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지막]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김광배 사무처장

▲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김광배 사무처장. ⓒ뉴스Q 장명구 기자

경기도 수원시에는 세월호 풀뿌리 조직이 다양하게 있다.

매주 피켓팅을 하는 ‘수원성대역피켓팅팀’, 매월 16일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매탄동 촛불’, 매주 노란리본을 만드는 ‘수원 영통노란리본공작소’, ‘수원여성회 노란리본공작소’, ‘매탄동 노란리본공작소’ 등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칠보마을촛불도 있다.

이런 세월호 풀뿌리 조직들이 ‘수원4.16연대’로 뭉쳐 있다.

지난해 4월 30일 수원시는 세월호 참사 피해 지역인 안산시를 제외하고, 전국 시군 중에서 최초로 이른바 ‘세월호 조례안’을 제정한 바 있다.

그 ‘세월호 조례안’에 근거해 1년 동안의 준비를 거쳐 마침내 첫 결실로 지난 8일 수원역에 ‘4.16표지석’이 설치됐다. 표지석에는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세월호 6주기 수원시민추진위원회, 수원4.16연대, 수원시 등의 명의가 아로새겨졌다. 한마디로 모든 수원지역의 구성원이 참여했다는 의미다.

수원시민들과 수원4.16연대로 모여 있는 세월호 풀뿌리 조직들의 하나된 힘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김광배 사무처장은 ‘4.16표지석’ 설치식에 참석해 수원4.16연대에,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그리고 수원시민에게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9일 안산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김 사무처장은 수원에 대한 기대치가 하루 새 더 높아진 듯했다.

“기대하고 있어요. ‘수원시 4.16 세월호 기억관’.”

다음은 김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

- 세월호 6주기가 일주일 남았습니다. 많이 바쁘실 텐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가족들이 항상 그런 얘기들을 해요.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정확한 표현이에요. 몸이 먼저 반응을 해요. 가족들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요.

저는 3월 들어서면서부터 스스로도 느끼는 육체적인 증상이 있어요. 그게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요. 모든 게 다 정상적으로 안 보이는 거죠. 불만스럽게 보이고요. 우울증에서 비롯되기도 한다는데 분노조절장애도 나타나고요.

또 하나는 그렇게 몸이 무거울 수가 없어요. 6시간 정도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데도 아침에 쉽게 못 일어나요. 계속 그러면 모르겠으나 딱 3월 들어서면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요.

괜히 좀 무기력하고 멍하게 있는 시간도 있고요.

엄마 아빠들이 대부분 굉장히 힘들어 하세요. 이맘때 되면 다 힘들어 하세요. 직접 힘들다고 말씀하시고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그래도 매년 있는 우리 아이들 기억식이잖아요. 마음적으로라도 아이들이 섭섭하지 않게, 언제나 가족들과 같이 했던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다짐해요.

6년이 지났는데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더라고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이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튼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요. 그래요. 이제 며칠 안 남았네요. 일주일 남았어요.

▲ 건우 앞에 놓인 생일 축하 꽃다발. ⓒ김광배 사무처장

- 어제가 건우 생일이었습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어제 건우 엄마(김미나 씨)가 전혀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수원4.16연대에서 건우 생일 축하 꽃다발을 받았어요. 수원시민분들께서 꽃다발을 주신 거지요.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건우 엄마도 정말 고맙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효원공원에 있는 건우 녀석 앞에 잘 갖다 놨습니다. 절대 치우지 말라고 쪽지도 남겨놓았고요.

건우가 초밥을 참 좋아했어요. 마침 근처에 문 연 초밥집이 있어서, 케이크도 사고, 같이 먹고 올라왔어요.

저녁에는 건우 엄마하고 저하고, 건우 자리에도 미역국 차리고 해서, 셋이서 같이 저녁을 먹었어요. 이 녀석이 밥을 남겨서 해치우느라 고생했지요.

건우 엄마도 잘 내색을 안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제는 꿈에 건우가 왔다갔다고.

