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성공회 수원 나눔의집 양만호 신부님

지난 19일 수원역 광장에선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2차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경기지역 목회자들은 박근혜 정권을 성경 문구를 인용해 “불의의 성읍에 세워진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사과와 사퇴가 관철될 때까지 대림의 촛불이 되어 그 어떤 고난의 길도 마다하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시국기도회에서 대한성공회 수원 나눔의집 양만호(42) 신부님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양 신부님은 2008년 서품을 받았다. 서울에서 지역자활센터 활동을 하다 2009년 9월에 수원 나눔의집으로 왔다.

수원 나눔의집은 임영인 신부님이 1998년 세류천 변에서 공부방, 결식아동 급식을 하면서 문을 열었다. 지금은 구도심으로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신혼부부를 비롯한 저소득층이 많은 곳이었다.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교회의 모습이 아니냐는 철학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다.

현재 취약계층 아이들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는 ‘신나는공부방 지역아동센터’와 ‘키다리꿈 지역아동센터’, 외롭고 병악한 노인들의 버팀목인 ‘수원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쏙쏙꾸러기 작은도서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일 권선구 세류동 수원 나눔의집에서 양 신부님을 만났다.

▲ 대한성공회 수원 나눔의집 양만호 신부님. ⓒ장명구 기자

- 박근혜 퇴진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종교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며칠 전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데자뷰 1997’이라는 제목으로 경향신문에 쓴 칼럼을 봤다. 김 교수는 칼럼에서 “불안하다. 한국 사회의 현 상황이 1997년 초와 너무나 유사하다”고 말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이다. 이러다 또 한 번의 위기를 경험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지금 시국이 진보나 보수나, 정권 잡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밀리면 안 되니까 서로 좋지 않은 전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로 협조하면 둘 다 좋은 결과를 택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난맥 상황이다. 한 쪽에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전혀 안 보이니까, 같이 망하는 것이다. 반쪽짜리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절반은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타깝다.

정권을 잡은 이상 통합하려고 하고 융합하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통치를 안 하니 국민들이 힘든 것이다. 그것이 문제인 것 같다.

중국 한비자가 ‘나라가 망하는 10가지’를 논했다. 너무 비슷하다. 이러다 나라 망하는 것 아니냐! 사실은 답답하다.

- 박근혜 정권에 대해 규정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별로 힘이 없는 것 같다. 허수아비라고 할까? 김기춘 비서실장, 그 라인들이 정치를 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아버지 때부터 본 것이 있으니 의전에만 관심이 있다. 그런 것만 잘하고, 대통령은 정치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러니 측근에 휩쓸리고 끌려다니는 것이다.

약속을 다 깨니 신뢰지수가 너무 떨어져 있다. 세금을 내고 싶지도 않다. 말을 듣지도 않으니 오히려 말하다 지치고. 굉장히 심각하다.

- 경기지역 목회자들이 박근혜 퇴진 2차 시국기도회를 진행했다. 시국기도회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 달라.

계속 싸워야 한다. 시국이 답답하고 말해도 듣지 않고, 그래도 말은 계속 해야 한다. 종교인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운동 하는 분들은 지쳐도, 종교인들은 끝까지 얘기하는 게 맞다.

‘종교’라는 게 오히려 급진적, 혁명적일 수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 정의, 평화, 이런 것들은 사회 근본적인 것까지 바꾸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강하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성경 이사야에 보면, 평화란 사자굴에 아이들이 손을 넣고 양떼들이 늑대와 뛰어 노는 것을 말한다. 인간들 사이의 평화가 아니라 만물과의 평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운동이나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더 철저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종교이다.

시편 85편엔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나가고 평화가 발자취를 따라간다고 했다. 정의가 서야지 평화가 오는 것이다. 정의가 서 있지 않은 평화는 껍데기이다. 있는 놈들, 가진 놈들, 쥐고 있는 사람들만 평화로운 것이다. 정의 없는 평화는 가짜 평화이다.

- 시국기도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정이나 계획이 있다면?

아직 경기지역 목회자들과 얘기된 것은 없다. 이형호(남수원교회) 목사님이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 중심을 잡고 잘 이끌고 나가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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