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런 대화를 주제로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 특성화고 출신 청년 노동자들과의 특별한 인터뷰. ⓒ뉴스Q 장명구 기자

청년 노동자들의 빽 일하는2030(대표 박승하)이 21일 저녁 매산로121 2층에서 ‘특성화고 졸업생들과 특별한 인터뷰(이하 특별한 인터뷰)’를 열었다.

특별한 인터뷰는 특성화고 출신 청년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 현실과 고민, 삶과 요구 등에 대해 소통하는 일종의 ‘FGI(Focus Group Interview)’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 21살 동갑내기 김준범, 박창준, 이현희 씨가 참석했다.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 특성화고 권리연합회 수원지역 멘토 김영덕 씨 등이 함께했다.

이날 인터뷰는 특별한 인터뷰답게 ‘특별’했다. 일하는2030에서 미리 준비한 예쁜 그릇에 담긴 질문 쪽지를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뽑아 답하는 방식이었다. 그것도 질문 쪽지를 뽑은 사람이 답하는 것이 아니라, 뽑은 사람이 답할 사람을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질문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가장 짜증나는 사람이나 기억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은? 특성화고의 좋은 점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등등 다양했다.

특성화고의 좋은 점은?

박창준 씨는 “다른 친구들이 대학가거나 할 때 먼저 돈도 벌고 사회생활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범 씨는 “돈을 버니까 경제적 여유가 있다. 시간상으로는 어려워도 경비상으로는 여행을 갈 때도 시원시원하게 갈 수 있다. 인문계와는 다른 거 같다”고 말했다.

이현희 씨는 “선택의 폭이 넓다. 취업도 대학도 준비할 수 있다. 다른 시험 준비를 해도 된다”고 말했다.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어른은?

김준범 씨는 “자기가 맡은 일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며 “직장 상사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 그 한 사람 때문에 팀원들이 전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박창준 씨는 “나이 많다고 나이 적은 사람은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현희 씨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라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사장님은 도전해 보라고 하는데 부장님은 ‘여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에도 서열이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준범 씨는 “수원에서는 마이스터고인 하이텍고가 1순위다”라며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가 느낌이 다르다. 커트라인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창준 씨도 김 씨의 얘기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수원에 있는 특성화고 8개도 모두 서열이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실습을 축소하거나 없앤다는 것에 대한 견해는?

김준범 씨는 “그 시도 자체가 잘못이다. 실습 없앤다고 나머지 사건, 사고가 방지되는가?”라며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인 것은 알겠지만 극단적으로 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창준 씨도 “실습을 막는다고 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다”라며 “기업들에서 노력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 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희 씨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폐지가 아니라 개선하는 게 맞는 것”이라며 “취업을 목적으로 특성화고에 들어왔는데 힉생들에게는 그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고 특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직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김준범 씨는 “작년에 3개월 정도 혼자서는 맡을 수 없는 양의 일을 맡았을 때 힘들었다. 퇴사 생각도 했었다”며 “매일 새벽 3시에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침 7시에 다시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때가 최악이었다”고 했고, “어리고 몰라서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창준 씨는 “직장에서는 일을 안 가르쳐준다”며 “학교가 아니니까 니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냥 몸으로 부딪혀서 욕 먹으면서 배워갔다”고 말했다.

이현희 씨는 “직장 다닐 때 전혀 모르는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 전혀 도움을 구할 데가 없었다. 여자라고 성차별도 있었다. 근로시간도, 수당도 그랬다. 어리고 여자라서 차별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커피는 무조건 나에게 타라고 했다”고 했다.

이현희 씨가 “실습은 평택으로 나갔는데 진천으로 발령이 났다”고 하자, 김준범 씨는 “그것은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박창준 씨도 “회사에서 불법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희 씨는 “학교와 회사가 입을 맞추고 알면서도 쉬쉬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승하 대표가 “심지어 베트남까지 가서 하루 22시간 일한 학생도 있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세 명 중에 특성화고를 졸업하고도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거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현희 씨는 “전공과 맞지 않는 회사를 다녔고 대우도 좋지 않았다”며 “전공과 관련한 일도 아니어서 생각도 안 해본 간호조무사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준 씨도 “저도 똑같은 생각이다”라며 “전공을 살려 취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준범 씨도 “자기 전공을 누가 살리고 싶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대부분 회사들은 전공은 보지도 않는다.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 교육해서 그 회사에 맞는 사람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고를 다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박창준 씨는 “자기 선택에 따라 가는 게 제일 좋다”며 “병특이든, 회사든, 대학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김준범 씨는 “특성화고를 선택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인문계에서 점수 깔아줄 바에는 특성화고가 낫다”고 말했다. “다음 선택도 너희가 하는 거니까 잘 선택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현희 씨는 “특성화고 들어가서 전공을 선택해 배우지만, 이것이 내 길이 아니다싶으면 다른 것을 선택하면 된다”며 “그것만, 한 가지만 고집하지 말라”고 말했다.

특성화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이현희 씨는 “취업을 해도 일단 학교 학생인 만큼 보호는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루 18시간 일했던 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복교하면 ‘너가 문제다’라고 한다”며 “여기서도 못 버티면 어떻게 살 거냐고 한다”고 말했다.

박창준 씨는 “학교에서 너무 자기 실적만 챙기는 거 같다”며 “취업률만 따지다보니 안 좋은 직장을 보내도 보내고나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제 친구 중에는 직장이 안 좋아서 나가고 싶어하는데 학교에서는 실적이 안 좋아지니까 계속 다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준범 씨는 “한 직장에 2명을 보내고서 1명이 나오면 ‘너는 왜 못버티냐? 제는 버티는데’ 이런 식이다”라고 말했다.

수원지역 멘토 김영덕 씨는 “수원농고 같은 경우 직장을 다니다 복교하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3명의 참가자들은 특성화고를 졸업한 사람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김준범 씨는 “솔직히 여태까지 이런 대화를 주제로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며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문제에 대해 공감을 많이 했다”고 했다.

박승하 대표는 “오늘 인터뷰를 해보니 특성화고 출신 청년들만의 공감대가 명확히 있는 것 같다”며 “다른 또래들과 비슷한 고민이나 요구가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일하는2030은 오늘 나온 얘기들을 잘 참고해서 좀더 많은 청년들과의 소통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향후 수원지역에서 새로운 특성화고 졸업 노동자 모임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하는2030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이 삶의 주인으로 서는 세상’을 목표로 경기 및 수원 일대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2016년에 창립됐다.

* 특성화고 졸업 청년 노동자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