많은 분들이 건우 생일을 축하해 주셨어요. 장훈 운영위원장께서 시계를 선물해 주시기도 했어요. 건우 녀석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시계 알이 큰 것으로. 건우 녀석 방에 잘 놔두고 왔어요.

- 전국적으로 세월호 풀뿌리 조직들이 많을 것 같아요.

우연치 않게 간담회에서 만났든, 한 븬이라도 만났던 분들은 다 같은 마음이에요. 아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진정 어린 마음이지요. 유가족들보다 더 애틋한 분들도 있더라고요.

여러분들이 열심히 세월호 활동을 하는 이유는 엄마 아빠 때문이 아닐 겁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과 희생자 304명을 위한 거지요.

그런 마음을 계속 같이 가지고 가 주셨으면 합니다.

- 수원에서도 자주 뵙는 것 같아요.

수원에서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인원이 많이 모이고 행사가 근사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친근감이나 동료의식을 많이 갖게 되더라고요.

정종훈 목사님, 유주호 집행위원장님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게 아닌 현실적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런 것을 많이 느낍니다. 지금도 그런 걸 느끼고 있고요.

- 특별히 수원 세월호 풀뿌리 조직의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어제 건우 생일 꽃다발을 받은 거지요.(웃음)

작년이었어요. 4월 30일 수원시에서 세월호 조례가 통과됐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는 조례 통과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별로 못했어요. 수원시에서 세월호 조례가 통과된다고 진상 규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그렇게 크게 생각을 안 했던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제 수원역에 ‘4.16표지석’을 설치했어요. 표지석에 들어갈 가족의 글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 요청을 받았을 때 다른 시각에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가족들이 원하는 게 이런 것인데. 재수사를 하고 책임자를 기소하고 등등 이런 것들만 있겠나?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고요.

세월호 6주기 슬로건인 “기억, 책임, 그리고 약속. 그 안에 별이 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문구에 가족들이 다 공감했어요. 그것으로 결정해서 수원에 보내드렸어요.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여건에서 ‘4.16표지석’도 설치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기대하고 있어요. ‘수원 4.16세월호 기억관’.

▲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김광배 사무처장. ⓒ뉴스Q 장명구 기자

- 총선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가족들은 낙선자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이번 총선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

저희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21대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굉장히 많아요. 단적으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을 국회에 요청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약속의원’을 계속 받고 있어요.

또 한 가지는 어제 차명진 후보가 미래통합당에서 제명 처분됐어요. 이것은 어느 당이든 세월호의 아픔과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진실의 길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이 져야 할 책임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 책임을 저희는 끝까지 물으려고 하는 것이고요.

가족들은 ‘4.16 진상 규명’ ‘4.15 투표하자’ 구호를 내걸었어요. 방송 차량을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안산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 등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피케팅도 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 가족들도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어요. 가족협의회 구성원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모인 조직입니다.

저희가 항상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입니다. 왜 우리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그 책임자는 누구인지, 법적인 처벌을 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앞에서 열심히 싸워 왔고요.

매년 염치없이 부탁드립니다. 저희 가족들이 “이제 됐다” 할 때가 오겠죠. 그 순간까지 늘 가족들 곁에서 힘을 더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많은 분들이 약속해 주셨고요.

엄마 아빠와의 약속이 아니고 아이들과의 약속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지금까지 해 오셨던 것처럼 똑같이 해주십시오. 앞에서 끌어주시고 뒤에서 밀어주시고 같이 가 주셨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뉴스Q에서는 2020년 신년 기획특집으로 수원416연대와 공동으로 이른바 ‘수원 세월호 풀뿌리 모임’을 탐방 취재했습니다. 

수원성대역피켓팅팀, 세월호를 기억하는 매탄동 촛불, 수원 영통노란리본공작소, 수원여성회 노란리본공작소, 매탄동 노란리본공작소 등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칠보마을촛불도 있습니다.

모두 탐방 취재를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아쉽게 서면으로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획특집을 마무리하면서 416가족협의회 김광배 사무처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기획특집이 올해 반드시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뤄내는 데 작은 초석이 됐으면 합니다. 뉴스Q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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