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참담하다. 가슴이 미어진다. 미안한 마음이 고통스럽게 온몸을 휩싸고 돈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에 하늘을 우러러 탄식할 뿐이다.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바다 속에서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고(4월 30일 현재), 육지의 끝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은 아들딸이 주검으로나마 돌아온 것을 고마워하는 일이, 내 아들딸이 죽어서 돌아온 것이 아직도 ‘실종’인 아들딸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미안한 그 일이, 21세기 백주 대한민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하늘이 화창하고 햇살이 눈부시면 화창한 하늘, 눈부신 햇살이어서, 눈물이 나고 다시 가슴이 아프기 그지없다.

해운사나 선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을 비롯한 당국자와 해경 등에 대한 분노는, 왜 그토록 어처구니없는 대응으로 무참한 죽음을 자초했느냐 하는, 죽은 자들을 향하는 안타까움에 대한 반대급부의 표현일 게다. 그 안타까움이 어찌 밖으로만 향하는 분노로만 표현될 것이겠는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는 한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발등을 내려찍는 심정으로, 쏟아내는 자기 정화를 위한 다짐의 분노가 아니겠는가?

아니, 우리들의 분노는 아직 시작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날마다 (불합리한) 사실들이 새롭게 드러나고,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하나하나가 한 줄로 서서 오직 구조만을 기다리던 그들을 배반하고 사지로 내몰아 간 것이 분명한 그 언어도단의 행태들이 밝혀지고 있으니, 그 모든 진상이 규명된 이후에 비로소 분노하고, 비로소 책임자 처벌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터. 지금은 오직,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모든 이들의 ‘귀환’을 염원하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살아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부질없는 것인 줄 알지만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말은 지금 여기 여전히 살아가야 할 우리를 위한 위안의 말이기 때문이다. ‘모두 돌아온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은 황망한 중에 다만 넋두리처럼 말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무엇이 미안한 일인가, 어떻게 잊지 않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낱낱이 치밀하게, 실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먼 곳으로 돌아간 이들은 원망도 회한도 없이, 한탄도 고통도 없이 평안히 잠들어야 한다. 그러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우리는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미안함에 값하는 길이며, 그것이 잊지 않는 길이 아니겠는가. 허술한 국가(재난대처)시스템에서부터 알량하기 이를 데 없는 책임자 윤리 수준에 이르기까지, 결코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노라고,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노라고 거들먹거리던 온갖 허위의식을 스스로 까발려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 아니, 우리만 모를 뿐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안타까움 반, 비판 반으로 대한민국의 ‘수준’을 재확인하고 있다는 외신들이 차고 넘친다.

나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믿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자주, ‘잊어 버려 왔기 때문이다.’ 또, 망각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그러나 이 비극적인 사태에 즈음하여 온 국민이 보여주는 눈물과 참회의 고통은 참으로 고맙고 나 역시 눈물겨우며, 신뢰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믿을 것은 바로 그 마음뿐이다. 모두가 내 아들딸이라고, 그렇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딱 그 심정으로 조문하고, 기도하고,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고, 아파한다. 바로 그 마음을 어떻게 사회화하고 제도화하고 정치화하고 철학화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그 공감의 심성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삶의 기준으로 현현시킬 것인가 하는 과제에 대하여 정직하게, 어떠한 허위의식도 배제하고, 맨몸으로 마주해야 한다.

주검으로 이미 돌아온 이들도, 바다 속에서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는 이들도, 그들은 이미 영웅이다. 그들은 ‘질서’를 지켰고, 기다리라는 ‘지시’를 따랐으며, 서로를 의지하며 엄마 아빠와 우리들이 오기를 끝끝내 기다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웅들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 있으며 그들의 성령을 우리 마음에 영원히 모시고, 기필코 아름다운 통일 세상으로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기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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