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추모문화제’ 개최

▲ 발언을 하고 있는 김미숙 씨. ⓒ뉴스Q 장명구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진상조사를 제대로 해서 재발방지를 위한 기본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의 절절한 호소이다.

김미숙 씨는 5일 저녁 수원역 중앙광장에서 열린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추모문화제’에 참석, “우리 모두가 이 법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안전 책임에 나서서 안전조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미숙 씨는 “다시는 내 아들같이 죽거나 나치지 않게 해야 한다”며 “가족들이 상상 이상의 고통으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영국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기업들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사람을 죽이면 강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이 앞장설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산재사망 대책회의’에서 주최했다. 건설노조 조합원 등 수원시민 100여 명이 함께했다.

고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가 참석했다. 그는 동생 태규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김도현 씨는 “너무 답답해. 그날 5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길래 네가 그렇게 참혹하게 우리 곁을 떠났어야 했는지 제발 힌트라도 알려줘”라며 “누나는 억울하고 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애”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김도현 씨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애”라며 “누나 똑바로 정신 차릴게. 정신 똑바로 차려서 너 이렇게 죽게 만든 살인자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절규했다.

김미숙 씨와 김도현 씨는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손진우 집행위원장 사회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건설노동자 정웅기 씨,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한영수 사무처장(대책회의 운영위원장),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정종훈 목사가 참여했다.

이들 역시 한목소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웅기 씨는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건설노동자만해도 290여 명에 달한다. 안전관리가 소홀하다. 안전관리가 안 되는 현장이 부지기수이다”라며 “안전시설만 충분히 갖췄어도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안전시설 미비가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한영수 사무처장은 “유럽에는 ‘기업살인법’이 있다. 노동자가 사망하면 모든 책임을 기업에게 묻는다.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는 기업을 강력히 처벌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살인’이라는 말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사무처장은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고 순화해서 말하는 것이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만들어 노동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승하 대표는 “국회에 7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며 “청년노동자가 뭉쳐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만이 해결책이다”라고 했다.

정종훈 목사는 “기업이 몰라서 안전조치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다”라며 “억울한 죽음이다. 기업의 학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을 모아 외치고 연대해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건설현장 추락사 등의 문제점을 다룬 영상을 상영했다.

풍물굿패 삶터는 망자의 천도를 위한 씻김굿을 했다. 수원지역 활동가 노래모임 ‘너나드리’는 추모곡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를 불렀다.

추모문화제는 참가자들의 헌화로 모두 마무리됐다.

▲ 발언을 하고 있는 김도현 씨. ⓒ뉴스Q 장명구 기자
▲ 오열하는 김미숙 씨와 김도현 씨. ⓒ뉴스Q 장명구 기자
▲ 토크콘서트를 하는 모습. ⓒ뉴스Q 장명구 기자
▲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추모문화제. ⓒ뉴스Q 장명구 기자
▲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추모문화제. ⓒ뉴스Q 장명구 기자
▲ 씻김굿을 하는 풍물굿패 삶터. ⓒ뉴스Q 장명구 기자
▲ 씻김굿을 하는 풍물굿패 삶터. ⓒ뉴스Q 장명구 기자
▲ 추모공연을 하는 너나드리. ⓒ뉴스Q 장명구 기자
▲ 헌화를 하고 추모하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양경수 본부장(뒤쪽), 한영수 사무처장(앞쪽). ⓒ뉴스Q 장명구 기자
▲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추모문화제. ⓒ뉴스Q 장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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