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한 달간의 ‘대기수당’을 보장하는 것 필요”

▲ 여는 발언을 하는 요양보호사노조 경기지부 이미영 지부장. ⓒ뉴스Q 장명구 기자

“어르신들이나 보호자들의 비위를 조금만 거슬려도, 어르신 돌봄 이외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절해도, 도둑 취급, 하녀 취급,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당해 한마디 항의해도, 일하다 아파도, 정당한 연차휴가를 요구해도 우리는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18일 오후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본부 앞에서 열린 ‘재가요양노동자 처우 개선, 대기수당 신설 촉구 경기 요양노동자 기자회견’에서 터져나온 경기도 재가요양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다.

재가요양노동자들의 하소연을 더 들어보자.

“이웃집처럼 자기부담금 대신 내주지 않는다고, 어르신 통닭 사줄 돈을 놓고 가지 않는다고, 어르신 자녀 몫까지 반찬을 해주지 않는다고, 수급자의 남편인 할아버지를 위해 소뼈를 고아오지 않는다고 센터에 사람 바꿔달라고 하면 우리는 그날로 실직자가 되며 어디에 부당함을 하소연할 수도 없습니다.”

재가요양노동자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피치 못할 사유로 어르신이 이사를 가거나, 자녀 집으로 주거지가 바뀌거나, 병원에 입원하시거나,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변심하여 타 센터로 갈아타면 우리는 그날로 백수신세가 됩니다. 센터에서 또 언제 불러줄지 무작정 대기해야 합니다.”

센터에 문제가 있어도 재가요양노동자들은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센터 사정으로 폐업을 해도 우리는 자동 실직상태가 됩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요양서비스노조 경기지부(지부장 이미영)에서 주최했다.

요양서비스노조 경기지부 이미영 지부장, 한지희 평택지회장,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양경수 본부장, 경기노동자민중당 한규협 위원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떠돌이 알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업무가 종료된다면 다른 어르신과 빠른 시간 안에 연결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이어 “최소한 한 달간의 ‘대기수당’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무한경쟁으로 요양보호사만 희생양으로 삼는 재가센터의 실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대기수당’ 신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제도화해 고용안정부터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영 지부장은 여는 발언에서 “재가요양보호사들은 파리 목숨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 알바 개념으로 일을 한다. 잘려도 실업수당도 신청할 수 없는 현실이다”라며 “개선 방안으로 ‘대기수당’을 신설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게 아니라면 생계를 위해 일정 금액의 ‘대기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6년 동안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지희 지회장은 현장발언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어르신이 딸네 집, 며느리 집 김장을 하기 위한 마늘 40kg을 까달라고 해서 ‘이런 일은 요양보호사 업무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다음날 해고됐다”는 것이다.

한 지회장은 이어 “그러고 나서 3주 동안 일이 없어서 쉬어야만 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 요양보호사들에게는 ‘대기수당’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본부장은 촉구 발언에서 “회사 책임으로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공장 노동자들은 휴업수당을 받는다”며 “요양보호사들도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 일을 그만두게 됐을 때 생계 유지를 하면서 다시 일할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기수당’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규협 위원장 역시 촉구 발언에서 “‘대기수당’은 요양보호사들이 요구하기 전에 국가에서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것이다”라며 “생계 위기에 내몰리고 고용이 불안하면 요양보호사들이 어떻게 마음 놓고 정성껏 어르신들을 케어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참가자들은 ‘쉬운해고’ ‘막말갑질’ ‘부당업무’ ‘공짜노동’ ‘하루살이’ ‘파리목숨’ 등의 내용이 담긴 두꺼운 피켓을 깨부수자 ‘대기수당으로 고용보장’이라는 내용이 적힌 커다란 피켓이 나타나는 퍼포먼스를 하며 ‘대기수당’ 신설을 거듭 촉구했다.

▲ 발언을 하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양경수 본부장. ⓒ뉴스Q 장명구 기자
▲ 발언을 하는 경기노동자민중당 한규협 위원장. ⓒ뉴스Q 장명구 기자
▲ 현장 발언을 하는 한지희 요양보호사. ⓒ뉴스Q 장명구 기자
▲ 구호를 외치는 경기 요양보호사노동자들. ⓒ뉴스Q 장명구 기자
▲ 퍼포먼스를 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뉴스Q 장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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