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남부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상진 사무국장.

지난 5월 28일 미국은 살아있는 탄저균이 주한미군 오산기지로 오배송되어 폐기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통합위협인식프로그램(ITRP) 시연회에서 새로운 유전자 분석장비를 소개하기 위해 4주 전 탄저균을 반입했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번 실험 훈련은 최초로 실시된 것으로 한미 동맹군 보호와 대한민국 국민 방어에 필요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역량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 실사용 되고 있는 장비와 새로 도입될 체계들을 운용해 현장에서 독극물과 병원균 식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됐다”고 하였다.

미 국방장관은 사고 직후 한국에 사과하며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하였고, 한국 정부는 “탄저균과 같은 위험 물질이 사전신고 등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 반입돼 우려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백승주 국방차관)고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군이 탄저균에 이어 맹독성 보툴리눔까지 한국에 불법 반입, 실험해 왔으며 소위 ‘주피터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부터 주기적으로 반입과 실험을 반복해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생물무기와 장비의 보유 실태나 관련 실험 및 군사훈련의 현황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특히 이번 사건은 위험물질의 국내 반입 절차상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법과 국제법(생물무기금지협약, BWC)를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군이 한반도에서 생화학전을 상정한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데 더 큰 위험성이 있다. 이에 탄저균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한미소파 개정, 실험 중단을 통한 재발방지책과 생화학 군사훈련 및 생물무기의 폐기가 요구되고 있다. 관련 내용을 더 짚어 보자.

1. 국제법, 국내법 위반! 불법행위 처벌하고 불법적 생물무기 폐기해야

탄저균과 보툴리눔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제1급(Category A)’으로 분류할 만큼 인간에게 가장 유해한 생물작용제(무기)다. 탄저균은 감염될 경우 호흡기형, 피부형, 소화기형으로 증상이 나뉘는데, 이중 호흡기형은 호흡곤란으로 2~3일 후에 사망한다. 사망률이 무려 90% 이상이다. 탄저균은 무색무취의 형태로 공기 중에 에어로졸로 살포 가능하여 대표적인 생물테러전염병 병원체로 꼽힌다.

보툴리눔(독소 A)의 치사량은 1μg(마이크로 그램)에 불과하여, 1g만 공기 중에 살포해도 1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군이 이러한 반인도적 생물작용제(무기)를 한국 정부에 통보도 없이 반입했다는 사실은 미군이 그만큼 한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생물무기는 민간인과 군인,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가리지 않고 대량살상이 가능하여 대표적인 반인도적 무기로 꼽힌다. 이에 국제사회는 반인도적인 대량살상무기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무기금지협약(1971년 채택, 1975년 발효)’을 체결했다. 미국, 한국, 북한 등 182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생물무기금지협약’은 제1조에서 생물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3조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양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미군이 한국 내로 탄저균 등을 반입한 것은 명백한 ‘생물무기금지협약’ 위반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군의 탄저균 반입 사건을 두고 “미군이 주피터 프로그램을 위해 한국에 탄저균 등을 들여오면서 생물무기금지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양도’의 불법성만 제기하지만, ‘개발, 생산, 비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런 관점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생물무기금지협약은 ‘평화 목적’에 한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번 살아있는 탄저균 반입 행위가 ‘평화 목적’일 수는 없다. ‘평화 목적’이라는 것은 질병 치료를 위한 연구를 의미하며 이는 미국의 경우는 질방통제예방센터(CDC), 한국의 경우는 질병관리본부의 주도로 실행될 것이며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주로 제약회사 연구소 등 민간이 행하기 때문이다. 탄저균이 군에 의해 반입됐다는 것 자체가 군사용도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군은 ‘방어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어용’이라고 평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생물무기에 대한 방어무기 개발은 공격무기의 개발을 전제로 하는 생물무기의 개발 특성상, 방어무기 개발은 곧 공격무기 개발로 되기 때문이다. 또한 생물무기에 대한 방어무기의 개발을 인정해주면, 생물무기금지조약이 ‘개발, 생산, 비축’을 금지한 대전제를 허물게 되어 협약 자체가 무력화되어 버린다. 따라서 미군의 ‘방어용’ 논리가 탄저균 반입의 불법성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국내법에서는 ‘화학무기·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생화학무기금지법)은 제4조의 2의 ①, ②항에서 생물무기(작용제)의 “(개발)·제조·획득·보유·비축·이전·운송”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생물작용제를 제조하거나 수입하기 위해서는 수입목적 등에 관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허를 받아야 하고, 생물작용제를 보유하는 자는 보유량과 보유 경위 등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미군의 한국으로의 생물작용제(무기)의 반입은 국내법에 저촉된다.

