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마스터-성인주점에서 반주하는 사람들

경쾌한 반주를 따라 부드러운 기타 멜로디가 시작되면
빛이 없는 암흑은 환희에 넘치는 별천지가 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재능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과거의 유희를 통해 지난 세월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일깨워왔다. 전란이 벌어지고 혹독한 고난에 빠졌을 때도, 그러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노래를 불렀고, 악기를 연주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이것을 향유하는 감각과 정신까지 세상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출신이 좋고, 훌륭한 교육을 받고, 경력이 화려하고, 금은보화가 많다고 해도 그러한 것까지 결코 뛰어난 것이 아니기에.

▲ 성인주점들이 즐비한 도심 유흥가. ⓒ이동권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는 곳이 아니다. 접대하는 일이 많은 샐러리맨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한국 남자들은 ‘성인주점’에서 놀아야 제대로 접대를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운 부탁이 필요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게 된다.

성인주점에는 기자나 정치인도 많이 간다. 은밀한 뒷거래 뒤엔 질펀한 술자리와 망측한 희롱이 빠지지 않는 법. 그러한 사실은 가끔씩 ‘여기자 성폭행’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만천하에 드러나곤 하지만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누가 어디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곳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중독’에 빠진다. 모든 환락의 끝이 덧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칙사 대접을 받으면서 엉덩이 뻐근하게 하룻밤 놀다 보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일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성적인 쾌락’을 동경하는 부류도 있다. 이를 일일이 묘사하자면 ‘외설’이 될 수도 있으니, 이들의 행각은 상상에 맡긴다.

강남에 가면 하룻밤 술값이 기백만 원에 이른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언감생심’. 강도 행각을 벌인 이들이 ‘성인주점’에서 돈을 탕진한 뒤 제2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연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성인주점을 찾는 주요 고객 중의 하나는 돈 걱정 없는 재벌들이다. 한때 H그룹 회장이 자존심 상한 아들의 분을 풀어주기 위해 웨이터들을 ‘족친’ 사건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성인주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고객들이 노래 부를 때 반주를 해주는 ‘밴드 마스터’들의 이야기다. 도색잡지처럼 성인주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낱낱이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이 그들의 삶의 현장이기에 피해갈 수는 없을 듯싶다.

궁, 궁전을 연상시키는 성인주점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모르는 손님들의 방문을 매우 싫어한다. 일단 들어오면 마담이 얘기를 나눈 뒤 사회적 지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에는 ‘룸이 없다’고 돌려보낸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객들이 많아 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업소의 ‘수질’을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업소 직원에 따르면 이 바닥에서 한번 소문이 잘못 나면 고객이 뚝 끊어진다.

강남에서 가장 물 좋은 지역으로 정평이 난 거리는 ‘뱅뱅사거리’다. 서초동에서 도곡동 인근의 큰길은 성인주점의 성지로 불릴 정도다. 이러한 평판 때문인지 이곳에는 ‘사파리’(차를 타고 다니면서 주점이나 아가씨를 물색하는 행위) 문화가 거의 없다. 대부분 예약 손님들이다. 술값이 비싸더라도 우아하고 화끈하게 놀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그래서 다른 지역 성인주점에서 간간이 벌어지는 ‘슈킹’(손님의 돈이나 시계, 차 등을 빼먹는 행위)도 없다. 단골 고객들에게 그랬다간 문 닫기 십상이다.

사회적으로 행세깨나 한다는 단골 고객은 실장(마담)이나 영업 상무에게 ‘충성주’를 요구하는 일도 있다.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나란히 놓고 양주잔을 올린 뒤 머리로 책상을 치면, 술잔이 맥주잔 안으로 떨어져 섞이는 폭탄주다. 충성주는 술잔이 한 번에 떨어지도록 머리를 세게 부딪쳐야 고객들이 좋아한다. 일종의 ‘과시욕’이라 할 수 있겠다.

