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희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이번 8월 15일은 한반도가 일제의 통치로부터 해방된 지 69년이 되는 날이다. 해방이 될 당시 이 땅에는 세 종류의 인민이 살고 있었다. 일제의 멸망을 위해 투쟁하던 독립운동세력, 해방이 좋긴 하지만 나는 덕 볼 것 없다는 평범한 민중, 일제의 멸망으로 패가망신의 위기에 놓였던 친일세력. 이들 모두 선대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한반도의 주인공들이다. 남한 땅에는 일본 대신 승전국인 미국이 들어왔다. 미국은 군정기간 독립운동세력을 멀리 하고 친일세력을 가까이 썼다. 국가적 불운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지난 세월 내내 가장 고생한 세력은 민중이었다. 새 나라를 세우는 데도 아무런 불평 없이 협조했고, 전쟁이 났을 때는 목숨을 걸고 싸웠다. 민주주의가 죽어갈 때 또한 목숨 내놓고 집권부패세력을 물리쳤다. 4.19혁명, 광주민주항쟁, 6월민중항쟁은 다 이들의 공이다. 늘 먼발치로 바라만 보던 미국은 민중 항쟁이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의 원조정책이 성공한 국가다. 6.25때 미국시민이 흘린 피의 대가”라며 이를 환영했다.

박정희 18년 장기집권 동안 독립운동세력과 민중은 결합하여 민주화세력이 되었고, 친일세력과 친미세력은 산업화의 깃발 아래 동맹하여 대한민국 경제를 장악하게 된다. 민주화세력은 김대중과 노무현 같은 탁월한 지도자 덕택에 10년 간 정권을 담당한 적도 있었으나 미국에게는 늘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그들이 미국 주류의 눈 밖에 난 것은 그들의 ‘작은 악마’인 북한을 평화통일의 동반자로 대하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는 말하지 않고, 평화공존만을 말하는 것을 그들은 싫어한다.

남한의 경제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미국의 도움과 선량한 노동자들이 희생한 결과이다. 그런데 그 과실을 산업화세력이 독식하고 만 것이다. 그들이 나라를 지배하는 사이 나타난 현상이 무신(無信), 무치(無恥), 그리고 무통(無痛) 현상이다. 망국적인 삼무의 시대가 온 것이다. 첫째 무신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없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로 무신풍조는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5개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너무 많이 잃은 것이다. 진실을 숨기기 때문이다. 정부의 말에는 어느 것 하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 참사에는 이상한 데가 한 둘이 아니다. 음모의 냄새가 난다는 말이다.

둘째 무치현상은 이 나라 집권세력에게는 거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무치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수치심은 인간이 짐승과 구별되는 중요한 기준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고 참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수치심이 없다. 우수한 두뇌들이 왜 그렇게 변했을까. 그것은 미국에서 실용주의를 잘못 배웠기 때문이다. 실용주의를 ‘내 실속만 챙기면 그만’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동물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셋째로 무통현상이다. 남의 불행, 이웃의 불행을 아파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북한문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입으로는 북한의 가난을 걱정하는 척 한다. 그러나 도와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대화를 하자면서도 북의 양보만을 요구한다. 오히려 망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개하는 한미합동훈련은 잘하는 것이고, 북한이 불안해서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로만 본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정책 때문에 사즉생의 각오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해방 후 5년 만에 우리는 남북전쟁을 겪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휴전상태가 6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는 8·15 해방이 일본이 물러갔을 뿐인 미완의 상태라는 뜻이다. 국방은 미국 의존형이고, 경제 또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두 강대국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무현상은 나라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때 죽어나는 것은 민중뿐이다. 민중에게는 아직 진정한 해방이 오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민중은 침묵하고 있다. 침묵은 죄악이다. 제2의 해방을 위해서는 민중이 침묵을 깨고 행동해야 한다. 세월호로 희생 당한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에게 외치는 호소다. 두려운 것은 나의 무관심이지 권력자의 총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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