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정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첫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인근의 학교들보다 학생수가 적어 보통 한 학년에 두, 세 개의 학급만 있다. 그래서인지 도심에 있는 학교임에도 시골 학교처럼 선후배가 쉽게 어울리고, 챙겨주는, 인심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런데 지인들을 통해 인근의 초등학교 엄마들이 우리 학교를 무시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아이들의 학력이 낮다, 한마디로 이 학교 아이들은 공부를 못한다고 그야말로 흉을 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끼리 학력 테스트를 한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그리 쉽게 단정 지을까? 그리고 학력을 떠나 아이들의 인성과 학교 구성원들의 관계는 왜 평가하고 비교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파트 대단지를 끼고 있는 학교들과 달리 경제적으로 좀더 낙후해 보이는 동네의 작은 학교에 대한 낙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 안에 만연해 있는 경제력과 스펙, 능력을 중시하는 관점이 아이들을 보는 태도에도 깃들어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야기를 건너 뛰어, 남북관계를 보자. 북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통일은 남측에 너무 큰 손해만 안겨줄 것 같다.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통일세까지 걷어야 할지 모른다니 통일 좀 미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냥 이렇게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어, 그런데,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이야기하고 통일 이후, 북의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에, 유라시아를 잇는 횡단 철도를 한반도로 이으면 남측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이득을 준다니 말만 하지 말고 어서 빨리 추진하면 좋겠다. 통일하지 말자고 하는 사람도, 어서 빨리 하자는 사람도 가장 첫 번째 내세우는 이유는 경제적 득실이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친구를 사귈 때 집의 평수대로 그룹을 달리한다는, 이 기가 찰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통일이 갖는 역사적 의미, 우리 아이들이 그려나갈 미래에 대한 모색이 이야기될 수 있을까? 답은 그래야 한다. 과거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빠른 속도에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기 위해 잠시 쉬었던 것처럼 우리도 경제력, 능력, 스펙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폭주를 멈추고 잠시 쉬어 사람을, 통일을 진정성 있게 살펴봐야 한다.

곧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갈등을 극복하고 통일을 준비하기위해 모색했던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이 다가온다. 그 무엇보다 6.15공동선언 15주년은 우리 국민들에게 통일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