이탈리아식 문양으로 장식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려한 벽지와 격조 높은 인테리어가 한눈에도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벽면에는 꽃으로 뒤덮인 거울이 걸렸고, 룸 중앙에는 검은색 대리석 테이블이 놓였다. 이 테이블의 가로는 2m 정도. 마주 앉아 있으면 건배조차 부담스럽다.

몸을 앞으로 굽히면서 손을 뻗거나 엉덩이를 들어야만 겨우 가능하다. 결국 술을 따르는 접대부를 불러야 할 구조다.

테이블 위에는 음료수가 정갈하게 세팅돼 있었다. 이 음료수는 공짜가 아니다. 보통 업계에서는 ‘알티’라고 하는데, 술값 이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룸 이용비에 포함돼 있다.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알티를 음료수 비용으로 받기도 하고, 웨이터 수고비로 책정하는 곳도 있다.

테이블을 중심으로 고급 가죽 소파가 ㄷ 자 모양으로 빙 둘러 놓였다. 몸이 푹 꺼질 정도로 푹신해 보였다. 하지만 앉아보니 의외로 단단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의자였다.

출입문 옆은 밴드 마스터가 악기를 연주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혼자 기타를 연주하면서 반주를 넣을 수 있는 키보드가 놓였다. 다른 업소에는 룸 안에 무대가 설치된 곳도 있다고 한다. 반대쪽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한 평 남짓한 곳이지만 태평양에서 자란 해초처럼 시원하고 은은한 향기가 났다.

성인주점은 업소 규모나 접대부의 서비스에 따라 ‘텐프로’(상위 10%만 가는 룸살롱)에서부터 ‘점오’, ‘하드코어’, ‘퍼블릭’ 등 여러 가지 별칭으로 나뉜다.

죄악, 노래에도 빈부 차이가 있나?

40대 중반의 남자 3명이 룸에 들어갔다. 이들을 뒤따라온 마담이 유연한 접대 멘트를 날리며 주문을 받고 룸에서 나가자마자 곧바로 술과 안주가 테이블 위에 깔렸다. 룸에 다시 들어온 마담은 고객 중에 단골로 보이는 남자 옆에 앉아 “오늘물이 좋다.”고 입방아를 떨며 술을 권했다.

대형 클럽이나 룸살롱에는 자기 장사를 하는 마담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구좌’라고 부르는데, 구좌는 손님을 불러와 직접 장사를 하고 ‘와리’(술값의 일정액)를 챙긴다.

“귀한 손님 모시고 왔어. 에이스로 깔아봐.”

한 손님이 거만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사장님도 참. 오늘 라인업(접대부 리스트)이 괜찮아요.”

마담은 눈웃음을 흘리며 맞장구를 쳤다. 잠시 후 접대부 8명이 들어와 줄지어 섰다. 두 남자는 각자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그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사이즈(아가씨들의 외모)가 왜 이래?”
“이만하면 수준급인데 왜 그러세요? 얘 어때요?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화끈하고 끝내줘요.”

마담의 곱살스러운 말에 마음이 풀렸는지, 그는 한 여성을 불러 옆에 앉혔다.

“오늘 ‘애프터’(룸에서 나간 뒤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서비스. ‘2차’ 혹은 ‘체조’라고도 한다.) 되지?”
“그럼요. 알아서 모셔야죠.”

잠시 후 마담은 정중히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접대부들은 고객들의 술잔을 채우고 안주를 준비했다. 그리고 곧장 ‘애인모드’(애인처럼 편안하게 해주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교도 떨었다. 남자들은 ‘화끈하게 놀아보자’면서 접대부들과 함께 폭탄주를 한 잔씩 돌렸다. 성인주점에서는 ‘신고식’(처음 룸에 들어올 때 옷을 벗고 춤을 추며 술을 따르는 서비스)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접대부가 신고식을 할 때 몸에 걸칠 수 있는 것은 금으로 만든 목걸이뿐이다.

“오늘 귀한 손님 모시고 왔으니까 ‘완장까’(온몸으로 해주는 서비스)야 된다.”

