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프란치스코 교황의 덕화가 온 나라를 뒤덮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교황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날까지 온 나라의 눈과 귀는 오직 교황의 발걸음을 좇아가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일관했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분 단위로 쪼개 쓰는 일정 가운데서도 세월호 사고로 고통 받고 특별법 제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와 위로의 시간이 여러 차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일정을 포함하여, 교황은 가는 곳마다 범상치 않은 어록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의 의미는 듣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간절한 기구 속에서 교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귀에 들어오는 말이 다르거나, 같은 말이라도 달리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한국 사회, 계속 이렇게 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경고의 메시지와 “원한을 풀고 평화하십시오!”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들은 사람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가 물질주의에 빠져 있음과 관료주의의 노예상태임, 그리고 수십 년 이래의 부패 세력이 그어 놓은 선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이며 적나라한 자화상이었다. 그럼에도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와 여당은 거만하게 굴며 지리멸렬한 야당을 고양이 쥐 다루듯 하고, 물러설 곳 없는 유족들과 양심적인 시민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는 곳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백주 대낮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은 한 ‘아빠’의 목숨을 건 단식이 그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수십 일째 이어지고 있다(2014년 8월 21일 현재). 광화문 광장에서 정좌단식하는 ‘아빠’는 광야를 헤매는 예수님이자 보리수 아래 가부좌를 튼 부처님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150여 년 전후로 잇따라 이 땅에 후천 개벽의 사상을 설파했던 한국의 위대한 영적 스승들이 걸었던 길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분들은 모두 위대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 냈다. 다만, 종교적 성자들은 ‘진리의 대각과 가르침’으로 결실을 맺었다면, 아빠의 정좌단식은 ‘진실과 사랑과 정의’라고 하는 “인간 세상에서의 개벽”으로 결실을 맺게 됨이 다를 뿐이다.

미국사회는 9.11사건(2001)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로 갈린다고 한다. 일본사회는 3.11(2011) 사건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로 갈린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사회는 4.16(2014) 세월호 사건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로 갈릴 것이라고 한다. 1998년 IMF 구제금융 체제하에서 6.25전쟁 이후의 최고최대의 국난을 겪어야 했지만, 2002년 온 나라를 뒤덮은 붉은 악마의 함성과 역동성을 통해 어떤 고난이든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자부했던 우리의 자존심은 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장면과 그 이후의 사태에서 또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세월호 사건은 그러한 원점 회귀에 내리는 가혹한 경고요, 이마저도 귀 기울이지 않을 경우 더 큰 재앙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한국사회의 변화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절차일 수밖에 없다.

지금 광화문 광장 ‘아빠’의 옆에는 수많은 엄마 아빠와 아들딸들이 함께하고 있다. 동조 단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간에 당장 함께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살아 있는 인간’의 마음은 모두 그곳에 함께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 모두가 함께 가는 길이다. 진실과 사랑과 정의의 힘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길이다. 물러설 수도, 우회할 수도 없는 길이다.

물론 단식의 중단이 ‘물러섬’을 의미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식은 스스로에게 다지는 약속이자 각오이며 우리가 가야 할 곳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 궁극의 목표는 ‘진실과 사랑과 정의’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목표를 향한 길이 열릴 때에야, 우리의 신념이 그 ‘아빠’에게 확신으로 다가갈 때에 비로소 ‘아빠’의 단식은 중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우리 모두에게 살 길이 열리고, 세월호의 그 의인들도 모두 부활하여 영생을 누릴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의 노래는 지금 이 시대 우리 모두를 위하여 부르는 노래가 된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그대와 함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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