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철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요즘 남북 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어 전혀 풀릴 것 같지 않던 남북 관계가 북의 당국 간 대화 제의로 금세 봄바람을 타는 듯했다. 그러다 때아닌 ‘격’ 논란에 휩싸이며 좌초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어찌됐건 수원 지역에서 볼 때, 남북 당국 간 대화는 제19회 수원시민통일한마당 행사가 치러지자마자 열리는 것이어서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12일 오전 권선구 권선동에 위치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갈릴리교회에서 통일한마당 행사를 주최한 6.15공동선언실천 수원본부 상임대표인 이종철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에게 통일한마당 행사의 성과와 과제는 물론 최근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답답한 심경도 들을 수 있었다.

▲ 이종철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장명구 기자

-지난 8일 통일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갈수록 다채롭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성과는 무엇이고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수원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6.15수원본부에는 모두 23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단체들이 부스를 설치해 통일과 관련해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벌써 19회째로 경험도 쌓여서 잘 정착됐다. 이런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각 시민사회단체들이 자기 단체 색깔을 가지고 통일과 접목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모자이크처럼,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참 좋다.

-무엇보다 제1회 수원시민통일합창제가 눈에 띈다. 특별히 합창제를 개최한 이유가 있다면?

기존 통일합창단은 6.15수원본부 단체 회원들이 2~3개월 연습을 해서 자체적으로 한 행사였다.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은 것이다.

이번 통일한마당부터 합창제를 열어 놓고 시민들의 호응을 구했다. 사실 시민들의 호응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수원시나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요청하기도 했는데 의외로 호응이 좋지 않았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합창 팀이 많이 참여하길 기대했는데 초등학교 1팀만 참여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합창제라고 하면 시민들은 4명 정도만 있어도 4부 합창단으로 참여할 수 있다. 1회다 보니 전체적으로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참여도가 높지 않았다. 적극적인 홍보로 관심을 높여 나갈 것이다.

-통일한마당 행사가 열리자마자 6년 만에 남북 간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도 전에 회담이 무산돼 버렸다.

사실 참 좋았고 기대가 컸다.

어찌됐건 지난 6년여 동안 이명박 정부에선 인도적 교류마저 막을 정도로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심각한 지경인데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누구나 내심 불안했을 것이다. 특히 수원시는 10전투 비행단이 있어 최전방에 속해 있다. 전쟁이 나면 수원시민들이 첫 타깃이 될 수 있다. 전쟁 얘기만 나와도 민감하다.

전쟁을 막아 내려면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대화든 인도적 교류든 경제 교류든, 최대한 넓혀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의외로 요즘 사회적 분위기는 정반대로 흐르는 듯하다.

사실은 전쟁이 한반도에 일어나갈 바라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전쟁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전쟁을 적극적으로 막아내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반공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 가고 있다. 그리고 군사 정권이 워낙 오래 집권을 했다. 분단이나 대결 구도를 고착화시키고 반공 교육만을 강화시켰다. 그런 분위기가 강하지 않은가. 북한에 대한 오해가 있고 이해도 깊게 못하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이 성사되면서 평화 교육도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해도 풀렸다. 인적 교류도 자유롭게 이뤄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과거로 다시 회귀할 정도로 남북 관계가 너무 얼어붙은 상황이 됐다.

-그러다 이번 남북 당국 간 회담 소식이 들려왔는데.

박근혜 정부는 뭔가 다른가 보다, 그런 느낌도 들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은 남북이 계속 만나야지만 가능한 것이다. 계속 만나서 오해도 풀고 서로 이해도 넓히고 해야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만나지도 않으면서 신뢰가 쌓이겠나.

정권의 입맛에 따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안타깝다. ‘격’이 뭐가 중요하냐, 내용이 중요하지. 남북 간 진정으로 대화할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격을 뛰어넘어서 대화할 수 있지 않나. 과거 정부와 차별을 둔다고 하는데 무엇을 차별을 두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한 쪽에서 격을 강하게 주장한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남북 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된 상황에서 격을 따지면 모르겠지만, 너무 남쪽 주장을 강하게 해서 대화조차 안 된 것 아닌가. 대화하자고 하면서 격을 맞추라고 하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기 어렵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통 크게 대화하자고 했으면, 통 큰 대화로 통 큰 합의를 이끌어 냈을 것이다. 남북 간 교류 협력을 넓히고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꿀 수 있도록 앞당겼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우리 운명을 결정짓지 못하고 늘 외세에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안타깝다. 자주적인,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위해 통 큰 만남을 해야 한다.

북도 남에 대한 편견을, 남도 북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아야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그래야 평화통일로 한걸음 나갈 수 있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어떻든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진 만큼 수원 지역에서도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남북 대화를 촉구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만남의 기회를 넓히고 전쟁이 아닌 평화통일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펼쳐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원시민들에게 한 말씀.

실제로 이런 일을 하고 보니, 의외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행동이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열정적이었으면 한다. 너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실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정말 평화를 사랑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에서는 6.15경기본부 등을 통해 통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을 좀더 확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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