그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접대부에게 말했다. 그녀는 “오케이.”하고 방긋 웃으면서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 안겼다. 그리고 엎드려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남자의 손도 자연스럽게 접대부의 몸으로 갔다.

“노래 한 곡 하자.”
“급하기도 하셔라. 잠시만 기다리세요.”

손님이 노래를 청하자 접대부가 밴드 마스터를 불렀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기타를 메고 들어와 인사했다. 인사는 ‘안녕하세요’로 간단했다. 고객들도 별다르게 묻지 않았다.

마스터는 키보드가 놓인 곳에 서서 연주를 시작했다. 손님이 노래 곡명을 얘기할 때까지 연주는 계속됐다.

고급 룸살롱에서 일하는 밴드 마스터는 음악도 고풍스럽고 분위기 있는 곡을 연주해야 한다. 성인가요나 흔해 빠진 유행가를 싫어하는 고객들이 많아서다. 음악에는 빈부의 차가 없지만 이곳에서는 서민들의 노래와 음악은 죄악처럼 느껴진다. 단순히 취향일 뿐인데도.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퍼진 룸에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마스터 씨, 노래 한 곡 합시다.”

한 남자가 팝송을 청했다. 이미 술에 취해 음정, 박자 모두 무시다.

▲ 한 성인주점의 현란한 간판. ⓒ이동권

애상, 룸이 뒤집어져도 반주는 고급스럽게

강남 최고급 룸살롱에서 일하는 마스터 이봉걸 씨. 그는 그룹사운드를 하고 싶은 가수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또 사촌, 형제들은 모두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는 진학을 하지 못해 집안에서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한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24살이 되면서 달라졌다. 부모님이 음악에 대한 아들의 열정을 이해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음악을 한 또래 친구들은 모두 선수가 됐는데, 저는 아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보다 어린 친구들과 팀을 짜서 음악을 시작했죠. 그런데 애들이 음악은 하지 않고 연애에만 몰두해 팀이 깨지게 됐습니다. 정말 암담했죠. 그때 음악학원 작곡가 선생님이 올겐(키보드)을 한번 배워보라고 권했습니다. 벌이는 확실하다고요. 나이 들어서 돈도 없고 궁하니까 시작하게 됐죠. 근데 한번 발을 들여 놓으니까 빠져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돈, 여자, 시간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죠.”

김영출 씨는 건달 생활을 하다 서른 넘어서 밴드 마스터가 됐다. 원래 빈둥빈둥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끼가 있어 이 직업을 택했다. 특히 그는 한번 들은 노래는 잊지 않고 곧잘 따라 부르며, 연주까지 가능할 정도로 청음이 매우 좋다. 김 씨는 호스트바에서 일한다.

“음악이 좋아 시작했고, 이제는 이골이 났다고 생각하는데도 쉽지 않네요. 여자 손님들이 남자 접대부한테 ‘벗어라’, ‘동생’하며 갖고 놀다가 여관 데려가는 것을 보면 아직도 민망하거든요. 마스터한테도 마음에 들면 추파를 던져요. 근데 호스트바 여자 손님들은 남자 손님들과 다른 게 있어요. 남자들은 아가씨들이 애프터 안 나간다고 하면 그만인데,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서비스가 좋지 않다고 소문을 내고 뒤집어엎죠. 좀 무서워요. 그래서 호스트바에서 근무하는 남자 접대부는 거의 2차 나갑니다.”

이현우 씨는 성인주점에서 웨이터를 하다 밴드 마스터가 됐다. ‘곁눈질’이 직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노래가 많아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객마다 선호하는 음악 스타일이 다양한 데다 외국곡도 많아 연주하면서 땀에 흠뻑 젖는다.

“고객들은 마스터의 반주가 좋지 않으면 다른 노래를 신청합니다. 마스터가 모르는 노래를 신청해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인상을 씁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좀 이상해진다 싶으면 아가씨들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 부르며 손님들을 달랩니다. 그래도 ‘그만하자’고 마이크를 놓아버리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또 자기가 박자, 음정 틀렸으면서 반주 탓하는 손님도 있고요. 난감합니다.”

