도 관리하기 시작했다. 미군이 통일 후에도 주둔하게 해 미국이 통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원심력 미국을 구심력으로 돌려세웠다.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소련은 떼어냈다. 프랑스는 수시로 연락을 취해 불안감을 해소토록 했다. 통일을 방해한 나라는 영국뿐이었다.

정 전 장관은 “통일의 구심력을 키우고 그 다음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것들을 하나씩 토막을 쳐서 밀어내거나 힘을 못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단 70년동안 기득권을 누린 세력, 분단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통일의 원심력”이라며 “원심력은 남의 내부에도 있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통일 환경 조성을 위해 주변국과 외교를 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들은 입으로만 통일을 지지한다”며 “통일은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 그 말에 뼈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우려하는 ‘통일 비용’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의 시너지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것.

정 전 장관은 “오늘 갑자기 통일이 되면 북한을 사실상 책임을 져야 한다. 북 경제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통일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GDP 6~6.5%인 600억 달러~650억 달러가 들어간다는 것.

반대로 정 전 장관은 “통일 비용이 나가는 순간부터 안 나가는 비용이 있다. ‘분단 비용’”이라고 말했다. “전쟁 예방을 위해 미군 무기도 사와야 하고, 대사관도 2개씩 운영해야 하고, 이런 것이 다 분단 비용”이라는 얘기다. GDP 4~4.5%인 400억 달러~450억 달러가 절감된다는 것.

결국 정 전 장관은 “더하기 빼기 하면 200억 달러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게다가 “북의 경제를 키우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 우리 경제는 연간 11.25% 성장하게 돼 있다. 10년~15년 동안 경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그래서 통일은 대박이다. 일자리도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청년일자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앞으로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을 피력했다.

정 전 장관은 “6.15공동선언 조항 중에서 4항이 가장 중요하다.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라는 대목이 중요하다”며 “남이 우위에 있는 경제로 북을 도와주면서 그 이유로 북이 군사적 도발을 못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4항에 이른바 ‘돈 주면 안 되겠나!’ 조항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돈으로 북을 먹여 살리며 북의 민심이 우리 쪽으로 오게 하는 것이 구심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정 전 장관은 “우리 내부의 통일 원심력 때문에 분단이 지속되고 있다”며 “통일을 위해 뭐 좀 하려고 하면 ‘퍼주기’니 ‘빨갱이’니 한다. 그래서 난 빨간 넥타이도 안 맨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 전 장관은 “분단 70년인데도 분단은 계속되고 10년 안에, 20년 안에도 마감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를 극복할 길은 젊은 분들이 각성해서 통일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부모님 세대 생각을 고쳐 달라. 통일의 구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민족의 마음속에 통일 지향성이 강할 수 있도록 젊은 사람들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크콘서트는 광복과 분단 70년 기념행사 수원시민추진위원회(수원시민추진위), 한반도 평화포럼이 주최했다. 수원시민추진위가 주관했다. 수원시가 후원했다.

이날 통일콘서트에는 수원시민추진위 상임대표 이종철 목사, 6.15경기본부 윤기석 상임대표, 수산스님, 수원평화포럼 임미숙 대표, 수원진보연대 윤경선 대표 등 수원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염태영 수원시장, 수원시의회 김진관 의원 등도 자리를 빛냈다.

이종철 목사는 인사말에서 “토크콘서트가 한반도 전쟁의 불씨를 완전히 사그라뜨리고 하나의 조국에서 우리의 아들, 딸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된 길을 찾기 위한 시민적 지혜를 모으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며 “무엇보다 여러분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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