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이 달’ 작가 박영주 아띠봄 대표

청춘은 아름답다. 무엇보다 꿈이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한다. 실패도 두렵지 않다.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요즘 20대 청춘들에겐 꿈을 찾아보기 어렵다. 꿈을 꾸기엔 현실은 녹녹치 않다. 꿈과 낭만보다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도 버겁다. 현실에서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다.

이 인터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고양이 달’의 작가 박영주(29) 아띠봄 대표의 이야기다. 박 대표는 꿈을 향해 20대 청춘을 불살랐고, 그럼에도 현실에서 낙오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감하게 꿈을 향해 전진하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하는 스펙 쌓기에서 비껴서도 별 탈 없다는 얘기다.

중앙대학교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졸업하자마자 케이블 TV의 유명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프로듀서(PD)로 일했다. 그러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3개월만에 과감히 정리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다. ‘일’이 아니라 ‘창작’을 하고 싶었다. 나이는 고작 스물 다섯. 언제 성공할지 기약도 없었다.

그리고 4년 만에, 2012년 5월 ‘고양이 달’이라는 창작 동화를 세상에 내놨다. ‘고양이 달’은 소년 노아가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세 명의 소녀와 만나 겪는 사랑과 우정을 다룬 동화책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삽화로 구성된 ‘고양이 달’은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초판 3,000부가 모두 불티나게 팔렸다.

 

▲ ‘고양이 달’ 박영주 작가

-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실컷 가르쳐 놨는데 3개월 만에 그만둔 거죠. 중앙대학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어요. 부전공으론 공연연출을 배웠죠. 창작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자기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직장 선배들이 다 창작가 출신이었어요. 언젠가 자기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아무도 직장을 그만두지는 못하더라구요. 크리에이티브(창작성)도 존중해 주는 등 회사가 굉장히 좋았거든요.

더 있다간 나도 선배들처럼 저럴 것 같다. 빨리 나왔어요. 나중엔 더 못 나오겠다 싶어서요. 내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만 하지 회사 안에서는 못한다는 걸 느꼈지요.

- 무턱대고 그만둔 건데, 나오고 나선 막상 막막하지 않았나요?

그때그때 기회가 잘 주어졌어요. 창작자들이 창작을 하고 싶어도 돈이 드는 일이잖아요. 기회가 안 주어지기도 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들어가서 1년 정도 기획 공부를 했어요. 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개발비를 대 주었죠. 창작자 출신인데도, 기획 공부를 해서 투자를 직접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어요. 가장 안전한 방법이죠.

서울시나 중소기업청, KT 같은 곳에 창업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어요. 이런 곳은 창작에 간섭을 안 하거든요. 필요한 자금과 교육을 동시에 받을 기회가 됐던 거죠.

- 일러스트레이터 김다혜 씨와 에디터 강슬아 씨를 만난 이야기도 재밌더군요.

가장 운이 좋았던 건 같이 일할 동료들을 만난 거죠. 공통의 꿈이 있었어요.

한국 출판시장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창작동화는 나올 수 없는 구조예요. 500장이 넘는 그림이 들어간 3권 분량의 창작동화 개발비를 댈만한 출판사는 세상에 없어요. 작업 기간만 4년인데요.

‘그럼 우리가 만들자’ 했던 거죠.

일러스트레이터 김다혜 씨는 저보다 3살 위에요.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죠. 그분도 일을 하다보니 안 거죠. 애니메이션에도 돈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구나. 자기가 원하는 작업을 하는 게 어렵겠다 싶었던 거죠.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애가 이런 걸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한 거죠. 몇 년 걸릴 지 모르는, 기약도 없는 것을. 같이 하게 된 게 대단해요.

에디터 강슬아 씨는 가장 친한 친구예요. 창작하는 친구 옆에 붙어 있으면서 ‘고양이 달’을 반 강제로 읽게 된 거죠. 재밌게 봐 주었어요.

그 친구도 취업을 앞두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죠. 그래서 작품만 보는 게 아니라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게 친구에게 위로였어요.