이훈 씨는 스탠드바 연주자였다. 정석으로 연주를 해보지 않아서 처음 룸에 들어 갔을 때부터 애를 먹었다.

“스탠드바는 리듬이고 멜로디고 음악을 빼는 스타일입니다. 손님들도 술 먹고 흥에 겨워서 잘 치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룸은 밀폐된 방에서 손님과 밴드가 일대일로 만납니다. 매우 정교하게 연주해야 합니다. 양주 한 병 값만 해도 100만 원이 넘는데 음악이 스탠드바처럼 나오면 안 되죠. 반대로 룸 뛰는 마스터들도 스탠드바에서 연주 못합니다. 스탠드바는 오후 7시에 올라가서 새벽 4시에 내려 옵니다. 화장실 가고, 야식 먹는 시간 빼고는 컴컴하고 번쩍번쩍하는 곳에 계속 있어야 하거든요. 무척 피곤합니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고문관, 손님보다 술이 곤욕

밴드 마스터는 오후 6~7시에 출근한다. ‘한 방’(룸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하는 연주)에는 마스터가 한 명씩 들어가며, ‘건반’이나 ‘기타’를 연주한다. 손님들이 술에 취하면 ‘10분만 더’를 외치지만 시간이 됐다 싶으면 아가씨들이 먼저 “마스터 오빠 고생했어요.”라고 얘기해준다. 그래야 한 방이 정리된다.

인터뷰하는 날, 마스터 이봉걸 씨의 ‘한 방’은 접대 고객이다. 접대는 마시고 죽는 시늉을 하면서 상대방이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비위를 맞춰주는 일. 룸에 들어간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취해 있었다. 아가씨들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이 돌린 ‘사발주’ 때문이다.

“단체 손님들이 오면 그중에는 술 문화에 도가 튼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처음 룸에 들어와서 꼭 ‘사발주 원샷’(우동그릇에 담은 폭탄주를 다 마신 후 머리에 터는 행동)을 시킵니다. 사발주는 반 정도만 먹어도 속에서 역류되는 것을 느낄 정도로 독합니다. 정말 고역스럽죠. 남자 손님이 6명이면 아가씨도 6명이 들어가는데, 그중에 고문관 아가씨가 꼭 한 명씩 있습니다. 사발을 비운 뒤 머리에 털어야 되는데 꼭 잊어먹어서 한 번 더 원샷이 돌아가게 만들죠. 연주하러 들어간 마스터가 무슨 죕니까.”

손님과 접대부 사이에 껴서 술을 받아 마시면 연주가 불가능하다. 두 사발 정도 마시면 손이 떨려 반주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그래서 가끔씩 손님들이 준 술을 스피커 뒤에 매달아놓은 분유통에 버린다. 하지만 그런 것도 모르고 접대부들이 마스터들을 나쁜 쪽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손님한테 “우리 마스터 오빠가 술 잘 먹어요.”라고 말하면서 자기 술을 넘겨버린다.

“더 가관인 게 뭔지 아세요? 자기 술을 주고 나서 안주로 방울토마토 하나 들고 오는 거예요. 정말 기가 막힙니다. 속은 아프고, 보고 있으니까 안 마실 수도 없고. 안주라도 제대로 갖다 줘야 하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 생각을 안 해요. 마음씨 좋은 아가씨들도 있지만.”

밴드 마스터는 하루에 두 방에서 세 방 정도 들어간다. 주말에는 네 방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10테이블 가운데 8~9테이블은 밴드를 부른다. 음주에 가무가 빠지면 안 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 문화 때문이다.

밴드 마스터가 하루에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

“보통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법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40~50만 원도 벌었습니다. 졸부들이나 호스트바 손님들이 마스터가 마음에 들면 100만 원짜리 수표도 뿌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방 서비스 요금이 10만 원입니다. 더도 덜도 없습니다. 손님들이 약아져서 팁도 많이 줄었습니다.”

