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원 경진여객 노조 박요상 지회장

14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주)경진여객운수 앞에 민중가요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전국운수산업 민주버스노동조합 경진여객지회 박요상 지회장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불법 운행이 판치는 경진여객 문제 해결, 부당한 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이다.

한때 경진여객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다. 박 지회장은 지난해 8월 2일 회사 앞에서 장기간 진행하던 천막농성을 접었다. 9월 1일 ‘생태교통 수원2013’ 행사가 열리는 화성행궁광장 앞 여민각 집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사측과 모처럼만에 대화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워낙 경진여객운수 문제가 장기화되다보니 수원서부경찰서에서 중재에 나선 것이다. 전 세계적 축제인 ‘생태교통 수원2013’ 행사장 코앞에서 열리는 집회가 부담스럽기는, 수원시도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박 지회장이 해고된 것이 지난 2012년 7월이니까,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였다.

하지만 실낱같은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 박 지회장은 다시 투쟁의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는 수원시청 앞에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회사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경진여객 노조 박요상 지회장. ⓒ장명구 기자

- 지난해 9월 1일, 사측과 대화 자리는 왜 결렬된 것인가?

당시 수원서부경찰서 정보과에서 본조(전국운수산업 민주버스노동조합)을 찾아 왔다. 회사 앞 천막농성을 거두면, 회사에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사무실도 내 주고. 회사 옆에 국유지가 있다. 거기에 컨테이너 사무실을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천막농성을 접었다.

‘생태교통 수원2013’ 개막식이 9월 1일 오후 5시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바로 앞 여민각에서 집회를 계획했다.

이날 오전 수원시청 대중교통과에서 경진여객운수 김길중 전무이사와 내가 만났다. 한국노총 소속 경진여객 노조 이승일 지부장도 자리했다. 물론 시 관계자들도 배석했다.

내가 ‘김 전무님이 결정권한을 가지고 왔냐’고 물었다. 김 전무는 ‘결정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럼 여기 참석하면 뭐 하냐’고 되물었다.

그래도 대중교통과장이 ‘그러지 말고 더 얘기하자’고 설득했다.

내가 ‘경진여객 문제 해결 의지가 있냐’고 또 물었다. 그러자 김 전무는 ‘회장님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 버렸다.

수원시에선 ‘양쪽 노조(경진여객엔 한국노총, 민주노총 노조 2개가 있다)가 합의해 주지 않으면 경진여객 민원은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뒤에서 사측을 옹호하는 셈이다.

그리곤, 지금까지 천막농성을 접었는데도 노조 사무실을 비롯해 약속이 지켜진 것이 없다. 천막을 거둘 땐 권선구청 직원들도 나와서 거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선 컨테이너(노조 사무실)를 놓을 수 있게 점유허가를 내달라고 해도 구청에서 난색을 표한다.

희생만 강요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 불법 운행 등 경진여객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경진여객 버스 사고로 6명이 사망했다. 20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도 3건이나 된다. 해마다 6~7명이 버스 사고로 죽었다.

운수사업법을 보면, 사망자 2명 이상이면 면허취소까지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시에선 면허취소는커녕 정지도 안 시키고 있다. 회사 편만 든다.

경진여객에 버스 170여대가 있다. 수원여객엔 버스 1,000여대가 있다. 그럼에도 수원여객에선 한 해에 사망사고가 고작 2건도 안 될 때가 있다.

문제가 있는데 인지를 안 하고 있다. 법대로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배차시간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수원역에서 사당까지 왕복하는 경진여객 7770번은 35대가 인가나 있다. 그런데 경진여객은 20대 밖에 운영하지 않고 있다. 아침과 저녁에만 2번, 15대를 더 돌린다. 출퇴근시간에만 35대를 돌리는 것이다.

수원역에서 사당까지 왕복하는데 보통 1시간 40분 정도 걸리면 5분 쉰다. 20대면 1시간 20분만에 왕복해야 한다. 조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시에서 문제 제기를 안 한다.

지난번 과징금 5천만원 한번 맞고 개선한다고 했는데, 전혀 개선이 안 된다. 벌금을 더 이상 때리지도 않는다.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

- 그럼 전혀 해결된 것이 없다는 얘긴가?

전혀 해결된 게 없다. 노조만 계속 양보해 오고 있다.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만 하는 척 한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경진여객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면허취소를 해 볼테면 해 봐라, 이런 식인 것이다.

- 박 지회장 부당해고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그것 역시 아무 해결의 실마리도 없다. 올해 1월 4일 경진여객 사무실에 찾아갔다. 새해를 맞아 그래도 대표이사에게 신년인사 차 간 것이다. 전무이사가 ‘사장님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 사무실도 안 주고 있다. 현재 부당해고 건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 앞으로 투쟁 목표나 계획은?

지난해 말 후원주점하면서 많은 지인들이 도와 주었다. 고맙다. 활동할 수 있는 여유가 좀 생겼다.

그래서 현재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수원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면서 방송차량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면서 방송차량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동료 기사들을 만나서 대화도 하고, 마이크 잡고 얘기도 한다.

앞으로 투쟁 강도를 더 높여 갈 것이다.

경진여객 버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려고 한다.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시민의 안전과 연관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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