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수많은 죽음들을 봐왔다. 모두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였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도 존중 받아야 한다.

분명한 것들이 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으로 서울시청 직장 내 성추행 사건 고소장은 휴지 조각이 됐다. 그의 죽음과 별개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것이 아니라 수사를 강행해 진실을 밝혀야 하다는 강력한 여론이 있다.

죽음보다, 마지막까지 그가 철저히 외면한 피해자의 안위가 크게 염려된다.

그에게 직장 동료이기도 했던 성추행 피해자는 생의 가장 중대한 국면에서 한순간도, 단 1초도 마주할 가치가 없었는지 묻고 싶다. 3년 동안이나 끔찍한 시간들을 견뎌 왔던 피해자의 힘겨운 선택은 이미 ‘뭐 하다 이제 와서’, ‘미투가 사람 잡는다’ 따위의 반복되는 더러운 음모론에 삼켜지고 있다.

이제 진실, 사과, 처벌, 무엇도 남은 피해자의 것이 될 수 없다. 사건 시작과 함께 가해자가 사라졌다.

피고소인의 죽음이라는 또 다른 멍에까지 뒤집어쓴 피해자에 대한 광기 어린 조직적 공격을 예상한다. 박원순 시장은 생전 성범죄 피해자의 입장을 강조했다. 따라서 사회 시스템은 지금 당장 박원순이 아닌 2차, 3차, 10차 가해 위기에 처한 피해자를 지키는 것이 맞다. 의연히 살아남아 그에게 맞서려 한 피해자의 용기에 힘을 싣는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혐의가 ‘여성 직원과 남성 권력자 중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인지 숙고해야 한다. 지지자들 일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믿기 힘든 인지적 오류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모든 권력형 성범죄를 뿌리뽑아야 한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집지 말아야 한다.

박원순 시장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 특히 많은 서울시민에게도 큰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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