1층부터 5층까지 모두 룸으로 돼 있는 대형 룸살롱에 가면 밴드 20팀, 아가씨가 400명 정도 근무하는데, 여기에는 마스터들을 관리하는 오야지(대장) 마스터가 있다. 그는 마스터들이 하루에 번 돈을 모두 모아서 똑같이 분배한다. 이처럼 팀의 일원이 되면 하루에 한 방 밖에 못한 마스터들도 세 방 들어간 마스터의 몫까지 나눠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마스터 팀의 일원이 되려면 연주 실력이 상당하고 외모도 괜찮아야 된다. 연주비는 업소가 술값과 합산해서 손님에게 받고 나중에 현금으로 마스터에게 준다. 카드를 긁는 손님이 많지 않아 현금 회전이 빠르다. 카드를 이용하면 업소명이 뜨다 보니 고객들은 현금을 선호한다.

해후,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 밴드 마스터

밴드 마스터들의 60% 이상이 간질환을 앓고 있다. 고객이 권한 술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이 세계에서 발을 떼지 못한다. 그날 벌어서 그날 쓰는 생계형 마스터들이 많아서다. 어떤 경우에는 집안 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비참한 말년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이봉걸 씨의 말이다.

“음악을 끊어야 술을 끊게 됩니다. 술 마시는 사람을 상대하는 음악이어서 그만두고 싶어도 음악을 끊고 싶은 미련이 생기지 않습니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죠.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생존권 문제에 부딪치니까 더욱 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마스터들이 많습니다. 잘빠진 아가씨들과 함께 일하고, 집에도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들한테 전화 오고 그러면 부부싸움이 계속 일어나죠. 사실 의심할만합니다. 연탄장수가 연탄을 팔면서 연탄가루를 묻히지 않을 수 있나요. 결혼할 때도 여자 집안에서 바람 많이 피우고, 직업이 불안정하다고 대부분 반대합니다. 우리는 음악 한다고 말하는데 잘 먹히지 않죠. 하지만 밖에서 보는 것처럼 마스터들이 이상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많습니다. 성실하고요. 이 생활을 하다 보면 술 먹고 주정하는 놈들을 보는 것조차 싫어질 때가 옵니다. 그때가 돼야 비로소 음악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합니다. 또래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요.”

나는 밴드 마스터들의 삶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거친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내 판단이 매우 오만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잘 모르면서, 술과 성을 사는 고객을 상대한다는 거부감 때문에 무작정 블라인드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성인주점에서 일한다고 해서 ‘주정뱅이’나 ‘건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낮에 일하는 사람보다 부지런한 사람도 많았으며, 건강하고 성실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스터 오빠, 정말 파이팅이다.

세상, 별 일이 다 있네
인터뷰 | 경기도 성남에서 일하는 밴드 마스터 이봉걸 씨

이동권: 손님들은 어떻게 놉니까?
이봉걸: 처음에는 점잔 빼려고 조용한 편입니다. 노래도 많이 부르지 않고요. 하지만 술 좀 들어가면 장난 아닙니다. 술 마신 남자들이 여자가 옆에 있는데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동권: 어떤 부류의 손님들이 많습니까?
이봉걸: 건설업계 종사자들, 공무원들이 많이 옵니다. 정치인들도 가끔 오는데 입소문 때문에 잘 안 옵니다. 기업하는 사람들, 공무원들 없으면 이 사업 못해 먹습니다. 고위층 공무원, 회사 사장, 단체장 같이 높은 분들도 오는데, 그런 손님은 마담이 접대합니다.

이동권: 어떤 손님이 가장 싫습니까?
이봉걸: 공무원들입니다. 뒤가 좋지 않습니다. 외상을 많이 하거든요. 또 ‘이제까지 손님 몰아줬는데’ 하면서, 재미없다고 공갈도 치고요. 혹시라도 마담이 안 좋은 얘기 하면 다른 룸살롱으로 가버립니다. 그 뒤로 절대 안 옵니다. 전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룸에서 봉투가 오고 가기도 합니다. 뇌물 받아 먹고 하는 사업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진상은 룸살롱 오픈하는데 출입기자단 이름으로 화환을 보낸 것입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그 사람들 기자 맞습니까.

