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락 목사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기독교 경전 중에 하나인 마가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이야기가 나온다. 열 두 살 난 딸이 몹쓸 병에 걸려 죽게 되자 딸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 야이로는 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결국 지푸라기로도 잡는 심정으로 예수를 찾아와서 고쳐 주시기를 간청했다. 그런데 예수께서 야이로와 함께 그의 집으로 향하던 도중 하인들이 달려와 딸이 숨을 거두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집안이 순식간에 눈물과 통곡만이 가득한 초상집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슬피 울며 통곡하고 있던 그 순간, 예수께서는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셨다. “너희가 어찌하여 우느냐 이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이 든 것이다.” 회당장의 하인들이 소녀의 죽음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 슬픈 소식을 주인에게 전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누가 봐도 소녀는 분명히 숨이 끊어졌다. 소녀의 인생은 끝났다. 오히려 소녀의 죽음을 부인하는 것은 더 큰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이 명백한 사실을 눈앞에 두고도 분명한 어조로 소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든 것이라고 외치셨고 그런 소녀를 향해 “달리다쿰(소녀여 일어나라 라는 뜻의 아람어)” 하고 말씀하셨으며 바로 그때 죽었던 소녀가 벌떡 일어나 걷게 됐다는 꿈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이 시간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를 따질 마음은 없다. 중요한 것은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채 죽었다고 여겨졌던 소녀가 사실은 잠든 것 뿐이고 예수께서는 그런 소녀를 일으켜 세워 다시 살게 하셨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 이야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마가복음이 쓰여진 시기는 AD 70년 경으로, 로마의 식민지로 살아가던 유대 백성들이 대규모 독립 운동을 벌였다가 처참하게 진압 당했던 때였다. 오랜 굴욕의 세월을 딛고 일어나 해방의 새 역사를 일구어 가고자 목숨을 걸고 일생일대의 싸움을 시작했는데 무참하게 짓밟히고 말았던 것이다.

해방과 독립을 향한 꿈과 소망은 깡그리 사라져 버렸고 오직 헤어나올 수 없는 깊고 깊은 절망과 눈물만이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예수께서 바로 그 초상집 이스라엘을 향해서 너희는 죽지 않았고 잠시 잠들었을 뿐이라고 선언하셨을 뿐 아니라 “달리다쿰” 하고 외치심으로 저들을 일으켜 세우셨던 것이다.

2015년 한반도의 현실도 역시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남북의 만남을 가로막고 불신을 조장하는 5‧24조치의 악령이 여전히 한민족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으며, 광복과 분단 70년,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이하여 7천만 겨레가 하나 되어 치루고자 했던 남북공동행사의 성사 여부 역시 불투명한 가운데 있다. 더더군다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민간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전혀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는 안타까운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과 북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평화 통일의 희망은 결코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불의한 역사 가운데 잠시 잠들어 있었을 뿐, 한숨 푹 자고 나면 분명 어제와는 다른 새날 새아침이 밝아오고야 말 것이다.

8‧15 해방 70년,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이하여 박근혜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남북의 하나됨을 가로막는 5‧24조치를 즉각 해제하고, 민족 공동행사의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

7천만 겨레에게 호소한다. 평화 통일의 그날은 반드시 온다. 달리다쿰! 절망과 비관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평화와 통일의 새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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