제일 친한 친구에게 말로 ‘힘내, 힘내’ 하는 것보다 조금씩 작품을 써서 보여주었던 거예요. 어느 순간 같이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보통 대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취직을 생각하잖아요. 토익 같은 스펙 쌓기에 바쁘고, 적성보다는 연봉부터 보고,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데에 취업하기를 바라죠.

그 친구도 웬만한 기업에 입사할 만한 친구였어요. 성실하게 취업 준비도 했구요.

그런데 그 시기에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 치우고 나와서 자기 작품 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거죠. 그 친구에겐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직장이잖아요. 길이 열릴까? 그런데 길이 열리는 것을 옆에서 본 거예요.

정석 코스를 안 가도, 다른 길을 가도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구나, 느낀 거죠.

- 결국 세 분이서 ‘고양이 달’을 완성한 거군요.

3인 체제로 4년 동안 이 작품을 개발했어요.

4년을 이끌어보니 돈이 문제라기보다 만드는 사람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본은 정말 해결해야 하는 문제예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받쳐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돼요. 자본은 부차적인 문제죠.

운이 좋은 케이스에요. 그렇게 해서 작업을 끌어 왔어요.

- 이제 책 얘기를 좀 해 보죠. ‘고양이 달’은 어떤 책인가요?

‘어린왕자’라는 동화책을 많이 보잖아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고도 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재밌다기보다는 기괴하죠.

그런 동화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책을 우리도 만들어 보자고 한 거죠.

20대 때 대부분 연애를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어릴 때 꿈꾸던 첫사랑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죠.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아름답기보다 아프고 다치곤 하죠. 대부분 뭔가를 잃으면서 배우게 되죠.

사랑도 그렇지만 꿈도 마찬가지예요.

20대 때는 대단한 사람이 될 거 같고 뭔가 엄청난 재능으로 세상을 바꾸어 놓을 것 같잖아요. 근데 실제론 그렇지 않죠.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대부분 좌절을 하고 현실에 안주하기도 하죠. 이게 못나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가 어릴 때 가졌던 꿈과 사랑에는 판타지가 있는 것이고, 실제로는 많이 좌절하고 깨지는 것이죠.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거예요. 꿈을 이루는 과정이 판타지처럼 아름답고 비단길 같지만은 않다는 거죠. 그것을 동화적으로 풀어낸 거예요. 상상과 은유, 상징을 넣어서.

내 친구가 몇 장 안 되는 글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나한테도 위로가 됐어요. 감정적 위로가 된다는 걸 알았고, 그러면서 출판을 해도 되겠구나 꿈을 갖게 된 거예요.

당신이 겪는 꿈과 사랑에 대한 좌절이 당신만의 얘기가 아니라 누구나 그렇다는 거죠.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거고 성장을 한다는 거예요.

우리 청춘이 그렇다고 절대 못난 게 아니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 대표님은 이제 성공한 문화벤처기업의 CEO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경험을 통해 20대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저도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뭔지는 알아요. 어쨌든 남들이 가는 길에서 비껴서 온 거니까요.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저만의 불안감이 분명히 있었어요.

그러나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는다고 인생이 뒤집어지지 않아요. 잘못되지 않을까, 엄청난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선택을 잘못해서 내 인생에 영향주지 않을까, 선택을 하면서 사는 거지요.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로 바뀌는 것 같아요.

대학 졸업을 기준으로 볼 때, 일류대학교 나왔다고 다 잘 되는 거 아니고, 지방대학교 나왔다고 다 잘못되는 건 아니잖아요.

선택의 문제예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도 인생이 어떻게 되진 않아요. 다른 길을 가는 만큼 불안감은 있겠지만 남들이 겪지 못하는 경험과 기회도 분명 주어진다는 거죠. 그건 확실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문화벤처기업인 아띠봄은 뮤지컬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이에요. ‘고양이 달’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거예요. ‘고양이 달’을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도 추진할 거예요.

은근히 바빠요. 많이 바빠요. 페북에 보면 동화책 다 만들었으니 되게 여유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밤도 많이 새고 주말에 출근도 해요. 벤처라는 게 ‘빡세다’는 게 의미가 없죠. 하지만 즐겁게 일 하려고는 해요.

이제 몇 달 안 남았어요. 30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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