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하늘공원에서 단원고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수원시민들. ⓒ뉴스Q 장명구 기자

가슴 설레는 소풍이 이리도 아플 줄 몰랐다. 하늘공원에서 아이들을 보는 내내, 가족이 남긴 글을 읽는 내내 먹먹한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일상의 보고 싶다는 말이 이리도 아픈 말이었구나! 또 가족들의 뒷모습은 얼마나 힘이 없고 아픈지... 보듬고 위로하고픈 마음에 가족을 안았지만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았다.

수원416연대(준)는 전 국민의 가족이 된 416가족협의회와 함께하는 가을소풍을 마련했다. 부모님 손잡고 온 꼬맹이 아이들을 포함 47명이 참가한 나들이 길이다.

단원고를 돌아 생명안전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뜻하지 않는 환영 인파를 만나게 됐다. “화랑유원지에 납골당을 세우려는 세월호 유가족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누구보다도 가족들의 아픔을 같이 품고 위로가 돼야 하는 안산시민들이 차마 사람의 말이라 할 수 없는 모진 말을 뱉어 냈다.

마음 속이 온갖 분노와 격정으로 가득한 나와는 달리 가족들은 침착했다. 아니 수많은 상처들로 단단히 굳어진 가족들의 나아갈 길에 그 무엇도 장애가 되지 않는구나! 그 많은 상처들을 온 몸으로 맞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잊지 않겠다는 말,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말. 말보다는 작더라도 함께하는 행동들이 필요했구나!

그들은 모른다. 18만 7천평 약 3.8%의 유휴부지에 봉안시설은 200평 남짓, 0.1%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에 안산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416가족협의회는 부단히 노력했다.

다시 차에 올라 416가족협의회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한 공간은 외로운 섬과 같다. 작은 일상 소음으로 좀 더 북적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일 즈음 가족들이 마련한 공방체험에도 참가했다. 아버님들과 족구경기도 했다. 수원416연대(준)에서 준비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가족은 어찌 저리 즐거운 얼굴로 우리를 위로할까? 이런 일상이 많아졌으면 좋겠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족 대화에서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말한다. “세월호 참사 하나하나를 궁금해 해주십시오.”

“사소한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감하여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온 국민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진실이 낱낱이 규명되는 것만이 이 트라우마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아픔이라고 생각한 소풍은 내 아품이 치유되어 가는 과정임이 분명했다.

수원416연대(준)에서 첫 소풍을 마련했다. 또 다른 소풍이 이어져 우리의 아픔들이 치유돼 갔으면 좋겠다.

나는 천 개의 약속을 한다. 사람다운 사람, 소풍 다녀갈 가족들을 위해 천 개의 가죽팔찌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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