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 편지를 낭송하는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정종훈 목사. ⓒ뉴스Q 장명구 기자

“비정규직 철폐!”
“죽음의 외주화 중단!”
“국가가 책임자다!”
“대통령이 답하라!”

19일 저녁 수원역 남측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경기추모제’에서 나온 외침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고 절규하며 분노의 촛불을 높이 들었다.

이날 경기추모제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에서 주최했다. 경기지역 정당·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양경수 본부장, 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 이상무 본부장, 6.15경기본부 상임대표 이종철 목사,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정종훈 목사,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송성영 상임대표, 민중당 경기도당 정형주 위원장, 수원여성회 조영숙 대표 등 경기도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정종훈 목사는 추모 편지를 낭송했다.

“2년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구의역에서 컵라면과 함께, 그의 꿈을 담아놓은 가방을 남긴 채 죽임을 당했던 김 군. 공개된 유품에 컵라면이 들어있던 오늘 이 자리 또 한 명의 김 군. 판박이처럼 닮은 사회적 살인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촛불 이후 3년이 다 돼가도록 문재인 정부는 언제까지 노동자들의 죽음을 바라보고만 있을 겁니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요? 3년 가까이 지시만 할 겁니까?”

“이제 우리는 죽음의 외주화를 끝내야 합니다. 한국서부발전은 고 김용균 님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십시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 대화하십시오. 정부와 기업은 비정규직을 철폐하십시오.”

유주호 세월호 활동가는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님이 한 말과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한 말을 전했다.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용균이의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 1호기에서 8호기까지도 멈춰야 합니다. 나라 살림을 잘못해서 이런 사고가 계속 발생했고 방책을 만들지 않아 우리 아이가 죽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국민이 원한는 게 뭔지 생각하면서 일하기를 바랍니다.”

“그저 내 새끼 건강하게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세상이기만을 바랐다. 오늘도 자식을 빼앗긴 부모가 피눈물을 흘린다. 내일은 아니기를, 내일부터는 아무도 죽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음 순서는 누구일까? 용균이 엄마 아빠, 눈치 보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하세요! 하고 싶은 말 다하세요! 그러셔도 됩니다!”

일하는2030 박승하 대표는 “평생 고 김용균 노동자를 생각하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하겠다”고 결심했다.

“저희 청년들은 골방에서 컴라면만 먹고 비정규직으로 살다 죽으려고 사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정규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하청, 파견, 사람이 죽고 다치고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이 답입니다.”

“비정규직은 고용형태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나 분단과 같은 체제입니다. 비정규직 자체에 저항하는 게 맞습니다. 저도 그렇고 제 주변의 청년들도 1년에 노동현장이 3~4번 바뀝니다. 실업자가 되는 일도 분기마다 발생합니다.”

이상무 본부장은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말한 ‘나라다운 나라’냐?”고 따졌다.

“달라진 것이 전혀 없습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직접고용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현장에서 하청노동자 10명이, 12명이 죽어도, 그 원청은 무재해 현장입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말한 ‘나라다운 나라’ 입니까? 문재인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이 정부가 사죄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발표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직접고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부발전은 근본적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의 투쟁뿐입니다.”

고 김용균의 동료인 발전기술지부 영동지회 김경래 지회장은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한다”고 절규했다.

“용균이가 외쳤던 위험의 외주화, 이제는 죽음의 외주화,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동료들의 부상과 죽음을 지켜봐야 합니까? 저는 싫습니다. 외주화는 멈춰야 합니다. 외주화를 멈추지 않는다면 용균이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용균이의 꿈인 정규직화의 간절함이 꼭 이뤄지길 소망합니다.”

경기추모제 중간중간 노래공연도 했다. 가수 이수진, 박준은 노래로 고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했다. “우리는 지금보다 강하게”라고 노래했고, “노동악법 철폐하고 비정규직 철폐하자!”고 노래했다.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님이 이야기하는 영상과 태안화력발전소 동료의 음성이 담긴 영상을 상영했다.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촛불을 들고 홍보물을 들고 수원역 남측광장에서 로데오거리까지, 로데오거리를 오고가며 구호를 외치고 또 외쳤다. 로데오거리 광장에서 경기추모제를 마무리했다.

양경수 본부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전국 곳곳 수많은 노동현장에서 살해된 노동자들을 기억하자고 호소했다.

“구의역에서, 제주에서, 남양주 이마트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국 곳곳 노동현장에서 살해된 노동자들을 우리는 기억합시다. 이제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으로 만들어냅시다!”

▲ 추모 발언을 하는 고 김용균의 동료인 발전기술지부 영동지회 김경래 지회장. ⓒ뉴스Q 장명구 기자
▲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경기추모제. ⓒ뉴스Q 장명구 기자
▲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경기추모제,ⓒ뉴스Q 장명구 기자
▲ 수원역 로데오거리를 행진하는 경기추모제 참가자들. ⓒ뉴스Q 장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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