이동권: 마스터에게 함부로 대하는 손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봉걸: 처음부터 막말하는 사람들 있지만, 대부분 “마스터님, 이 노래 되세요?”라고 존댓말을 씁니다. 하지만 술 좀 먹으면 “어이, 마스터 씨, 이것 좀 합시다.”로 바뀝니다. 더 취하면 ‘야’로 부릅니다. 이게 수순입니다. 나이 먹은 고객이 그러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젊은 놈들이 그러면 아주 그냥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습니다.

이동권: 손님 중에 건달들도 있습니까?
이봉걸: 건달들도 옵니다. 하지만 오히려 매너는 좋습니다. 분위기는 삭막해도요. 그 세계의 갈등 때문에 자주 와서 술을 먹는데, 양아치들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예의도 바르고요.

이동권: 대책 없는 고객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봉걸: 아주 많죠.(웃음) 한 건설업체 사장이 술을 먹고 계산할 때까지는 점잖고 인자했습니다. 근데 그 사장이 아가씨한테 2차를 원하더라고요. 아가씨도 이 정도 손님이면 괜찮다 싶어 따라 나갔죠. 12시 정도에 나갔을 거예요. 근데 2시쯤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순이’라는 아이였는데, 많이 다쳤다고요. 가보니까 양쪽 눈이 파랗고, 광대뼈는 튀어나오고, 온몸은 코피에 뒤범벅이 됐더라고요. 순이가 하는 말이 ‘그 사장은 침대에서 욕을 하고 주먹으로 때려야 흥분하는 변태였다’는 거죠.

밴드 마스터의 탄생

옛날에는 밴드 마스터가 없었어요. 극장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했고, 술집에서 연주하더라도 술을 마시지 않았죠. 하지만 일본에서 가라오케가 들어오고 밤문화가 발달하면서 연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밴드 마스터가 됐어요. 변두리 술집을 돌다 스탠드바에 간 사람도 있었고요. 이삼십 년 동안 연주만 하며 살
아온 이들이 극장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먹고살기가 힘들어졌거든요.

성인주점 밀집지역은?

한국에서 성인주점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강남이지만 북창동도 무시할 수 없어요. 북창동은 성인주점의 종합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요정, 룸살롱, 단란주점 등이 모두 집합된 곳이죠.

실화 | 꼴불견 손님, 하나

한 단체 회장이 회원들을 데리고 성인주점을 찾았다. 여자 4명에 남자 3명. 회장은 남자 회원들을 위해 접대부 2명을 불렀고, 회장은 마담을 불러다 앉혔다. 처음에는 잘 놀았다. 하지만 술이 좀 되면서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회장이 바지를 훌러덩 벗고 뛰어다녔던 것. 손님, 종업원 할 것 없이 다들 놀라 자빠졌고, 비명소리까지 났다. 웨이터, 마스터들이 회장을 잡아 팬티를 입히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회장의 이런 행동은 30~40분 동안 계속됐다.

실화 | 꼴불견 손님, 둘

성인주점에는 가끔 아베크족(연인 관계에 있는 한 쌍의 남녀)도 온다. 이들은 둘이 와서 갖가지 애정행각을 하며 오랫동안 놀다가는데, 그 정도가 심해 업소주인들의 기피대상 1호다. 한번은 남녀가 룸에 들어가서 두 시간이 넘었는데도 안에서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밖에서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얘들 자살하는 거 아니냐’, ‘이상한 짓거리 하는 거 아니냐’. 웨이터가 바닥에 엎드려 문틈으로 들여다봐도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40여 분을 더 기다리다 마담이 비상키로 열고 들어갔다. 남녀는 옷을 벗고 소파에 누워 편히 잠을 자고 있었다. 마치 모텔에서 잠을 자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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