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영화 ‘명량’을 보았다. 절망과 위기의 순간에 맞닥뜨린 한 인간의 고뇌와 죽음을 불사한 용기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너무도 잘 아는 스토리지만 오늘의 상황과 대별되어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영화가 폭발적으로 흥행하는 데는 시대 상황과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리라.

절체절명의 순간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순신! 그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는 군인으로서 뛰어난 전략가이지만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한 인간이었다. 그 시대 백성의 고난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망국에 처한 상황을 돌파하고자 밤잠을 설치고 식은 땀을 흘리며 치열하게 정진하였다. 그 결과가 명량에서 압도적인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역전시킨 위대한 승리로 나타났다.

오늘 우리 사회에도 이순신과 같은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고 있다.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선출직 공직자인 정치인들은 국민의 고통과 함께 하며 자신의 한 몸을 바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청와대나 여의도에 그런 사람이 있는가 찾아보려고 눈을 씻고 봐도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 여야 원내 대표 간에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해 합의하였다. 이는 그간 유가족들과 국민 대다수가 요구한 특별법 내용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한 것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자고 한 것임에도 여야 간에 사실상 진상의 은폐를 도와주는 법을 만들자고 한 것이다. 새누리당이야 애초부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우군이라고 믿었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기만과 배신을 당한 꼴이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얼마나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얼마나 탐욕과 비리에 물들어 있는지, 국가는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 건지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런 대형참사가 나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바뀌고 거듭날 줄 알았다. 그러나 말만 요란했지 전혀 바뀌지 않고 있으며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이 일관되게 요구하고 바라는 것은 왜 이런 대형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구조를 한명도 하지 못했는지, 국정원은 왜 개입했는지 등등 수많은 의혹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억울하게 죽어간 넋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고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 두려운지 진상과 진실을 규명하자는데 집요하게 이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다. 아마도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면 책임지게 될 사람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8월 9일 어제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 있는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가 공동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했다. 바로 전날 전격적으로 여야 간에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합의한 것이 알려지자 상당한 충격을 받아서인지 유족들과 시민단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장문의 기자회견 내용이 발표되었는데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내용은 국민과 유가족들의 염원을 짓밟은 것으로 이를 규탄하며 모든 합의 내용을 폐기하고 재논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회견이 끝나고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 찾아가서 항의 방문하고 서한을 전달하고 시의회 의장실도 찾아가 성명서나 결의문을 채택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거기서 우리는 이번 여야 간에 합의는 예견된 것이며 7.30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서 국민이 새정치 민주연합을 지지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투의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하였다.

야당이 참패한 것은 야성을 잃어버리고 제대로 싸우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럴수록 반성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대여투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국민이 지지해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디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새누리의 확실한 2중대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가?

세월호와 함께 하는 세월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세월호를 딛고 가지 않으면 우린 한발짝도 새로운 사회로 갈 수 없다. 마냥 분노의 세월을 살 것인가? 아니면 망각의 세월을 살 것인가? 이 세월호 정국 속에서 여야 두 거대 정당이 국민과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무시하고 있으므로 국민이 직접 정치의 무대로 나설 수밖에 없다. 명량에서 보여주었던 이순신의 용기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순신의 리더십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능히 이 정국을 타개해 나가는 힘도 점점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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