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 2013년 제정 운동 시작해 8년 만의 결실”

▲ 인사말을 하는 최순영 경기여성연대 상임대표. ⓒ뉴스Q 장명구 기자

경기도 여성단체들이 전국 최초로 제정된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조례’를 열렬히 환영하고 나섰다.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통과 환영 기자회견이 29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기여성연대, 기지촌여성인권연대에서 공동주최했다. 평택시민재단, 연구자들도 함께했다.

최순영 경기여성연대 상임대표, 우순덕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상임대표, 경기도의회 안혜영 부의장, 박옥분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 김종찬 여성가족평생교육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기지촌여성 당사자인 두레방 박영자 씨, 햇살사회복지회 김숙자 씨 등도 함께 했다.

이날 경기도의회는 임시회 본회의에서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주한미군기지 주변 ‘기지촌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표발의자는 김종찬(민주당, 안양2) 의원이다.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경기도는 사회적 낙인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기지촌여성에게 ▲임대보증금 지원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주거 혜택 ▲생활안정 지원금 지원 ▲의료 급여, 장례비, 간병인 지원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례안은 지난 2014년 8대 경기도의회부터 수차례 발의됐다. 하지만 지원 사업비 부담,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조례안이 시작”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 평택, 의정부, 동두천, 파주, 부산, 군산 등 전국에 산재했던 미군 기지촌 소재지에서도 유사 조례안 통과 사례가 들불같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조례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 그리고 해당 지차체가 앞으로 기지촌 여성인권 침해 등에 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정확한 실태조사, 명예회복, 홍보 및 교육, 자료관 건립 등의 역사적 과업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순영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역사적 순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국가는 미군기지 성매매를 외화벌이 하는 주요 역군이라고까지 했다”며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최 상임대표는 “이번 조례는 2013년 제정 운동을 시작해 8년 만의 결실”이라며 “앞으로의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기지촌 여성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수 있게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우순덕 상임대표는 조례 제정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이제라도 조례가 제정돼 감동적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박영자 씨는 “16살에 기지촌에 팔려 왔다. 기지촌에서 폭력, 갈취만 당했다”며 “국가에 기지촌 형성을 내버려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경기도 조례가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며 “우리의 억울했던 삶을 알아주는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김숙자 씨는 “조례가 통과되는 날이 오다니 정말 기쁘다”며 눈물부터 쏟아냈다.

김 씨는 “조례 통과는 저에게 아주 특별하다. 이유는 경기도에서 우리들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라며 “숨죽여 살던 우리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전 친한 박정숙 언니가 하늘로 갔다”며 “얼마 남지 않은 삶이라도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경기도 기지촌여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300~350명 정도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옥분 위원장은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쟁 이후 군사안보가 국가정책의 최우선이 되다보니 주한미군을 위한 성매매 행위가 정당화, 조장됐음을 알 수 있었다”며 “국가 주도로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찬 부위원장은 조례 제정 과정을 돌아보며, “이 조례가 필요한 부분에 활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조례 제정을 위해 애쓴 경기도의회 박옥분 위원장, 김종찬 부위원장 등 의원들과 기지촌여성 당사자들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선사했다.

▲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통과 환영 기자회견. ⓒ뉴스Q 장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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