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지난 3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행사장에서 김기종 씨가 리퍼트 주한 미대사를 과도로 공격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청와대 대변인은 “백주 대낮의 테러라며 배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김기종씨를 “막가파 종북주의자이자 테러범”으로 낙인을 찍고 “통일 운동이라는 허울아래 범죄자를 양산한 토양에 대해 정치권, 시민운동권 모두 반성해볼 일”이라고 야당과 시민운동 진영에 대해 질책을 하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사건으로 여당이 야당을 공격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새누리당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이번 테러 행위를 규탄하며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이로 인해 한미동맹이 어떠한 균열도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새누리당은 공격적으로 야당은 수세적으로 나오는 양상이다.

종편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종북주의자의 테러 행위라며 그가 얼마나 종북성향이 심했는지를 들추어내려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기종 씨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한·미 군사훈련 중단’ 같은 북한 주장을 입에 달고 다녔다” 는 이유로 “자유민주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종북인물” 로 규정하며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괴물”이라고까지 하였다.

한겨레 신문은 청와대 새누리당이 이번 사건을 “꼼수 공안몰이”로 몰고 가려는 데 대해 비판하면서 김 씨의 행동에 대해 “극단적 민족주의자”라는 시각을 드러내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보지 않고 김기종씨 개인이 저지른 우발적인 폭력행위로 간주하며 한국 정부에 비해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종씨의 미 대사 피습 사건이 있은 후 일부 기독교인들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빈다며 부채춤에 발레와 난타까지 하는가 하면 한 시민은 상처 회복에 좋다며 개고기를 전달하고자 병원을 방문한 일도 있었다. 대통령의 제부되는 사람은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게시하고 석고대죄 단식농성을 하기도 하였다. 과공은 비례라는 옛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김기종 씨 사건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건이던지 한 사회 내에서 다양한 입장과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기종 씨와 그의 행위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만 가득했지 정작 전후 좌우의 맥락과 배경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김기종 씨를 테러 분자라고 규탄하기 전에 그가 테러의 피해자였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988년 신촌 우리마당이 테러범들에 습격당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이 사건의 진상을 요구하며 분신을 감행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였다.

또한 그가 외친 전쟁반대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마저 폄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얼굴에 상처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잃는 사람이 부지기수 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후 맥락을 보면 그는 정신병자도 사회병자도 아니다. 신념에 입각한 행동을 한 사람으로서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일으킨 확신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칼을 들 것이 아니라 이라크에서 한 기자가 법정을 향해 던졌던 신발을 투척하는 등 상징적인 행위를 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좀더 지혜롭게 처신하지 못한 그의 처신이 못내 안타깝다. 그렇다면 그가 알릴려고 하는 내용이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평화운동 진영이 위축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 자신 살인미수혐의로 장기간 감옥에서 지내야 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이번 사건은 분단체제가 낳은 것이다. 분단상황이 종식되었다면 적어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었다면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단 70주년을 맞은 올해 김기종 씨 사건을 통해 분단 모순의 극명한 현장인 한반도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운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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