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여성단체연합 조영숙 공동대표. ⓒ뉴스Q 장명구 기자
경기여성단체연합 조영숙 공동대표. ⓒ뉴스Q 장명구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금의 차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당신은 차별주의자입니까?”라는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한 결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이 주로 공격하는 성적 지향, 정체성 항목에 대해서도 73.6%가 “동성애자, 트랜스 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차별주의자입니까?” 아니 그전에 “당신은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않은, 차별적인 사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합니까?”라는 질문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제안자로 나선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의 경우에서 또다시 확인된 여성에 대한 채용 성차별, 줄어들 줄 모르는 남녀 임금 격차, 코로나19 이후 여성들에게 더 가중된 돌봄노동, 또 그로 인한 노동현장에서의 탈락 등 노동자로서의 여성이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차별을 인식하고, 그것이 차별임을 인정합니까?

#미투 #스쿨미투,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 스토킹에 이어진 여성 살해사건, 이른바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불법 촬영, N번방 사건 그리고 카톡 등 SNS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이어지는 성희롱, 성폭력 등등. 당신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남성들과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이 차별에 기반하고 있음을 인정합니까?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성격차지수를 알고 계십니까? 한국은 올해 156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경제 부문 성평등 순위에서 123위, 특히 공직 및 사업체 고위직 여성 비율은 15.7%로 134위를 기록했습니다. 교육, 건강 분야에서의 성격차지수가 0.97 수준인데 비해 경제 0.586, 정치 0.214로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국사회 성격차에 대해 인식하고, 그것이 차별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까?

우리는 쉽게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우리 사회가 차별적임을 인정하느냐는 수많은 질문에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권의 이른바 ‘이대남’ 과옹호, 과대표성 부여로 나타나고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 없이 손쉽게 반페미를 이야기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쉽게 부정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포스터와 경찰청 홍보물 속 이른바 메갈 손가락 이미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페미니즘 관련 행사 주관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일부 세력의 협박 사건에 너무나도 쉽게 해당 이미지를 삭제하거나 페미니즘과의 단절을 선언한 대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대응과 대비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1990년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안전한 임신중지 수술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현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항의 전화를 받은 직원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해당 단체에 5달러씩 더 기부하겠다고 대답하게 했고, 항의 전화는 끊겼으며 매출 감소도 없었고 꾸준히 성장해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사회통념을 넘어선 문제제기에 명확히 선을 긋고 단호하게 대처한 파타고니아의 대응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우리 사회는 성차별과 혐오를 내세운 이들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여 그들에게 효능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입니까? 너무나 쉽게 차별과 혐오의 편에 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합니다.

지금입니다. 혐오에 기반한 기본권 침해 등에 분명하게 선 긋는 공적 기준과 이에 따른 명확한 제지가 필요합니다.

정치권은 더 이상 국민의 합의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숨지 마십시오. 국민의 합의는 이미 자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당신들이 봐야 할, 귀 기울여야 할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십시오.

더 이상 핑계는 필요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 줌 혐오세력의 과잉된 목소리를 뚫고 평등을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이 칼럼은 27일(목) 오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경기여성단체연합 조영숙 공동대표가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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