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요즘 여러 대형사건 발생 후 대응하는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을 보며 ‘왜 이리 무능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4.16 세월호 침몰 사건, 최근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발생 후 대응 미숙에서 볼 수 있다.

대형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지만 사고는 언제 어느 때든 발생할 수 있다. 사고의 발생 초기 대응을 신속 정확하게 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가 초래된다. 미숙하게 대응함으로써 소중한 생명을 잃고 슬퍼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현장 안전사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모두가 조심하고 안전하게 작업을 진행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장소에서는 안일하게 대응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어찌 안전과 보건 영역에서만 있겠는가? 혹 ‘대공장 노동운동’은 안전한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민주노조운동의 시작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감시 통제하는 어용노조였다. 노동조합의 민주노조운동은 조합원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며 발전했다. 조합원의 임금과 복지에 대해 짧은 시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이후 노조 간부의 도덕성 문제와 각 현장조직들의 잦은 계파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노동탄압과 야권 종북몰이, 지지부진한 내수경제 그리고 조합원들의 다양한 사고방식 등은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20년 이상의 노동조합 민주노조운동이 더 발전하려면 현장의견그룹들과 노동조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임금과 복지, 고용 의제를 뛰어넘어 정치, 사회 개혁 의제를 조합원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 초기에는 다양한 정치, 사회 개혁 의제를 임·단협 투쟁과 함께 맞물려 진행했다. 1996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시기에는 최선봉에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깃발을 세우고 투쟁했다. 민중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했기 때문에 1997년 기아자동차 부도 이후 각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은 ‘기아 살리기 공대위’로 힘을 모아주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조합원들의 임금과 복지, 고용 등에 제한을 두고 투쟁을 하고 있다. 요즘 대공장 노동조합이 투쟁하면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대투쟁도 마찬가지이다. 조합원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만의 사업이거나 일부 활동가들의 연대투쟁으로 제한이 되었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함께, 그리고 민중과 함께 더욱더 성장하려면 지금의 소극적인 투쟁을 뛰어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장의견그룹의 진정성 회복이다. 현장에서 어떤 투쟁을 어느 누가 하더라도 조합원들은 이제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투쟁에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다.

현장의견그룹 중 신생 그룹이라 할지라도 노동조합 집행을 해보지 않은 곳은 없다.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할 때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현장의견그룹은 이해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비수를 꽂아버린다. 집행할 때 자기 자신들의 실수나 부족한 것은 없다는 식으로 공격을 한다. 이런 것이 매번 반복되다보니 조합원들의 눈에는 현장의견그룹은 ‘도 긴 개 긴’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념과 노선을 올바로 세워 노동조합 집행 권력을 잡든 아니든 원칙을 가지고 활동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함께 영원히 존립하려면 당장의 편안함 앞에 안도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게 노동조합을 개조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이 현장의견그룹이 해야 할 몫이다.

박근혜 정부가 작년 세월호 침몰 사건과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에 ‘국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국민이 우선이라면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은 조합원이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더이상 노동조합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조합원과 진정성을 가지고 만나고 소통하면서 노동조합의 백년지대계를 펼쳐나가야 한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현) 노동자 진보정치실현 기아화성(준) 의장
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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