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2015년 가을,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새로운 24대 임원을 선출한다. 현장조직들은 벌써부터 일찌감치 임원선거 준비를 하는 듯하다. 임원선거가 5개월 남짓이나 남았고 아직 올해 임금인상 투쟁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기아자동차지부는 금속노조로 조직을 전환한 후 지부·지회 직접선출제도를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진행하는 임원선거는 지부장 러닝메이트(지부장-수석부지부장-사무국장-각 지회장) 제도로 규약을 변경하여 진행한다.

금속노조로 조직을 전환한 후 지부와 지회의 사업은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다. 왜냐면 지부와 지회 간 서로 다른 현장조직이 집행부를 구성해 집행을 하다보니 사업에 대한 입장 차이와 현장조직과의 소통 부재로 인해 문제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었다.

어찌되었든 임원선거는 조합원과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그러나 실상 조합원과 현장조직이 느끼는 온도 차는 사뭇 다르다. 현장조직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조합원을 위한 복지와 고용은 뒤로 한 채 임원선거 당선을 위한 조직재편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아자동차지부의 위상과 역할은 조합원의 복지와 고용 의제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기아자동차지부의 활동은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관심의 대상이다. 기아자동차 노동운동의 핵심은 현장투쟁이다.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20년 이상의 어용노조의 사슬을 끊고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비인간적 대우에서 촉발된 이른바 ‘87년 식당 대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 투쟁은 이후 민주노조를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고, 현장조직의 탄생이기도 했다. 20년 이상 민주노조운동과 함께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발전한 현장조직의 올바른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단순히 임원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20년 동안 지켜온 민주노조를 더욱더 강화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이 국민과의 소통과 대화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진일보한 민주주의마저 송두리째 황폐화시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선거 때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현혹했다. 당선된 후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런 대통령은 필요 없다.

노동현장 또한 마찬가지다. 조합원에 대한 고용과 복지 그리고 대기업 노동조합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현장조직과 대중조직의 임원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자 투쟁의 원동력은 조합원으로부터 나온다. 이 원리를 간과하면 문제가 터졌을 때 전혀 다른 처방으로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물론 현장조직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임원선거 준비를 하는 것을 말릴 수야 없다. 그럼에도 지금 기아자동차지부 임원선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많은 현장조직들이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은 아쉬움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으로는 ‘2015년 임금인상 투쟁을 어떻게 잘 준비하고 승리할 수 있게 하느냐?’에 있을 것이고, 밖으로는 ‘노동자들에게 밀접한 노동법 개악 투쟁에 어떻게 복무할 것이냐?’일 것이다.

아무쪼록 현장조직들이 올바른 현실 인식과 대안을 가지고 조합원과 함께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현) 노동자 진보정치실현 기아화성(준) 의장
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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