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자주여성연대, ‘여성노동자의 권리 찾기 토론회’ 개최
“욕하고 때리기도 하고, 물건 던지는 것은 많지는 않은데 가끔 극단적인 손님들이 있어요. 90% 손님은 착해요. 10% 정도는 직원들을 못살게 하지요.”
“아저씨들이 남자 화장품 사면서 ‘애인 있어? 밖에서 만나자’, ‘아가씨야? 처녀야? 결혼은 했어?’, ‘돈 대줄게 같이 여행갈래?’ 라고 물어보면 웃으면서 거부하죠. 기분 나쁘게 하면 응대 클레임 걸리니까 웃으면서 알아서 처신해요.”
“반품 안 해줬다고 직원한테 침을 뱉었어요. 반품 대상이 안 되는데 해 달라 해서 상부에 전화로 상황 보고를 했나 봐요. 그랬더니 담당자가 직접 안 해주고 위에 일렀다고 침을 뱉었대요. 바로 경찰이 왔어요.”
백화점, 대형마트, SSM 등 유통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감정노동과 처우 개선을 중심으로 한 ‘여성노동자의 권리 찾기 토론회’가 30일 오전 경기도여성비전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자주여성연대가 주최하고 경기도가 후원했다.
신옥희 경기자주여성연대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 단체가 지향해 온 활동 중에 일하는 여성들의 권리와 지위 향상, 성평등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의 주요한 사업방향이었다”며 “오늘 진행되는 토론회가 이러한 발걸음을 더욱 다그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심지형 경기비정규지원센터 노무사가 ‘경기지역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감정노동 처우에 대한 실태조사’ 내용을 발제했다.
심 노무사가 발표한 ‘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용형태는 무기계약직이 216명(48%)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 196명(39%), 계약직 46명(10%) 순이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88%가 무기계약직이었다.
노동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야간 및 휴일에 임산부가 근무하는 경우도 29%나 됐다.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도 21%였다. 생리휴가는 95%가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격 모독, 폭언·폭행, 성희롱을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고객으로부터 66%가 폭언, 63%가 인격 모독, 10%가 성희롱, 2%가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사로부터 25%가 폭언, 31%가 인격 모독을 경험했다. 반면 65%는 주변 동료와 푸념하거나 하소연으로, 30%는 개인적으로 참고 넘겼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고작 5%에 불과했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경우도 32%나 됐다. 대형마트 응답자의 경우엔 52%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교대자가 없어서(33%), 상사나 관리자가 눈치를 줘서(34%) 등의 이유였다.
심 노무사는 “감정노동자는 ‘미쳐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감정노동자 처우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무리한 요구나 폭언에 대한 고객 응대 매뉴얼 마련 △화장실 가기, 의자에 앉기 등 감정노동자의 기본인권 보호 △업무량 조정 △건강 관리 및 감정노동 해소 프로그램 마련 △감정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의식의 변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여성노동자가 바라본 감정노동과 유통산업의 근로환경’에 대한 주제로 최형선 홈플러스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이 토론했다.
최 지부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계산대 앞에서 한 시간이 넘게 욕을 하며 모멸감을 주고 훈계를 하는 건 다반사”라며 “물건을 던지고 침을 뱉는 등 폭력에 무방비한 상태에 직원들을 내세우고 회사는 절대 직원을 보호하거나 앞에 나서지 않는다”고 감정노동의 실태를 고발했다.
최 지부장은 또한 “정부나 지자체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회사는 고객의 폭행사건 발생 시 구제절차 마련, 폭력·폭언을 예방하기 위한 경고포스터 부착, 심리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의 노력을 해 달라”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이어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이 턱없이 낮은 구조에서 혼자 벌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사회가 여성의 노동을 정당하게 대우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주제로 김경희 안양나눔여성회 회장이 토론했다.
김 회장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인권(근로의 권리 헌법 32조)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지역차원의 노동시장 개입(권리보호 조례, 캠페인, 모니터링, 지역 유통업 정기적 실태조사)이 필요한 상황임을 2013년 유통노동자들의 노동환경조사에서 확인했다”며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히 필요하고 사회적 문화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한 “2014년 안양시 성평등기금지원사업을 통해, 백화점, 대형마크, 할인점, 생협, 요양원 등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인식개선교육과 직무스트레스 시 필요한 감정분리조정훈련을 9회에 걸쳐 진행했다”며 “감정노동자들에게 이러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함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직접 구매자인 소비자(시민)의 인식개선 또한 중요함을 인식하여 ‘품격있는 소비자’ 캠페인 및 소비자 교육을 5회 걸쳐 진행했다”며 “향후 소비자 인식개선을 위한 사업이 더욱 강화, 확대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유통업 여성 감정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과 노동보호를 위해 기업, 지자체, 노동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만큼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성노동자의 처우 개선 및 권리 찾기를 위한 경기도의 역할과 정책 방향’에 대한 주제로 박옥분 경기도의원(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이 토론했다.
박 의원은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를 위해서 △사회적 인식변화 △사업주 인식변화 △정부 및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소비자 인식변화 △근로자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역할로 △종합적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사회적 홍보와 캠페인 △공익광고 △교육 △대국민 캠페인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 등의 접근법을 제안했다.
경기도의 역할에 대해, 박 의원은 “현재 경기도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정책 및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실태조사 △조례를 통한 제도 개선 △착한 소비자, 착한 사업주 캠페인 △힐링센터 마음쉼 개소 △유통업 여성 감정노동자 기를 살리는 마음여행 등 감정노동자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은 박현준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소장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