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역에서
조석구 ∣ 시인
길을 묻는 사람들은
내 가슴에 빗장을 지르며
마침표를 찍고 이별을 연습하더니
슬픈 콩나물도 명랑한 장미도
착한 백일홍도 새침데기 금잔화도
돌아오기 위해서 기어이 떠나는구나
세월의 수레바퀴는 붉은 빛의 마차
떠나간 사람들을 태우고 가버린
우리들의 기차는 아직도 돌아올 줄 모르는데
푸르른 고독의 빈 술잔에 옛 사랑이 그립다
추억의 사람들이 반짝이는 길이 되어
환회의 푸른 꽃 기차를 타고
드디어 예감의 눈물로 돌아오는 날
사람들은 플랫폼에서 손을 깃발처럼 흔들며
길을 찾고 또 길을 물어야 하리라.
조석구 시인
-경기 오산 출생 -수상 경기도문화상, 시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등 다수 |
조석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