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 한규협의 정규직을 향한 투쟁은 시작이 아니라 끝이어야 한다.

지난 7월 11일 오후 3시에 평택(송탄) 미군기지 앞에서 ‘주한미군의 탄저균 불법반입 규탄 세균전 실험실 및 훈련부대 폐쇄 촉구 국민결의대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6도였다. 아스팔트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뜨거운 지열에 엉덩이가 옴짝달싹, 안절부절 못하며 집회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서울시청 앞 인권위원회 광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두 노동자(최정명, 한규협)를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정몽구가 책임져라’라는 구호를 광고탑에 내걸고 투쟁한 지 꼬박 한 달, 31일째 되는 날이었다. 높이 60여m 상공에 폭 1.5m가 채 되지 않은 곳에서 피뢰침에 몸을 의지하고 뜨거운 태양열에 달구어질 대로 달구어진 철판 위에 서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는 지난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라 노동의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며 자본가 정권은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노동자들을 더욱더 불구덩이로 몰아넣었다.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하며 노동자 간에 분쟁을 불러오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오는 이익 전부를 자본가들이 챙겨 가게끔 했다.

기아/현대 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9월 무려 11조원을 들여 한전 부지를 매입했다. 황당한 부동산 매입에는 과감하게 배팅하면서 정작 정몽구 회장의 몸을 부풀리게 해준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9월 25일 1심 재판에서 법원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극히 정상적인 요구를 법의 테두리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요구가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두 노동자(최정명. 한규협)는 죽음을 무릅쓰고 광고탑 위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누가 그들을 한여름 피할 수 없는 뜨거운 태양열 아래 세웠는가? 누가 그들을 하늘 감옥에 가두어 놓고 죽음으로 내모는가? 이제 기아/현대 자동차 정몽구회장은 답을 해야 한다.

삼복더위가 한창이다. 두 노동자(최정명, 한규협)는 여전히 광고탑 위에서 자그마한 텐트(햇빛을 가릴 수 있는 가림막)와 피뢰침에 몸을 지탱하며 투쟁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노동자는 오히려 땅 위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걱정하고 있다.

나는 두 노동자(최정명, 한규협)의 안전과 생명이 걱정된다. 이 투쟁에서 승리해 가슴 부둥켜안고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며 눈물 흘리며 회고하고 싶다. 하지만 난 감히 두 노동자(최정명, 한규협)에게 말하고 싶다. 언제든 힘들면 내려오라고.
 

기아노동자 박덕제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현) 노동자 진보정치실현 기아화성(준) 의장
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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