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흥에서 근무하는 초등보육전담사

시흥에서 근무하는 초등보육전담사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돌봄의 앞날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안산에서 10년, 올해부터는 시흥에서 6시간 초등보육전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돌봄교실에 10년 이상 근무했으니, 초창기 ‘보육강사’부터 지금의 ‘초등보육전담사’까지 돌봄의 모든 과정을 겪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제가 10년을 근무하며 느꼈던 점은, 초등보육전담사들의 자격사항이 화려하고 그 능력이 매우 출중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능력이 많은 분들이 ‘돌봄전담사’라는 명칭에 갇혀, 그만큼만 일하고 계셨습니다. 바로 그만큼 일하게 만든 사람은 자격수당을 주기 싫어서 보육이 아닌 ‘돌봄’만 하라는 사람들이고, 돌봄교실을 잠시 쓰다버릴 ‘시간제’로 묶은 사람들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시간제 알바생은 알바시간만큼 일하고, 해야 할 일만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 매니저는 책임이 있기에 주체적으로 일을 합니다. 믿고 맡긴 것을 잘 이뤄내려고 ‘주인의식’을 갖고 노력하고 운영합니다.

저희 초등보육전담사들은 시간제 알바생 못지않은 현실이지만, 유아교육, 보육교사, 교원자격증이 있는 ‘선생님’이기에 무료봉사, 압축노동도 마다않고 아이들과 돌봄교실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금 대선 후보자들이 너나없이 ‘복지국가’로 가는 시기에 돌봄이 미래라고 이야기합니다. ‘교육 안에 돌봄이 왜 있느냐’가 아닌 돌봄 안에 평생 이루어지는 교육이 있고, 돌봄교실이 필수기관이며, 돌봄노동자가 필수노동자라고 말합니다. 돌봄의 공공성을 실현하고 안정화해야한다고 합니다.

돌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계속 시간제 알바생을 쓰시겠습니까?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실이 준비가 안 되었다, 학생 관리가 안 된다, 방학 중 운영을 더해 달라, 이 같은 민원과 문제의 해결 방법은, 바로 초등보육전담사의 잘라 쓰는 ‘시간제’가 아닌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감있게 돌봄교실을 운영할 ‘8시간 전일제’가 답입니다!

우리 초등보육전담사가 하고 있는 일들을 말해보겠습니다.

출근해서 교실 준비, 아이들 컨디션 및 입실 확인, 특별프로그램 준비, 수업 중 학생관리, 안전 지도, 화장실 지도, 간식 지도, 보존식 관리, 학원 연락, 귀가 지도, 학부모 상담, 학생 상태 연락, 출결 및 일지 작성, 교실 정리, 청소, 방역 등등.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행정업무는 담당교사가 다 합니까? 담당교사는 예산 수립, 계획 관련 건과 운영위와 관리자 보고 건을 처리합니다. 게다가 내년엔 담당교사 일마저도 저희에게 하라고 합니다.

행정업무도 읊어보겠습니다.

주간 또는 월간 활동 안내문, 가정배부 안내문, 새 학년 안내, 오리엔테이션 새 학기 학생물품 준비, 나이스 관리 등록, 운영 관련서류 준비 및 작성, 방학 준비 및 안내, 물품 품의, 강사비 품의, 간식 품의, 과일 간식 연락, 방학 중 중식 품의, 특별프로그램 조정 및 물품 준비 등등.

이것 외에도 정말 많은 일을 우리가 하고 있고, 해야 합니다.

덧붙여, 돌봄교실이 더 잘 운영되려면 수시로 교실 정리와 구매물품도 잘 정리해야 하며, 아이들을 돌보기만 하라고 하였지만, 그렇게 돌보기 위해서 초등보육전담사가 지도하는 활동도 알차게 준비해야 합니다.

왜 우리에게 회의시간을 고려하지 않습니까? 적어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을 지도하는 초등보육전담사가 모여 이번 주 활동은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아이들에게 더 적합 방법과 재료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계획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활동 준비시간만 필요할까요? 활동을 마무리하고 정리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질적으로 성장시켜 돌봄교실을 운영하려면 ‘8시간도 모자랍니다!’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 관계자들은 사과하고, 반성하십시오.

학교의 교육공무직 일원임에도 학교의 유령 같은 존재로 학교 안의 대소사를 함께 하지 못하고 시간제 알바생으로 출퇴근하게 만든 점, 사과하십시오.

돌봄교실 운영을 오직 전담사의 역량에 맡기고, 활동 준비시간, 회의시간 없이 압축노동 공짜노동을 하게 만든 점 사과하십시오.

4시간, 6시간, 8시간 전담사 간에 업무과중에 따라 전담사 간 불화를 만든 점 사과하십시오.

이렇게 어렵게 돌봄을 운영하게 만든 점을 모두 사과하십시오.

우리는 앞으로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하며 원활한 돌봄교실 운영을 위해, 학기 중뿐 아니라 방학 중, 개학식 날과 방학식 날 등에도 학교에서 돌봄공백 없이 돌봄교실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고 싶습니다. 행정업무 시간에 행정업무를 차분히 해내며, 학생들은 더 안전하고 즐겁게 보육하며, 질 높은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돌봄의 미래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투쟁!

마지막으로, 여기 앞에 계신 황순화 분과장님은 저의 어려운 초임시기부터 돌봄 운영을 조언해 주시고 함께 고민하고 의지가 되었던 옆 학교 동료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조선희 사무처장님도 저희와 같은 초등보육전담사이십니다.

마음도 여리고, 몸도 특별히 건강하지 않은 이분들이 지금 이 앞에서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라는 생각으로 솔선수범하면서 우리 요구의 간절함을 삭발과 단식으로 표현하고 계십니다.

동료이자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느껴져서 속상하고 화도 나고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앞서서 이렇게 모진 일들을 겪게 하여 정말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제발 나라가 바라고, 학부모가 바라고, 저희가 간절히 바라는 돌봄교실의 안정된 운영을 위해 ‘8시간 전일제’가 꼭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씩씩하게 외치고 내려가겠습니다.

“8시간 전일제 실시하라!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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