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나는 김동수입니다’ 주인공 오은실

▲ 연극 ‘나는 김동수입니다’에서 열연을 펼치는 주인공 오은실. ⓒ뉴스Q

2014년 장애인극단 녹두 제4회 정기공연 ‘나는 김동수입니다’가 지난 8~9월에 경기도문화의전당, 오산문화예술회관, 제주문화예술회관,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학원대학 무대에서 펼쳐졌다.

연극 ‘나는 김동수입니다’의 주인공은 오은실(42)이다. “제발 우리 말 좀 들어 달란 말이야!” 오은실의 극중 외침이다. 그 외침에, 아니 절규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가슴이 저려오기까지 했다. ‘전문 배우도 저렇게까지 연기를 하긴 힘들 텐데.’

지난 14일 오산시청 로비에서 만난 오은실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편의 아내였고 대학생과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였으며,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5년 전 갑자기 청천병력 같은 ‘장애’라는 것이 찾아왔다. 혈관 기형으로 갑자기 혀가 꼬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른쪽 팔이 마비되고 손가락도 곱아들었다. 현관문 열쇠 비밀번호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뇌병변 장애3급 판정을 받았다.

정말 힘들었다. 멀쩡히 회사 다니던 사람이 병원 생활 1년 반을 하고 나오니 할 것이 없었다. 한동안 우울증과 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우연히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장 오은숙, 이하 오산IL센터)를 알게 됐다.

▲ 연극 ‘나는 김동수입니다’ 주인공 오은실. ⓒ장명구 기자

- 먼저 연극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맨날 집에만 처박혀 있다가 오산IL센터에서 동료 상담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애인들끼리 속에 있는 얘기를 하고 나니 답답한 것이 가셨다. 조금씩 자심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연극은 오산IL센터 오은숙 소장님이 권해서 하게 됐다. 오 소장님이 ‘연극을 한번 해 보라’고 해서 하게 됐다.

- 지금까지 어떤 연극에 참여했나?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극단 ‘난다’에서 연극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 참여한 연극이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다. 전부 장애인끼리만 연극을 하니 너무 신기했다. 그때는 대사가 없었다. 지나가는 동선만 있었다. 마지막에 ‘흥’ 하고 지나가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몬스터 주식회사’ ‘세상 밖으로’라는 연극에 참여했다. 제가 발음이 안 좋다보니 연습을 엄청나게 했다. 머리를 다쳤으니 외우는 게 잘 안 되더라.

덕분에 재활이 많이 됐다. 연극을 하면서 저절로 재활이 됐다.

- 연극 ‘몬스터 주식회사’에선 무슨 역할을 맡았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주인공의 엄마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주인공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됐다. 다른 배우가 주인공을 하게 됐다. 문제는 그 배우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거였다. 내가 엄마인데 말이다.

연출자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갑자기 저더러 주인공을 하라더라.

- 갑자기 주인공을 맡게 돼 참 난감했을 것 같다.

연습을 다시 했다. 주인공은 지적 장애가 있는 역할이었다. 조금 힘들었다. 대사를 외우는 것도 머릿속에는 있는데 잘 안 됐다. 그게 힘들었다. 진짜 연습을 계속 했다.

▲ 연극 ‘나는 김동수입니다’ 한 장면. 왼쪽이 주인공 오은실. ⓒ뉴스Q

- 연극 ‘나는 김동수입니다’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다.

감독님이 만들어 주었다. 저희는 대사 외우고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 처음엔 여자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다보니 남자 역할도 하게 됐다.

- 연기력이 참 뛰어나더라. “제발 우리 말 좀 들어 달란 말이야!” 절규하는 장면에선 정말 소름이 돋았다. 전문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도 장애가 있지 않나? ‘동수가 나’라고 생각했다.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싸우는 장면도 있는데 나는 싸우는 거 싫어한다. 싸움도 잘 못하는데 좀 세게 하라고 하더라.

동수의 입장에서 외침을 강하게 해야 하니까, 하다보니까 저절로 나오더라. 눈물도 흘리게 되고 엄마도 생각하게 되고. 같은 장애인이라 동화된 거 같다. 비장애인이 그 역할을 하게 되면 연기를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하기 힘들 거다. 같은 입장이니까 하게 되더라.

그리고 동수 역할을 하면서 주인공이라고 생각 안 했다. 연극의 제목이 ‘나는 김동수입니다’니까 주인공이 된 거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연극을 하면서 실제로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도 많이 생각했을 것 같다. 연극의 내용과 현실의 차이는 어떤 것 같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 비장애인들은 자기한테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비장애인일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다. 장애인들을 좀 많이 생각해 줬으면 한다.

장애인들에게 정말 부족한 게 많으니까 같이 열심히 데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장애인들의 현실을 몰랐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다.

- 앞으로도 계속 연극을 하실 생각인가? 꿈이 있다면?

연극을 해보니 재밌기도 하고 나한테는 잘 맞는 거 같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계발도 되고 정말 좋았다. 연극은 계속하고 싶다.

그런데 삶이 넉넉하지 않다. 출연료가 많으면 계속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일자리도 찾고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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