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희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나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올해로 15년이 된다. 양측은 이 선언 이후 매년 서울과 평양을 번갈아 가며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그 기간은 김대중 정부 2년과 노무현 정부 5년을 합해 고작 7년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안보동맹세력이 통일운동세력을 제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안보동맹은 미국이라는 초국적인 강대국과 한국이라는 왜소한 나라가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강자란 힘이 강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미안보동맹은 힘이 강한 미국이 작은 나라 한국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처음부터 조직되었다. 15년 전에도 한미 간에는 안보동맹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남북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지금은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왜 그런가. 정부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한의 이, 박 두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 문제를 미국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악화된 남북관계를 방관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개선을 추구하려는 신호를 북에 보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늘 진정성이 의심을 받았다. 거기다 미국의 입장과도 달랐다. 미국은 어느 당이 집권하건 대북정책의 핵심은 핵 폐기 주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약자가 먼저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유사 이래 그렇게 그냥 굴복한 적대국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말, 미국 내의 소니사 해킹사건이 발생했는데, 대북강경파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며 대북 제재강도를 한층 더 높였다.

이런 정세 속에서 지난 1월 29일 한미 양국이 서울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외교차관급이 참여한 고위급 협의를 갖고 한반도 정책을 조율했다. 미국측 대표인 셔먼 차관은 이 협의 직후 “한국이 통일되고 분단이 끝나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북정책 방향에서는 우리와 미묘하게 달랐다. 즉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연합뉴스)”라고 한 대목이다. 이 말은 어떠한 문제도 핵 문제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남북 간에 과거식 인적 및 물적 교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휴전선의 남쪽통행권을 장악한 미국의 입장이다. 과거 같았으면 이 같은 한미 간 견해차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박 정권의 지지층이나 정부 안에는 한국의 이해보다는 미국의 이해를 더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들이 바로 한국 내의 보수, 안보 지상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늘 북의 핵과 인권 문제를 주목한다. 미국이 북의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면 바로 이를 거들고 나선다. 광화문 네거리에 천막을 치고 ‘북한인권법 제정운동’을 펼친다. 또 일부는 휴전선 근처로 가서 북을 향해 풍선을 날려 보낸다. 여기엔 미국의 시민단체도 가담한다. 미국은 북에 관한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전혀 변함이 없다.

미국이 북한이라는 작은 악마를 꺼내 무대에 올려놓으면 북한은 틀림없이 크게 반발한다. 지난 연말, 미국이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를 통과시켰을 때, 재일<조선신보>는 “여기에 가담하는 남조선당국의 노림수는 ‘인권’ 문제를 구실로 북을 모해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여 조선반도의 긴장상태를 격화시키는데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핵문제와 함께 ‘인권’ 문제를 조선을 겨냥한 국제적 압박공조의 실현수단으로 써먹으려고 하고 있”다며 과연 미국의 의도대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이후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 Policy)’을 천명하면서 중국포위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정책의 효과적인 실현을 위하여 전범국가인 일본을 평화국가로 격상시켜주는 한편, 남한을 미국의 영구진지화하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바라는 북한 역할은 ’작은 악마‘이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통일이란 단어 자체에 대해 대북정책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악평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서 통일운동을 한다는 것은 1930년 대 항일독립운동만큼이나 지난한 일이다. 그렇다고 통일운동을 안보동맹의 태풍 앞에서 꺼뜨려서는 안 된다. 이 운동은 운동대로 추진하되, 어디에서건 미국 조야를 향하여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더욱 크게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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