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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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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17  13: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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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신사의 품격이란 꽃미남 외모나 세련된 옷차림, 멋진 자동차 같은 것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품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남과 북 사이에서는 ‘격’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 단절의 세월을 깨고 실로 오랜만에 남과 북이 함께 만나 민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단지 ‘격’ 때문에 무산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남과 북의 만남 자체가 갖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회담에서 다룰 내용보다 ‘격’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얘기다. 아마도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처사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는 전혀 틀린 주장이다. 물론 형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용을 잘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에 그쳐야지 내용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형식만 앞세워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격’을 앞세우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너 몇 살이야? 민증 까” 하는 유치한 다툼의 모습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분명 특정 사안에 대한 서로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서 시작된 논쟁인데 어느 순간 논쟁의 주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오직 나이만이 싸움의 이유가 되어 버리는 이 유치찬란한 다툼을 7천만 겨레를 볼모로 벌여서야 되겠는가? 남북 관계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모두가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득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하는 속담이 떠오른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속담이다.

남북 대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화해와 평화, 통일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던가? 모든 과정은 화해와 평화 통일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활용될 때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격’을 따지면서 주도권 싸움에 정신 팔려 있을 때가 아니다. 개성공단이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고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작금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 갈 수 있는 길을 우리 스스로 모색하고 실현시켜 가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인 것이다.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자신의 실리를 따지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들은 형식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면 이거야 말로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 회담 일시와 장소 형식 등을 우리 정부에 일임하면서 대화를 제안했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먼저 통 큰 양보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만남에 나서야 한다. 총리급 회담이 됐든 낮은 수위의 실무회담이 됐든 우리가 먼저 제안하자. 최소한의 형식 속에 최대한의 내용을 담아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자. ‘격’을 앞세운 유치한 대결정책일랑 내려놓고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서 7천만 겨레의 빛나는 내일을 설계하고 함께 만들어 가자.

하루 속히 남북의 만남이 재개되어서 개성공단이 남북 노동자의 땀방울로 활기를 되찾고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남과 북이 어우러지며 반세기가 넘게 헤어져 살아왔던 이산가족들이 감격의 상봉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가슴 벅찬 소식이 들려오기를 정말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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