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혜경 바늘인형 대표

▲ 이혜경 바늘인형 대표. ⓒ임이화 기자

오로지 신기할 따름이다. 바늘 하나만으로 한 땀 두 땀 촘촘히 뜨는 세심함을 발휘해 실물과 흡사한 인형을 만들어 냈다. 사람의 형체를 갖춘 인형에 바느질로 단순히 옷을 만들어 입힌 것이 아니다. 사람의 형체부터 손수 바느질을 통해 만든 바늘조각인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느질 하나만으로 인형을 만드는 것이다.

얼굴 크기와 모양, 눈, 코, 입, 귀 등을 모두 바느질을 통해 만들었다. 바느질의 세심함은 마치 살아 있는 인형을 보는 것 같다. 눈동자도 만들어 넣었다. 콧구멍도 있고 입술도 발그레하다. 귀도 똑같이 갖다 붙였다. 배꼽도 있다. 인형은 겉옷만 걸쳐 입지 않았다. 속옷에서부터 겉옷까지 실제 사람이 입는 것과 매한가지였다. 한복에서 양복까지 다양했고 신발도 신겨 구색을 갖추었다.

이 모든 것이 바느질을 통해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됐다고 하니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수원 행궁동 공방거리에서 ‘바늘인형’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혜경(40) 대표의 솜씨다.

4~5평 남짓 아담한 공방에 들어서니 각양각색의 인형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가방이나 책갈피, 핸드폰 악세사리, 머플러 등 손수 제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모두 이 대표의 혼이 담긴 예술 작품들이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재봉틀도 한 켠에 있었고 공방 한 가운데 탁자에선 다림질도 할 수 있었다.

이 대표를 21일 오후 바늘인형 공방에서 만났다. 바늘공방은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단국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했다. 단국대학원에서 전통의상학을 수료했다. 고분에서 발굴된 미라의 복식을 보수하거나 복제하는 일을 했다. 문헌을 통해 고증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침선공방을 잠깐 한 적이 있다.

▲ 바늘인형 전경. ⓒ임이화 기자
- ‘바늘인형’이란 상호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원래 명칭은 ‘바늘조각인형’이다. 헝겊으로 만드는 인형 중에선 가장 정교한 인형이다. 헝겊을 씌워서 쌍꺼풀까지 만들어 넣었다. 그린 것도 있지만 눈동자를 집어넣은 것도 있다. 전체적인 인형의 틀은 안에 와이어를 넣어 잡아 준 것이다.

바늘인형은 100% 직접 제작한 것이다. 화장도 시키고 필요한 소품 직접 만든 것이다. 머리핀도 꽂아 주었다. 신발도 직접 만든 것이다.

- 인형들의 표정이 모두 다르다. 대부분 무척 밝은 표정이다.

아기 인형은 아기 비율에 맞게 하는 것이고 어른 인형은 어른 비율에 맞게 해야 한다. 표정이 다 다르다. 눈, 코, 입 크기나 치아도 다양하다.

아무리 똑같이 스케치를 해서 만든다고 해도 바느질을 하면서 힘이 들어가는 정도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인형을 만들고 싶어도 다 다르다. 이것이 매력이다. 같은 아기 인형이라도 느낌이 다르다.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작품이 나올지 나도 모른다.

옷 안에 보면 몸에 근육도 있고 여자 배꼽도 있다. 바늘로 그런 조각을 하는 게 힘도 들고 만드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 말 그대로 바늘로 조각을 하는 것이다.

- 인형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어릴 적에 빨간머리 앤을 정말 좋아했다. 빨간머리는 아니지만 이 인형은 겉옷도 있지만 속치마도 있고 양말도 벗길 수 있다.

- 이런 일을 하게 된 계기는?

한복에 대해서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매력을 느꼈다. 여자 애들이 다 그렇지만, 인형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갖고는 싶은데 안 사 줘서 종이인형을 가지고 놀 정도였다.

어릴 적에는 인형 작가가 된다는 건 생각도 못했고 다만 의상 디자이너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좀 했다.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한 2~3년 정도밖에 안 된다. 다만 바느질은 계속 했었다. 대학교 때도 했고 대구에서 침선공방을 좀 운영한 적이 있다. 한복은 직접 만들기도 하고 강의를 나가기도 한다.

- 초급자의 경우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거의 2주에 하나의 작품이 나오게 해 준다. 1회 교육시간은 4~5시간 정도다. 두 번째 왔을 때 인형을 완성할 수 있게 해 준다. 첫 시간에 얼굴을 만들고 그 다음에 바디, 의상을 만든다. 얼굴 만드는 것이 제일 어렵다. 눈, 코, 입 같은 경우는 바느질에 요령이 좀 있어야 돼 모양이 쉽게 잘 안 나온다. 눈, 코, 입은 바느질할 때 강약도 잘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금방 배울 수 있다.

▲ 인터뷰 중인 이혜경 바늘인형 대표. ⓒ임이화 기자

- 인형 이외에도 다른 물건들도 많이 진열되어 있다.

인형은 판매는 안 하고 수강을 위주로 한다. 가방이나 책갈피, 핸드폰 고리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 직접 염색한 머플러나 손수건도 팔고 있는데 손수건은 다 팔렸다. 염색도 배워야 하고 자수도 배워야 한다. 바느질만 잘 해선 안 되고 알아둘 것이 많다.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도자기도 팔고 있다.

-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듯하다. 강습을 나가기도 하나?

지금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4명이 와서 배우고 있다. 지난 5월에 가게 문을 열었으니 막 시작한 것이다.

- 지난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시회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했다. 솟대랑 같이 했는데 바늘인형과 잘 어우러지더라. 전시회는 1년에 두 번 정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박물관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있게끔 했으면 한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일단 가게를 잘 운영하려고 한다. 장사는 체질이 아니다. 가게를 연 건 작업실 개념이 좀 크다.

제대로 고증을 해서 전통 한복을 복원해 보고 싶다. 예를 들면, 각 시대별 왕비들의 복식을 복원해 전시회를 하고 싶다. 역사적 자료가 될 수도 있다. 고분에서 나온 옷을 보면 조선시대만 해도 전, 중, 후기의 복식이 다 다르고 신분에 따라서도 다 틀리다. 그런 것을 제대로 고증해 재현해 보고 싶은 거다.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