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경선 전 수원시의원

▲ 108배를 하고 있는 윤경선 전 수원시의원. ⓒ장명구 기자

윤경선(50) 전 수원시의원이 호매실IC 입구 사거리에서 ‘박근혜 독재 반대’를 요구하며 108배를 한 지 50일째를 맞았다.

윤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8일부터 5개월 동안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국정원 규탄’ 1인시위를 벌인 바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출근시간에 벌인 1인시위는 12월 2일로 꼬박 100일을 채웠다. 연이어 3일부터 시작한 108배가 해를 넘겨 벌써 50일째를 맞이한 것.

1인시위와 마찬가지로 108배에도 윤 전 의원의 가족이 팔을 걷어붙였다. 남편과 두 딸 윤덕, 영덕 씨가 윤 전 의원의 옆을 지켰다.

17일 아침 호매실IC 입구 사거리에서 오늘도 변함없이 108배를 하고 있는 윤 전 의원을 만났다. 이날은 작은딸 영덕 씨가 함께했다. 108배를 하는 바로 옆에는 ‘박근혜 독재 반대’라고 적힌 작은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108배를 마치고 주변 해장국집에서 윤 전 의원과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6.4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통합진보당 수원시협의회 한 축을 맡고 있는 윤 전 의원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다.

현재 윤 전 의원은 진보당 수원권선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원진보연대 대표와 칠보산 청소년방과후 지역아동센터 대표도 맡고 있다.

- 오늘은 작은딸 영덕 씨와 함께 했다. 힘들지는 않나?

가족들도 같이 하고 있고 당원들이 함께할 때도 있다. 눈이 올 때가 힘들다. 절을 하다보면 눈이 옷 속으로 들어간다. 옷 속에서 녹자마자 꽁꽁 얼어붙어 무지 춥다. 그래도 올 겨울엔 108배를 할 때 눈이 2번밖에 안 왔다.

108배 하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시간을 정해 놓고 하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하기도 하는 것 같다.

- 1인시위를 하다가 108배로 바꾸었다. 108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정원의 부정선거로 1인시위를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부정선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결되기는커녕 내란음모조작사건이 터졌다. 진보당을 해산시키려고 한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찍어냈다.

부정선거도 모자라 박근혜 독재가 이어지고 있다. 1인시위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했다. 그래서 108배를 하게 됐다.

박근혜 독재의 문제는 곧 민생의 문제로 이어진다.

민주주의와 민생이 무슨 관계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밥이라는 말도 있다.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박근혜 독재가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복지공약이 폐기되거나 후퇴했다. 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 독재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면 민생도 없다. 그래서 박근혜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민생도 살리는 길이다.

아침 출근시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천주교를 시작으로 ‘박근혜 퇴진’ 요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반대’보다 ‘퇴진’이 맞을 것 같은데?

마음 같아선 ‘퇴진’으로 하고 싶다. 가장 최소한의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독재를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이것을 본 많은 시민들에 의해 ‘퇴진’의 목소리가 증폭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퇴진’을 외치지 않아도 말이다.

▲ 108배를 하고 있는 윤경선 전 수원시의원. ⓒ장명구 기자

-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닌데, 그동안 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했을 것 같다.

절을 하다보니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소통하기가 나쁘다. 그래도 절 하기 힘든데 천천히 하라고 하는 분도 있고, 빵빵 거리면서 응원해 주시기도 한다.

호매실IC 입구 사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보다는 차들이 다니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마음을 표현해 주는 분들이 많다. 동네에서 만나면 날 추운데 따뜻한 옷 챙겨 입어라, 힘내라고 응원해 주신다. 밥을 사 주시는 분도 있고, 심지어 후원금을 주시는 분들도 있다.

새누리당 지지하는 분들조차도 고생한다고 얘기를 해 주신다. 되게 고맙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박근혜 독재를 반대한다는 것, 진심임을 사람들이 정치적인 견해를 떠나 인정해 주는 것이다. ‘저 사람은 간절히 바라는 구나’라고 말이다.

- 오늘이 내란음모조작사건 1심 선고일이다. 어떻게 예상하나?

정말 모르겠다. 법리적으로는 무죄인데 정치적인 재판이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요새 부림사건, 유서대필사건 등이 모두 무죄를 받았다. 2~30년만에 말이다. 서울공무원간첩사건도 무죄를 받았다. 국정원과 검찰이 공문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란음모조작사건도 1~20년이 지나면 무죄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고통이 너무 크다. 지금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무죄가 아닌 유죄 판결이 났을 때, 박근혜 독재를 막을 힘이 적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가장 안타깝다. 그래도 유죄 판결이 나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지만.

만나시는 분들마다 ‘내란음모 조작 아니냐’ ‘무죄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 아무래도 6.4 지방선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수원시장 출마설도 있고, 당선 가능성을 보고 시의원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은 시의원으로 출마하려고 한다. 금곡동, 호매실동, 평동, 고색동, 오목천동이 선거구고 인구는 10만명 정도 된다.

시장으론 김현철 전 시의원, 변상우 시의원이 자천타천으로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은?

진보당 입장은 야권연대를 해야지 야권이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연대라는 것이 상대가 못한다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그러면 진보당도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늘 열려있다.

- 108배를 계속할 생각인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현재는 ‘박근혜 독재 반대’ 108배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내란음모사건 결과라든가, 박근혜의 행보에 따라 보다 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다.

진보당 입장에선 호매실IC뿐만 아니라 수원시 곳곳에서 홍보할 계획이다. 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 반대를 위해 전국적인 서명운동도 할 것이다. 시민들 가까이서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주의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나서야 한다.

철도 민영화도 국민의 재산을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가 도둑질 하는 거 아니냐. 국민의 동의도 없이 팔겠다는 것이다. 우리 것을 동의 없이 파는 것에 저항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재산과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이 공포정치로 노리는 것은 찍소리도 못하고 숨죽이게 하려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는 밥이다. 진보당의, 민주주의의 변호인이 되어 달라.

▲ 108배를 하고 있는 윤경선 전 수원시의원. ⓒ장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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