또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상 탄저균과 같은 ‘고위험병원체’는 학술 연구 등의 목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국내에 반입하려면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미소파’는 제7조에서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은 대한민국 안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한미소파가 미군의 ‘군사화물’에 대한 세관 검사를 면제하고 있으나 세관 검사의 면제가 곧 미군의 한국으로의 물품 반입이 국내법 위반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한미소파 제7조에 따라 미군이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한미소파를 운용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에 국내법에 위배되는 미군의 물품 반입은 한미소파 제9조 5항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한미소파 제7조의 취지에 따라 즉각 중단됨으로써 탄저균 반입과 같은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국의 주권을 농락하는 상황이 재발되는 것을 조속히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미소파는 기본적으로 불평등하고 미군의 위험물질 반입에 대한 한국의 통제권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되어 있는 한미소파 제7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미군이 한국 주권과 법제도를 업신여기는 행위를 문제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한미소파가 개정되기 이전이라도 위험천만한 생물무기 등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한국내로 반입되는 것을 차단시킬 수 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소파규정상 위험물질 반입시 한국에 통보해야 한다’며 소파 규정을 잘못 보도하거나, ‘살아있는 탄저균’만 문제고 비활성화된 탄저균은 문제가 없다고 보도하면서 객관사실을 왜곡하거나 국민들의 인식을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

2.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전력 강화와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생화학전 교리와 전략 및 생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해야

주한미군이 앞으로도 생화학 실험을 계속 하리라는 우려는 미국이 매우 공세적인 대북 생화학전 교리와 전략을 수립하고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전략과 전력을 강화하며, 이에 따른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는 데서 온다.

미국은 최근 제23화학대대를 주한미군 2사단에 재배치했다. 해외 미국 부대 가운데 화학대대를 운용하는 곳은 주한미군 2사단이 유일할 정도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생화학전에 골몰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주한미군 2사단 전력을 2배가하고 최근 창설한 한미연합사단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화생방 무기를 선제 제거, 확보하는 작전을 수립하고 키 리졸브나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통해 이를 숙지하는 훈련을 계속 해오고 있다. 소위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이라는 생물무기 프로그램이 시작된 시점과 미 제23화학대대가 한반도에 재배치 된 시점이 일치하는 것도 미군의 한반도 생화학전 전력 강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전력 강화와 훈련은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생화학무기 사용에 대비한 방어무기 개발과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부당하다. 생화학무기는 반인도적이고 불법적인 무기로 적국이 생화학무기로 공격한다고 해서 생화학무기로 반격하는 것은 불법적인 전쟁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북한의 생물무기가 정말 문제가 되고 있다면 생물무기금지협약의 검증체계를 도입함으로써 해결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생물무기금지협약 가입 당사국들의 생물무기 개발, 생산보유 실태를 확인할 수 있은 검증의정서 채택을 무산(2000년)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재정 교수는 “미국은 당시 ‘외국의 첩자들이 사찰단에 침투하여 미국 제약업체들의 비밀을 훔쳐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청문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그는 ‘미국 정부가 수행한 활동 중 일부는 생물무기협약을 위배했을지도 모르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시인, 검증제도에 대한 반대 이유가 상업적 이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방부와 CIA가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는 생물무기 연구 프로그램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내비쳤다. 그의 이러한 발언이 있은 직후 밀러와 잉글버그, 브로드 등이 ‘세균’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이 최근까지 탄저균을 생산하고 생물무기 운반체 제조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검증에 대한 미국의 반대 이유가 더욱 확실해진 것이다.(2001. 12. 15.통일뉴스)”라고 쓰고 있다.

이번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송한 지역은 한국뿐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미국 내 연구시설 등 현재까지 66곳으로 확인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9곳의 실험실과 한국에 배달되었다고 하더니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탄저균 관련 사고는 미국 내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2014년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탄저균과 조류인플루엔자 실험실 두 곳의 연구자 60여명이 탄저균에 노출될 위험에 처하는 등의 문제로 일시 폐쇄된 사례가 있으며 2006년에는 완전히 비활성화 되지 않은 탄저균 DNA가 외부 실험실로 보내지는 사고도 있었다. 1968년 더그웨이 육군 생화학 실험기지 인근 양떼 6,000여 마리가 몰살을 당했는데 조사결과 미 육군은 신경가스를 하루 전날 살포하는 실험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미국이 탄저균 등 생물무기 개발과 생물무기 운반체 제조 실험들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주한미군사령부는 제23화학대대 등 주한미군이 영평 로드리게스 훈련장 등에서 생화학무기 사용과 훈련을 하는 것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고 시민사회와 공동조사를 벌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오바마 정부는 생화학 교리, 전략, 생화학 무기를 즉각 전면 폐기해야 하며 생물무기의 불법 반입과 실험에 대해 한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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