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락 밀알교회 목사
정수는 왕따다. 아무도 정수와 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깔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정수는 절대딱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정수를 왕따시키는데 앞장서 왔던 철이가 정수를 찾아와서 절대딱지를 내놓으면 더이상 왕따시키지 않겠다고 제안을 한다. 절대딱지를 포기하고 친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절대딱지를 지키고 계속 왕따로 남을 것인가?

정수는 머리가 아프다. 만약 철이가 약속을 지킨다면 절대딱지를 포기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한 시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 버리고 말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철이가 지금껏 약속을 지킨 적이 별로 없다는 거다. 정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통일 대박론을 소리 높여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또 하나의 거창한 제안을 내놓았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이어 나갈 것, 남북 공동 인프라를 구축할 것, 남북 동질성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 등을 제안한 것이다.

참 좋은 제안이다. 이번 선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고 통신과 교통 등 기간산업에 있어서 공동의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다면, 또 남북 협력사무소가 신설되고 평화지대가 설치될 수만 있다면 이거야 말로 화해와 통일을 향한 아름다운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여기에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라고 하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알고 보니 제안이 아니라 두 손 두 발 다 들고 백기 투항 하면 먹고 살게는 해 주겠다고 하는 엄포일 뿐인 것이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무한 현실에서 이런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 또한 명확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생색만 내고 있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하자면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전쟁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자기들은 미국의 최첨단 위성을 이용해서 북한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면서 골동품 무인기 몇 개 가지고 미사일이나 핵에 버금가는 엄청난 위협이라도 당한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믿고 핵을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은 골동품 무인기 가지고 호들갑 떨 때가 아니라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 모습부터 보여야 할 때이다. 핵의 전면적인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북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핵을 포기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5.24조치를 해제하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고 민간차원의 만남과 소통을 적극 권장함으로써 신뢰의 다리를 새롭게 놓아야 한다.

진정한 신뢰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